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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러닝족, 인스타그램 대신 맞춤 SNS 찾아간다

[브리핑G] 같은 취미로 ‘끼리끼리’ 모이는 소셜 트렌드

도서 큐레이션, 하이킹 코스 앱 등 취미 기반 SNS의 급부상
비슷한 취미 오프라인 만남도…불똥 튄 소개팅 앱은 하락세
기업 입장에서 타깃 마케팅하기도 좋아, 여러 브랜드와 협업

  • 기사입력 2024.09.13 08:00
  • 기자명 박주범, 김민지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 | “취미가 뭐예요?” “독서, 영화 감상, 달리기…뜨개질도 해요.”

처음 만난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흔히 묻는 취미 질문, 그리고 그 대답이 모여진 ‘취미 기반’ 소셜 미디어가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 사용자 수가 몇 년 새 급격하게 증가하는가 하면, 공감과 유대감 바탕으로 커뮤니티 구축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동안 온라인에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데이트 앱이나 대형 소셜미디어를 활용했는데, 이제 ‘굿리즈(Goodreads)’나 ‘스트라바(Strava)’와 같은 관심사 기반 앱으로 친구를 만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굿리즈는 소셜 기반 영미권 도서 큐레이션 플랫폼이다. 책 평가는 물론 추천, 북클럽 커뮤니티 등 도서와 관련된 다양한 소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아마존이 1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는데 당시 아마존이 소셜 미디어 분야로도 진출하는 것 아니냐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트라바도 운동 기록 앱으로 러닝, 자전거 등 신체 운동으로 한 코스를 남기고 사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트라바는 러닝, 자전거, 걷기 등으로 이동한 길 코스를 측정하고 사용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소셜기능을 갖춘 피트니스 앱이다. 사진=스트라바
스트라바는 러닝, 자전거, 걷기 등으로 이동한 길 코스를 측정하고 사용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소셜기능을 갖춘 피트니스 앱이다. 사진=스트라바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스트라바의 사용자 수는 1년 만에 20% 증가했다. 스트라바는 이 기조를 잇고자 사용자끼리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시지 서비스도 추가했다.

굿리즈는 1억5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해 세계 최대 독서 커뮤니티로 거듭났으며, 뜨개질을 주제로 하는 소셜네트워크 레이블리(Ravelry)도 9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모았다.

영화를 주제로 한 소셜 플랫폼 레터박스드(Letterboxd)도 2020년 3월 180만 명이었던 사용자가 올 여름 1400만 명으로 늘었다. 레터박스드의 월간 활성 사용자 또한 1년 간 55% 증가했다.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전형적인 소셜 미디어가 대세인데 반해, 취미 기반 앱은 어떻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을까.

앨라배마(Alabama) 대학의 디지털 미디어 조교수인 제스 매독스(Jess Maddox)는 “역설적이게도 X,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이 피드를 알고리즘으로 큐레이팅 하더라도 막상 사용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는 덜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즉 취미 기반 앱은 사용자의 관심사가 주된 소재가 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콘텐츠를 더 유의미하게 즐긴다는 것이다.

또한 취미 기반 앱은 특유의 아늑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비교적 강한 워딩이 오가는 소셜미디어보다 훨씬 더 사용자 호의적인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노섬브리아 대학교 디지털 시민 센터의 소셜 미디어 연구원인 캐롤라이나 알(Carolina Are) 박사는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런 방식이라면 “회사는 콘텐츠 알고리즘 조정에 드는 시간, 비용, 노력을 줄이고 전반적인 고객 경험 개선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터박스드 편집장 젬마 그레이스우드(Gemma Gracewood)는 “레터박스드는 X와 같은 SNS와 달리 ‘중앙 광장’이 없고 단일 대화로 이뤄진다”며 메인 피드에 콘텐츠를 공유하고 사용자들끼리 갑론을박을 펼칠 가능성이 적다고 강조했다.

굿리즈와 스트라바도 비슷한데, 메시지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는 있지만 공개적으로 누군가를 비난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트 앱의 상위 호환 버전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기능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성 만남이 궁극적인 목표인 데이트 앱과 달리, 취미 기반 앱에서는 누군가를 찾겠다는 기대가 낮고 사용자 간 플러팅하는 분위기가 덜해 오히려 만남에 있어서 부담이 적다는 설명이다.

특히 데이트 앱에서는 외모 사진을 앞세워 자신을 표현하는데, 이에 대해 캐롤라이나 알 박사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점에 사용자들이 점점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알고리즘에 의해 매칭이 이뤄지는 것도 있어 데이트 앱의 만남 문화가 비인격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데이트 앱 틴더(Tinder)와 힌지(Hinge) 등을 운영하는 매치그룹(Match Group)의 최근 재무 수치에서도 이 흐름이 반영된 하락세가 포착됐다.

2021년 10월 주당 175달러였던 주가는 현재 약 36달러로 떨어졌다. 또, 유료 사용자가 줄면서 회사는 7월 6%의 직원 감축을 발표했다.

비단 틴더와 힌지뿐 아니라 다른 소개팅 앱도 하락세다. 도이치뱅크는 상위 200개 데이팅 및 소셜 연결 앱을 분석했는데 데이팅 앱 다운로드가 전 세계적으로 정체기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취미 기반 앱의 성장세와는 대비되는 결과다.

레터박스드는 혐오, 인종 차별, 동성애 증오 등의 표현에는 엄하게 조치하지만, 취미 앱 특유의 따뜻하고 끈끈한 분위기로 이러한 조치를 취할 일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그레이스우드는 “어떻게 하면 자유롭고, 선하고, ‘좋은’ 느낌을 유지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회원 관심사 명확...타기팅 광고 하기 좋은 플랫폼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도 스트라바와 레터박스드 등 취미 기반 앱을 조명하는 보도를 냈다. 대형 소셜미디어에 지친 대중들이 사용자 친화 기반 앱으로 몰려들고, 이를을 상대로 마케팅할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대형 소셜미디어 대신 스트라바와 굿리즈, 레터박스드와 소셜 음악 감상 앱인 에어버즈(Airbuds)를 주로 사용한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거주 한 남성(24)은 “이 앱들을 사용하면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 큰 이벤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어떤 중요한 것들을 게시글로 업로드하는데 반해, 스트라바에서는 팔로워들의 게시글을 보고 그저 '친구가 뛰러 갔구나'라고 생각만 들 뿐이다”고 덧붙였다.

스트라바, 레터박스드 외 등산 리뷰 앱 올트레일스(AllTrails), 레스토랑 순위 평가 앱 벨리(Beli)도 관심사 기반 앱으로 광고주들이 눈 여겨 보는 플랫폼이다.

올트레일스는 2024년 4월 6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작년에는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과 사용자가 큐레이팅한 45만 개의 하이킹 코스로 ‘올해의 아이폰 앱’으로 선정됐다.

벨리도 뉴스피드와 좋아요, 댓글 같은 기본 소셜미디어 기능으로 사용자 참여를 늘렸다. 지난 2년간 사용자 수는 약 2000% 증가했다.

등산 리뷰 앱 올트레일스는 사용자끼리 하이킹 코스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기능을 제공한다. 사진=올트레일스
등산 리뷰 앱 올트레일스는 사용자끼리 하이킹 코스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기능을 제공한다. 사진=올트레일스

전문가들은 기업이 타깃 마케팅을 하는데 있어 이러한 앱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USC 애넌버그의 디지털 소셜미디어 교수인 카렌 노스(Karen North)는 특정 고객 타기팅은 물론 대형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기업들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고 짚었다.

가령 스트라바는 패스트푸드 전문점 치폴레(Chipotle), 신발 회사 브룩스(Brooks) 등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레이션 했다.

레터박스드는 영화 스튜디오 및 배급사와 협력해 레터박스드 회원 대상 비공개 프리뷰 행사를 열었다. 이에 대해 그레이스우드는 “특정 영화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타기팅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려할 때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스 교수는 대형 소셜 미디어가 여전히 영향력이 있지만 취미 기반 앱의 미래를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아직 힘이 센 이유는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검색 엔진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럼에도 “인간은 궁극적으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중심으로 모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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