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그야말로 돌발상황이었다. 예기치 않은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해프닝이 ‘사고’로 이어졌고 수습하기 난감한 지경에 이르렀다. 저마다 최선의 판단을 했지만 저마다 완전히 지혜롭지는 못했고, 누군가의 지혜 부족은 도드라졌다.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 유명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에서 테너 김재형에게 앙코르가 터졌다. 극에 흠뻑 빠져든 청중들의 돌발 행동이었다.예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재형은 청중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노래를 또 한 번 부르는 것으로 반응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폭력은 남의 문제가 아니야. 너도 제노사이드를 저지를 수 있어.”보통 사람인 우리 안의 12가지 제노사이드 심리를 파헤친 『폭력의 전염』(이스라엘 차니 지음, 김상기 옮김)이 하고 있는 말이다.제노사이드는 고대 그리스어로 ‘인종’을 뜻하는 ‘genos’와 ‘학살 또는 살인’을 뜻하는 라틴어 ‘caedere’의 합성어로, 이 용어는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폴란드계 유대인 변호사 라파엘 렘킨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는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 예방과 처벌에 관한 협약’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렘킨은 홀로코스트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우리가 진정으로 주체적일 수 있다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인생의 풍파도 너끈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힘으로 어떤 사건이나 환경을 바꿀 수는 없다 해도, 그 상황을 대하는 마음 자세와 태도는 우리 의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여기 사람과 개가 묶여있다.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둘 다 절망적이라 해도 둘 사이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그게 무엇일까. 사람에게는 생각할 수 있는 능력, 구체적으로 ‘이성’이 있지만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생명은 그래요.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정현종 시인의 시 ‘비스듬히’를 어딘가에 비스듬히 기댄 채 읊어본다.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생명, 너남 없이 누군가의, 무엇의 덕분에 살아가는 우리 생명들.척박한 환경과 불확실한 미래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을 수 있고, 꿈을 이뤄볼 마음을 내는 것은, 즉 생명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청년은 꿈의 세대임에도 우리나라에서 청년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은 미안하고 민망하다. 몰라도 뭘 한참 모르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같아서다.제 밥벌이 수단도 마련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들이 부지기수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해도 자신의 일을 통해 꿈을 이뤄가고 꿈을 쫓는 경우가 얼마나 되며,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과 직업을 가진다 해도 자신의 꿈과 희망으로 연결될 가능성엔 의구심이 올라오기 때문이다.그럼에도, 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꿈, 다른 말로 희망이 없는 인생을 산다는 것은 살아도 산 것이
더피알=김경탁 기자 | 한 달 전쯤, 일론 머스크가 칸 라이언즈 무대에서 광고주들의 유해콘텐츠 불매를 ‘검열 시도’라고 주장해 엑스닷컴(이전 트위터)의 곤궁한 처지를 더 수렁으로 빠뜨렸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 유사한 이슈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발생했다.올림픽 개막식의 일부 연출이 기독교 신앙을 모욕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일부 광고주의 광고철회까지 이어지자,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 사과와 함께 개막식 동영상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개막식에서 드래그 퀸과 트랜스젠더 모델, 반나체로 등장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물과 불처럼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필수품은?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공기? 아니면 건강? 돈?셋 다, 또는 그 밖에 다른 어떤 대답도 틀린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질문이 요구하는 답은 ‘우정’이다.고대 철학자 키케로(B.C.106~B.C.43)가 그의 저서 ‘우정에 대하여’에서 의미심장하게 한 말이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겐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겠다. 솔직히 우리 시대에 우정이란 말처럼 빛바래고 심드렁해진 의미도 없지 싶기에.“우정이란 미덕을 바탕으로, 서로 안정적 조화를 이루며 신뢰를 가질 때만 가능한 것”이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에 대한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다양하지만 여기, 현대인의 현실에 잘 어울리고 우리 마음에도 썩 드는 행복에 대한 정의가 있다.“모든 행복의 시작과 뿌리는 먹는 것에 있다”는. 쾌락이 곧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말이다.먹는 즐거움, 왕성한 식욕의 행복이 얼마나 크면 요즘은 생판 남이 먹는 것에서조차 행복을 느끼게 하는 ‘먹방’까지 있을까.그러나 잠깐. 먹는 것이 행복의 원천임에는 분명하지만 먹는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먹을 것이냐에 있다는 말
더피알=김경탁 기자 |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고령의 운전면허 소지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사회적 통제를 받고 있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의 적성검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고, 많은 지자체에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제를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이런 정책에 대해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 저하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이유로 찬성하는 입장과 노인의 이동권 제한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과연 고령자의 운전이 정말로 상대적으로 위험한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7월 5일 국회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이른바 MZ세대의 정의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 추구’, 이 두 가지가 젊은 세대의 뚜렷한 특징이라면 이들의 행복 또한 거기에 기대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터.SNS가 또래들과의 주요 만남의 장이 되어 진귀한 음식, 고가의 명품, 화려한 해외여행 등 물질적 가치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첫새벽 지하철의 주 승객은 60~70대. 심지어 80대도 드물지 않다니 고령임에도 이른 새벽부터 최저 임금이나 허드렛일을 하러 가야 하는 사람들의 시름이 읽힌다.공사 현장을 지나다 보면 이른바 노가다 일을 하는 사람의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이란 사실에 연민이 느껴진다. 자기 혼자의 입벌이를 하거나 배우자를 돌보기 위해 돈을 버는 고령층일 수도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다 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늙은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처지도 있으리라. 과연 언제까지….한창 일할 나이의 20대 후반, 30대
더피알=신호창 | 선거캠페인 개혁이다. 언제부터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개혁 정책들이 반복되어 시행되지만 해결되지 않은 채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다.국민연금, 남북관계, 지역균형발전, 저출산 고령화, 교육혁신, 일자리 창출, 노동권 등은 30년 전부터 거론되어 왔다. 만약 대통령 선거 캠페인 동안에 이 정책과 정책 실행 방법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선거 결과가 곧 사회적 합의이기에 당선자는 바로 정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정식 선거캠페인 기간을 지금보다 3배 이상 늘리고 후보자간 토론은 주요 정책별로 최소 1회 이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백수(白壽)와 백수(白手)의 시대, 우리사회 난맥상의 무거운 키워드다. 대책 없는 백수(白手)로 인해 역시 대책 없는 백수(白壽)가 고달프다. 미래대책이 없는 청년실업자들이 100세 시대를 앞둔 부모의 노후대책을 발목 잡고 있다.더 안타까운 것은 걸렸던 시동이 맥없이 꺼진 일. 성인자녀들이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 둔 탓이다. 그렇다고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무작정 일을 놓았고 당장의 돈도 앞날의 꿈도 사그라들었다. 백수(白壽)와 백수(白手)가 함께 출구 없는 미로에 갇혔다.고군분투,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타자(他者)에 대해 생각한다. 나에 대해 생각한다는 말과 다름없는 말이다. 나아가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타자 속에는 이미 내가 반영되어 있고, 나와 그리고 모든 타자들이 곧 ‘사람’이기에.나만 따로 똑 떼어 생각해 본다거나, 나는 쏙 빼고 타자들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은 진정한 인간 이해가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타자 속에서 존재한다.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 내가 놓인다. ‘끼리끼리 다닌다’는 말이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이 그 뜻이다. 타자 중에서는 상호작용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악에 대해 생각해 본다. 구체적으로 악인에 대해. 악인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해.미국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기술한 ‘악의 평범성’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악의 평범성이란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이 반사회적 성격장애자 같은 특별히 악한 사람이 아닌,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따른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음에서 비롯된 개념이다.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맡은 바 소임, 즉 돈 받고 일하는 직업적 측면에서 유대인을 한 명이라도 더 처단하지 못할까 봐 양심의 가
더피알=김경탁 기자 | 너무 끔찍하고 처참해서 스너프 필름을 연상시키는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 이미지 광고 스캔들(스캔들이라 쓰는 게 맞아 보인다)은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이 걸어온 길과 오랜 기간 미디어 저널리즘 분야에서 진행중인 여러 풍경에 대해 많은 상념을 일으킨다.독점 사과? 유사 사과, 가짜 반성국내외 여러 언론매체들은 애플이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광고에 대해 “사과했다”는 보도를 내보냈지만 정황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걸 사과로 봐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예를 들어, 대한민국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반려자가 필요하다. 아담이 혼자 사는 것이 안쓰러워 이브를 만들어 주셨듯이.그런데 그 자리를 개, 고양이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반려자 대신 반려동물이. 반려동물을 기를 여건이 되지 않아 어떤 사람에게는 식물이 반려(伴侶)가 되기도 한다. 반려식물이란 말이 더는 낯설지 않다.그런데 사람과도, 동물과도, 식물과도 함께 살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 누구와 함께 살까. 왜냐하면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놀랍게도 돌과 함께 산다는 사람들이 있다.이른바 ‘반려
더피알=신호창 | 의대 증원으로 시끄럽다. 기시감이 드는 과거 정책이 2개 있다. 4대 강과 졸업정원제다.4대 강은 2008년,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어릴 적 강변을 걸으면서 생각했던’거라며 사업을 공식화했다. 이 사업은 지금도 예산 낭비와 복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졸업정원제는 ‘서울의 봄’으로 시작한 군사정권은 심각한 대입 경쟁을 완화한다며 1982년부터 도입했던 정책이다.졸업정원을 두는 대신 입학 정원을 없애서 대입 학생 수를 2배 이상 늘렸다. 부작용으로 몇 년 뒤에 폐지했으나 서울 소재 대학들도 입학 정원이 단박에 2
더피알=신아연 | “실수하길 정말 잘했어요!”친척 언니는 슬하에 아들 셋을 두었다. 셋 다 일찌감치 결혼했지만 손주는 단 한 명. 자녀 계획은 애초 셋 다 없었는데, 둘째 아들이 그만 ‘실수’로 딸 하나를 낳았단다.“실수하길 정말 잘했어요.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요즘은 젊은 부부들한테 애 낳으라고 말하고 다닌다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낳는 건데.”친척 언니의 ‘딸바보’ 둘째 아들은 그렇게 솔선하여 ‘출산 전도사’가 되었다. 그 말을 들으니 국가나 부모, 주변 어른들이 아닌 같은 처지의 당사자가 ‘자녀는 있는 게 좋다’며 경험
더피알=신아연 | “내 나이가 올해 90살이요, 무려 90살이라고요!”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내 옆의 옆자리 남자 노인이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본인 일행과의 대화인 줄 알고 소리를 듣고도 모두들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러자 노인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자신의 나이가 90세라고. 그제야 함께 탔던 사람들이 하나 둘 쳐다보기 시작했고, 뭐라고 대꾸해야할지 난감해하던 차에 대표로 내가, 앉은 자리에서 목을 빼고 “정말 젊어 보이시네요!”라며 짐짓 감탄했다.그러나 그분은 나 하나의 반응 정도로는 성이 안 찼는지 다시금 지하철
더피알=신아연 | 8년 전인 2016년, 고관절 골절 수술 중 황망히 돌아가신 필자의 어머니.위중 상태에 빠져 곧장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가족 전원이 인공호흡기와 각종 센서, 콧줄 등 이른바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편하게 운명토록 해 드린 것이 세월이 지날수록 위안이 된다.비록 작별 인사 한 마디 나누지 못했지만 연명 치료과정에서 겪게 될 어머니의 고통을 생각하면 자식들의 아쉬움은 두 번 째고 그렇게 보내드린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그렇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후인 2018년에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