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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생동감으로 발길 끄는 팝업, ‘취향 넓히기’에 진심인 편

[빅데이터로 보는 트렌드 ㉔ 강력한 경험 제공하는 새로운 오프라인 공간

이색적인 경험 위해 오프라인 찾는 사람들
미디어아트·증강현실 기술 접목 팝업 인기
지역 특색 살린 브랜드가 ‘성지순례’ 유도
즐거운 감정, 브랜드 전이되고 소비로 전환

  • 기사입력 2024.06.18 08:00
  • 최종수정 2024.06.18 09:23
  • 기자명 이주희

더피알=이주희 |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은 매일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열리며 젊은 소비자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신라의 천년 수도 경주는 이태원 경리단길을 닮은 황리단길이 인기를 끌며 MZ세대가 찾는 로컬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팝업스토어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가 다시 높아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024년 5월 6일 서울 성수동에 삼립 정통크림빵 60주년 팝업스토어 '크림 아뜰리에'가 오픈한 가운데 방문객들이 현장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SPC삼립 제공
2024년 5월 6일 서울 성수동에 삼립 정통크림빵 60주년 팝업스토어 '크림 아뜰리에'가 오픈한 가운데 방문객들이 현장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SPC삼립 제공

전 세계 팝업스토어 시장, 전년대비 18.8% 증가

캐피털원쇼핑에 따르면 전 세계 팝업스토어 시장은 2025년 950억 달러로 지난해 전망치(800억 달러)보다 18.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오프라인 공간과 관련된 언급량은 2022년 83만2703건에서 2023년 118만7147건으로 약 42% 증가해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연관어는 ‘체험’, ‘경험’ 등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느끼고자 하는 것과 ‘굿즈, ‘증정’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시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성수동’, ‘연남동’ 등 팝업스토어가 자주 열리는 위치에 대한 키워드도 도출되었다.

이색적인 공간이 화제를 모으며 열띤 반응을 불러오자, 기업들은 다양한 콘텐츠로 오프라인 공간을 조성했다.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즐겼던 콘텐츠까지 오프라인 공간 밖으로 나왔다.

작년 초 '슬램덩크'가 띄운 ‘농놀’의 인기를 이어나간 네이버 웹툰 '가비지타임'은 올해 1월 더현대 서울에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사전 예약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으며, 팝업스토어는 굿즈를 구입하려는 팬들로 가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렇듯 소비자들이 다양한 공간을 방문하고자한 이유는 오프라인 공간이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이커머스 기업이 등장하고 집에서도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색적인 경험을 위해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다닌다.

최근 팝업스토어는 대형 구조물과 미디어아트 등이 더해지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연말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콘셉트로 성수동에서 열린 선양소주 팝업스토어는 직접 노를 저어 다음 스테이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후기가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면서 핫플레이스로 꼽히기도 했다.

AR, VR, 생성형 AI 등 활용한 팝업 메시지

최근 그래픽, AR, VR, 생성형 AI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일상 곳곳에 자리하면서 팝업스토어나 예술 공간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며 오감을 동시에 자극해 전시물을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스마트폰 QR 코드 등을 활용한 팝업 메시지는 소비자가 오프라인 공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NCT 127 팝업스토어에서는 메시지 월의 QR 코드를 통해 팬과 연예인이 직접 소통하는가 하면,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해 화면을 터치하면 멤버들을 향해 하트가 떠오르는 색다른 콘텐츠를 제시했다.

제니X캘빈클라인 팝업스토어에서는 곳곳에 QR 코드를 두어 인스타그램 필터로 랜딩될 수 있도록 했다. 동선마다 모두 다른 필터를 배치하여 QR 코드를 스캔하는 재미를 주었다. 또한 제니의 손글씨로 캘빈클라인 로고를 표현하거나 제니의 모습이 담긴 인스타그램 필터를 마련해 팝업스토어가 끝난 후에도 일상 속에서 필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23년 5월 10일 제니 포 캘빈 클라인(Jennie for Calvin Klein) 캡슐컬렉션 팝업스토어 오픈 포토월 행사에 참석한 브랜드 앰버서더 제니(아래 가운데). 사진=제니 인스타그램 캡처.
2023년 5월 10일 제니 포 캘빈 클라인(Jennie for Calvin Klein) 캡슐컬렉션 팝업스토어 오픈 포토월 행사에 참석한 브랜드 앰버서더 제니(아래 가운데). 사진=제니 인스타그램 캡처.

디지털 기술 접목한 미디어아트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팝업스토어 형태인 ‘미디어아트'(Media Art)가 주목받고 있다. 예술 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로 대중의 유입을 시도하고 있다.

미샤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미샤 아일랜드: 개똥쑥, 진정한 100일’에서는 서울 명동에 강화도를 구현하기 위해 미디어아트를 이용했다. 생생한 미디어아트로 바다, 숲 등의 강화도 자연경관을 표현하여 소비자들이 바다와 해풍, 토양, 강화도의 햇살, 옹기 자연발효, 공기방울 등 다섯 가지 존을 경험하며 화장품의 원료인 개똥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미디어아트에 연관된 소비자들의 피드백은 호의적이다. 

‘미디어아트’와 관련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전시회’, ‘예술’, ‘문화’ 등의 키워드가 도출돼, 소비자들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미디어아트가 가미된 공간을 찾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예술 전시는 고흐, 모네, 클림트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를 통해 벽면에 재전시하고, 작품의 의미를 들려주는 기법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방식은 2D로 감상했던 작품을 디지털 방식으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또한 벽면 전체에 보이는 작품 스케일과 친절한 설명 방식을 통해 다소 장벽이 느껴졌던 예술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메타그라운드, AR 게임 등 브랜드 경험 확장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성수동에 신개념 공간 플랫폼 ‘메타그라운드’가 오픈하기도 했다. 메타그라운드는 대형 미디어 월에 미디어아트가 구현되는 신개념 공간 플랫폼으로, 메가박스 성수 5관을 리뉴얼해 탄생했다.

메타그라운드는 기존 상영관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높이 6m, 길이 22m의 대형 커브드 미디어 월(Curved Media Wall)과 계단식으로 구성된 4개의 팝업 공간을 갖췄다. 기존 상영관의 넓은 공간과 음향 시스템을 활용해 입체적인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지난해 론칭 이후 게임 배틀그라운드, 싱가포르항공, 독도의 날 등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및 행사가 진행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팝업스토어에서 게임을 하기도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구경선 작가의 토끼 캐릭터 ‘베니’의 팝업스토어 '베니의 블루밍 캐롯 가든'에서는 인터랙티브 AR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 브이알크루와 협업해 인터랙티브 AR 콘텐츠인 ‘당근총 퐁당 게임’을 진행했다.

당근총 퐁당 게임은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개발된 당근총 발사 콘텐츠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AR 게임으로,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소비자와 임팩트 있게 상호작용하며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게 해준다.

수도권이나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트렌디한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면, 지방 도시에서는 해당 지역의 특색을 살린 상점 및 거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노잼도시’ 대전을 빵의 도시로 만든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성심당을 방문하기 위해 일부러 대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대전시에서는 ‘빵잼도시’라는 콘셉트로 지역을 홍보하며 젊은 세대의 방문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공주의 알밤빵, 강원도 감자빵 등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명물 빵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빵지순례로 이어진 공간 브랜딩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상승세를 보인 지역은 경주로 분석됐다. 국내 여행지와 관련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제주도가 전체 여행지 중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부산, 경주, 강릉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과 비교해 2024년 키워드 언급량이 가장 증가한 여행지는 '경주‘, ‘속초’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주여행’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22년 1~4월과 비교하면 ‘황리단길‘, ‘핫플레이스‘, ‘한옥’ 등이 확인돼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는 이유나 원하는 경험 등을 짐작할 수 있다. 경주의 황리단길은 구(舊)와 신(新)의 조화가 돋보이는 골목길이다.

경주 황리단길. 사진=경주문화관광 제공
경주 황리단길. 사진=경주문화관광 제공

대릉원 부근에 기다랗게 뻗은 황리단길은 전통 한옥으로 된 맛집들과 트렌디한 소품숍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어 구경하기도 편하다. 더욱이 메인 거리를 지나 골목길 깊숙이 거닐다 보면 사진 찍을 수 있는 벽화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한다.

한복을 입는 체험 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신라 한복’을 입고 황리단길을 거닐거나 대릉원 포토존에서 사진 찍는 코스는 SNS에서 경주여행이란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한편 카카오나 포털사이트 지도에 위치를 저장해서 지인들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좋아하는 콘텐츠를 찾아 전국 방방곳곳을 순회하는 '성지순례'도 이어졌다. 성지순례란 팬덤이 자신의 최애(가장 좋아하는)와 관련 있는 오프라인 공간 방문을 인증하면서 쓴 말로, 최근에는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빵지순례(빵+성지순례)가 유행하고 있다.

대전에 위치한 성심당은 ‘빵지순례 추천 코스에서 필수적으로 가야 할 곳’, ‘대전 명소 1위’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입소문을 탔다. 게다가 고물가 기조로 디저트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추세와 달리 가성비 가격대를 유지하며, 지역 경쟁력을 위해 대전에서만 판매하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미담이 알려지면서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성심당의 인기는 대전에 위치한 동네 빵집들이 부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성심당에서 빵을 사기 위해 대전을 방문하는 빵순이·빵돌이가 같이 방문하면 좋은 동네 빵집들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로컬 빵집까지 찾아가 인증하는 후기가 잇따라 게시됐다.

6월 3일 대전 동구청은 빵지순례자를 위한 원도심 동네빵집 58곳의 정보를 담은 지도 '빵빵도시 대전동구'를 발행했다. 사진=대전 동구청 제공
6월 3일 대전 동구청은 빵지순례자를 위한 원도심 동네빵집 58곳의 정보를 담은 지도 '빵빵도시 대전동구'를 발행했다. 사진=대전 동구청 제공

빵지순례 열풍의 주역이 된 대전은 지난해 10월 빵을 테마로 한 지역 축제까지 개최하며 빵의 도시로 재탄생했다. 자신의 경험을 늘릴뿐더러 취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역들 또한 변화하고 있다.

브랜드로 전이, 로컬 콘텐츠 진화 확장

평범한 일상에서 겪지 못한 독특한 체험을 원하거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을 방문하고자 하는 경향이 짙어질수록 특별한 경험에 대한 의미가 중요해졌다. 무료했던 현실을 피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힘든 일상을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소중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지불한다. 긴 웨이팅과 오픈런을 감행해서라도 찰나의 순간을 즐기고, 기억에 남는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 찍고 SNS에 업로드한다.

흔히 물건을 구매할 때 제품을 받기 전까지는 기대감이 높다가 막상 받은 후 물건에 대한 애정이 금방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경험은 짧은 순간 느끼는 감정이지만,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과 느낌을 공유하면서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팝업스토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즐거운 감정이 브랜드로 전이되고, 이후 소비로 이어진다.

브랜드의 경우 경험의 특징을 잘 활용해 자사 제품 혹은 신제품 홍보와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 최근 많은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한편, 지방 도시들이 로컬 콘텐츠를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새롭고 독특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화제가 되진 않는다. 시간과 돈을 들여 방문할 만한 경제적인 가치가 있어야 하며, 온라인 리뷰에서 본 제품 후기보다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선양소주 팝업스토어처럼 거대한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가 있거나, 디지털 기술과 만나 공감각적인 느낌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예술 전시회처럼 차별화된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개인 취향 찾기에 진심인 현대 사회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새로운 취향을 넓혀주며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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