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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지만 담배가 아닙니다”

[스페셜 이슈] 우리가 몰랐던 담배 : ‘알 권리’ 되찾기의 시작

미국보다 자유로운 한국, 글로벌 담배회사엔 ‘규제 프리존’
너무나 협소한 담배 법적 정의…타르는 ‘나머지’ 의미할 뿐
정부, 공개되는 성분 정보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 시작 시점
명확하고 직관적인 전달 필요…PR의 역할 본격적 주목돼야

  • 기사입력 2024.09.02 08:00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담배 유해성분 자료 제출 의무화 및 대국민 공개 등 관리 체계 마련은 윤석열 정부가 설정한 120대 국정과제의 하나다. 그리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담배의 유해성분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법적 체계인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담배유해성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23년 10월이다.

더피알은 그해 매거진 3월호에서 한국이 글로벌 전자담배 마케팅의 전장이 된 배경을 다루었고, 7월호에서는 금연 캠페인의 실효성 문제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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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정까지 10년이 걸렸다. 식약처가 2월에 개최한 포럼에서 한연경 식약처 위생용품정책과장의 발표자료
법 제정까지 10년이 걸렸다. 식약처가 2월에 개최한 포럼에서 한연경 식약처 위생용품정책과장의 발표자료

2025년 11월 1일 시행 예정인 ‘담배유해성관리법’이 통과되기까지 10년의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현재 담배산업 규제에는 여전히 많은 허점이 존재한다.

KT&G가 전매청이었던 시절부터 담배 주무부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약칭 기재부)는 올해 1월 ‘국내 담배 판매량 전년 대비 0.6% 감소, 4년 만에 감소세 전환’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4년 만의 1회 감소에 ‘세’를 붙여 발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담배를 포함한 실질 판매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근슬쩍 흘리듯 발표한 것도 모양새가 좋지는 않았다.

기재부는 역대 가장 강력한 가격정책이 단행된 2015년이 아니라 그 전해인 2014년을 기준으로 담배 관련 통계 지표를 제시한다. 상황이 나빠져도 2014년보다는 낫다고 하려는 듯한데, 제세부담금(세금 수입)이 10년 전에 비해 67.7% 늘어난 것은 기재부의 방향성을 드러낸다.

기재부가 올해 1월 발표한 보도자료의 연도별 담배 판매량 반출량 및 제세부담금. 작년 발표에서는 액상담배를 포괄하는 '기타' 항목이 있었지만 올해 발표에서는 '등'으로 포함시켰다.
기재부가 올해 1월 발표한 보도자료의 연도별 담배 판매량 반출량 및 제세부담금. 작년 발표에서는 액상담배를 포괄하는 '기타' 항목이 있었지만 올해 발표에서는 '등'으로 포함시켰다.

당신이 모르는 담배

담배유해성관리법에서 규제 대상인 ‘담배’의 개념은 담배사업법 제2조의 정의를 준용한다.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이 담배다.

이는 전통적인 담배 제품을 규제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지만, 최근 담배산업의 변화로 인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연초 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된 성분으로 만든 제품, 또는 연초와 무관하게 화학적으로 제조된 합성 니코틴 제품은 기존 법 정의에 포함되지 않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은 채 시장에서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가게에서 액상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연초잎을 사용하지 않거나 연초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합성 니코틴은 담배사업법에서 정의하는 담배에 해당되지 않아서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가게에서 액상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연초잎을 사용하지 않거나 연초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합성 니코틴은 담배사업법에서 정의하는 담배에 해당되지 않아서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진=뉴시스

세계 각국의 담배 규제 체계는 담배 제품의 정의와 관리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브라질과 EU는 담배잎 이외 부분으로 제조한 담배 제품까지 포괄하는 규제를 시행 중이며, 호주와 캐나다도 포괄적 규제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국제담배협약(FCTC)에서 채택한 제한된 정의를 유지하고 있다.

FCTC 비준국이 아닌 미국은 모든 출처의 니코틴을 포함한 담배 제품을 규제하면서 “의약품, 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또는 건강기능식품 등과 결합하여 판매될 수 없다”는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담배와 관련 없는 용도로 담배 제품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1972년의 대한민국 ‘담배전매법’은 “연초, 잎담배, 제조담배, 담배유사품 및 담배부산물”을 담배의 정의로 규정해 사용했다. 현재의 담배산업과 시장 상황에 오히려 더 부합하는 정의라 하겠다.

이후 사상 첫 여소야대 구도였던 국회가 1988년에 제정한 담배사업법(1989년 시행)에서는 “연초·잎담배 및 제조담배”로 그 범위가 축소됐고,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현재의 개념으로 다시 소폭 조정된 것이다.

당신이 모르는 타르

중국을 제외한 세계 담배시장 최대 업체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과 2위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는 “한국은 우리 회사의 글로벌 톱 마켓중 하나”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이 ‘담배 규제 프리존’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담배 제품에 포함된 특정 성분과 배출물에 대해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 항목은 아래 10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다.

△Flavor(가향제) △건강에 이로운 인식을 줄 수 있는 물질(비타민 등) △에너지 활력 관련 원료(타우린 등) △색소 물질 △배출물 착색제 △니코틴 흡수 촉진 물질 △미연소 상태일 때, CMR(발암성, 변이원성, 생식원성) 속성을 나타내는 물질 △식물보호제(잔류농약 등) △매력적이게 하는 요소(tobacco capsules, filter 등) △TNCO(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 ceiling 규제 등 

그리고 한국은 이 10개 카테고리 모두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국가별 담배제품 성분 및 배출물 규제 현황. 동국대 약학과 권경희 교수 발표자료
국가별 담배제품 성분 및 배출물 규제 현황. 동국대 약학과 권경희 교수 발표자료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 전인 현재, 담배제품 사업자가 한국 정부에 제출해야하는 보고사안은 품목별 판매가격과 품목별 담배연기 성분 중 타르와 니코틴 측정결과 뿐이다. 많은 나라들이 독성물질이나 유해물질 등에 대해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더욱이 담배포장지에 표기되는 두 성분 중 ‘타르’에 대해 WHO는 “규제의 타당한 근거가 아니며, 수치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타르’는 배출물에서 수분과 니코틴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성분의 집합체로,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타르가 무엇이고 왜 의미가 없는지를 국내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은 2018년의 글로벌 담배회사들이었다. PMI와 BAT는 궐련형 전자담배 브랜드인 아이코스와 글로의 타르 배출량이 일반 궐련담배보다 많다는 식약처 발표에 반박하면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렇게 타르 배출량이 공방의 대상이 되면서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하나 더 드러난 것이 있다. 담배 포장에 표기되는 니코틴·타르 함량을 조절하는 것은 연초 성분이 아니라 필터에 있는 미세구멍의 크기와 개수라는 점이다.

저타르·저니코틴 담배는 이 미세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니코틴·타르가 많기 때문에 더 적은 양이 배출되는 것으로 측정되는 것이다. 흡연자가 필터부분을 더 넓게 물고 더 강하게 빨면 저함량이 아닌 제품과 동일하거나 더 많은 타르와 니코틴을 흡입하게 된다는 뜻이다.

올해 2월 식약처 주최 포럼에서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이제는 타르에서 벗어나 실제 유해한 성분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유해성 홍보가 필요하다”며, “가장 고도화된 국제 인증 시험 방식인 ISO intense를 일괄 도입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함량 담배의 진실. 자료=금연이슈리포트 총권 제47호-3
저함량 담배의 진실. 자료=금연이슈리포트 총권 제47호-3

이제 시작된 ‘알 권리’…메시지 관리 중요

담배유해성분관리법에 따라 식약처는 관리 필요성이 높은 유해성분을 선정하고 해당 성분에 대한 분석법의 타당성을 검증해 그 지정 결과와 분석법에 대한 고시를 제정·시행하고 유해성분 정보를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11월 법 시행 이전에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가 설립될 예정이며, 이 위원회는 식약처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담배정책의 중앙컨트롤타워가 마침내 생겨나는 것이며, 식약처가 담배 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첫 근거가 된다.

최재욱 교수는 “어렵게 이 법이 만들어져서 이제 기반이 만들어진 부분이 시행되는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돼서 그 효과·성과를 빨리 낼 수 있도록 지연되지 않는 것이 이쪽 관련돼 일하고 있는 우리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2월 포럼의 종합토론에서 정부법무공단 이산해 변호사는 “담배유해성관리법의 핵심은 유해물질을 지정하고 검사·공개하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 담배 사업자들의 직업 및 영업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의 실효성과 법적 분쟁 가능성은 하위 법령의 내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이 변호사는 전자담배 성분 유해 여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로 인한 법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정부의 대비를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실제 어떤 원료가 들어 있고 유해 성분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며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분 공개와 관련해 단순히 성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 정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성분의 영향과 효과에 대한 해석을 제공해야 한다”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희진 교수는 “담배 유해성 관리법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각 기관 간의 협력과 일관된 메시지 전달이 필수적”이라며 “각 기관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서로 다른 메시지가 발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각 기관이 일관되게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청소년과 비흡연자의 흡연 시작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러한 목표를 유해성 관리와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정말로 국내외 담배 규제의 최신 동향과 관련 법적 정의의 변화, 그리고 보다 포괄적인 담배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공개된 성분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며, 이러한 정보를 보다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도 모색해야 한다. PR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주목되어야 하는 이유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액상담배를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제품들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액상담배를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제품들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법적으로 담배가 아닌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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