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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의 뷰스] 늦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영화 ‘1923 간토대학살’과 폭력의 12가지 심리

  • 기사입력 2024.09.03 08:00
  • 기자명 신아연 객원기자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폭력은 남의 문제가 아니야. 너도 제노사이드를 저지를 수 있어.”

보통 사람인 우리 안의 12가지 제노사이드 심리를 파헤친 『폭력의 전염』(이스라엘 차니 지음, 김상기 옮김)이 하고 있는 말이다.

제노사이드는 고대 그리스어로 ‘인종’을 뜻하는 ‘genos’와 ‘학살 또는 살인’을 뜻하는 라틴어 ‘caedere’의 합성어로, 이 용어는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폴란드계 유대인 변호사 라파엘 렘킨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는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 예방과 처벌에 관한 협약’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렘킨은 홀로코스트로 가족 대부분을 잃은 후 제노사이드 연구와 집단학살 범죄를 국제 형법에 포함시키는 데 여생을 바쳤다.

- ‘폭력의 전염’에서 발췌

인류의 대표적 대량 학살인 홀로코스트(제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로 인해 제노사이드(국민, 인종, 민족, 종교 따위의 차이로 집단을 박해하고 살해하는 행위)란 말이 탄생했고, 제노사이드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일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저자는 집단폭력의 12가지 심리로 ‘투사화, 권력욕, 비인간화, 권위 맹종, 무비판적 수동성, 방관자 시선, 집단화, 권위의 남용, 이데올로기화, 희생양 만들기, 부정화(deny), 극단주의와 허무주의’를 꼽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101년 전 우리 민족도 겪었다. 간토대학살이 그것이다.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도 등을 포함한 간토 지방에서 발생한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 민간인과 군경에 의해 조선인들이 무차별적으로 대량 학살됐다. 희생자 수는 약 6600명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2만 3천 명 이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굳이 따진다면 12가지 폭력 심리 가운데 당시 일본 정부의 희생양 만들기와 권위 남용, 이에 맹종한 일본 국민들의 무비판적 수동성과 비인간화, 집단화가 가세한 제노사이드라고 하겠다.

유대인 대학살에 버금가는 한민족 대학살을 다룬 다큐 영화 ‘1923 간토대학살’이 지난 광복절에 개봉한 이래 대한민국과 대한국민의 가슴을 느껍게 적시고 있다.

피해국 국민이라 해도 폭력의 12가지 심리 중에서 적어도 방관자 시선으로는 머물지 않아야 한다는 개인적 각성이 민족적 연대를 맺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이 영화를 봐야 합니다!” 만감 어린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영화관을 나서던 40대 관람객의 목소리가 지금도 선연하다.

홀로코스트가 전 인류에 각인된 것은 그 사실을 알리고 고발하는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고, 노래를 짓는 등 인류 역사에 잊히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땅히 그래야 하며, 영화 ‘1923 간토대학살’로 인해 늦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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