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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장소 뛰어든 인디 패션, ‘팔 의도’ 없어야 팔린다

[브리핑G] 더 자유로워진 팝업, 커뮤니티와 브랜드 연결

매장에서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대신 ‘고객의 공간’ 찾아가기
오프라인 연결 원하는 고객들 위해 판매 중심 아닌 ‘이벤트’

  • 기사입력 2024.09.06 08:00
  • 최종수정 2024.09.06 09:03
  • 기자명 박주범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 | 팝업스토어라고 하면 더현대서울이나 성수동 등 MZ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된 화려한 전시관이나 체험관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디 패션 브랜드들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제3의 장소’, 즉 아티스트 작업실, 헬스장, 커피숍, 스튜디오 공간, 바, 레스토랑에도 매장을 차려 지역사회와 연결하고 매출을 늘리고 있다.

보그 비즈니스(Vogue Business)에 따르면 집(제1의 장소)이나 직장(제2의 장소) 외에 자발적으로 찾는 친숙한 공간을 의미하는 ‘제3의 장소’는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가 1989년에 낸 저서 ‘The Great Good Place’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어떤 전제 조건, 개인적 관심사 또는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접근이 허용되는 중립적 장소”를 의미하는 ‘제3의 장소’에서 개최하는 팝업 이벤트는 커뮤니티 구축을 장려하고 일반적인 매장보다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하며,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사업을 시작한 브랜드가 물리적 존재감을 확립하고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3년 10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서 '강남 패션 페스타' 로드 패션쇼가 진행되고 있다. 2023 강남페스티벌 일환으로 열린 이번 패션쇼에는 국내외 대표 디자이너들과 전문모델들이 참여했다. 뉴시스
2023년 10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서 '강남 패션 페스타' 로드 패션쇼가 진행되고 있다. 2023 강남페스티벌 일환으로 열린 이번 패션쇼에는 국내외 대표 디자이너들과 전문모델들이 참여했다. 뉴시스

이에 대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더디지털페어리(The Digital Fairy)의 루이스 옘스(Louise Yems) 전략 책임자는 “커뮤니티와 연결을 원하고 취미 생활에 시간을 쏟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옘스는 “코로나 시기 동안 물리적 장소에 대한 접근이 감소하고 소셜미디어에 의존하는 일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세계가 ‘제3의 공간’ 역할을 했으나 이제 개인의 열정에 기반을 둔 실생활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제3의 장소'에서 브랜드들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미 큐레이팅된 이벤트를 찾거나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 팝업과 시장을 조직해 취미와 패션이 공존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한다. 팝업 컨셉은 고객이 브랜드의 공간을 찾도록 강요하는 대신 고객의 공간에 나타나는 것. 이 때 브랜드는 ‘제3의 장소’의 원래 목적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액세서리 브랜드 룸숍(Room Shop)의 공동 창립자 셸리 홀스트(Shelly Horst)는 “이미 할 일이나 볼거리가 있는 이벤트에 가는 것은 꼭 돈을 써야 하는 곳에 가는 것보다 압박감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룸숍은 다른 브랜드와 함께 방문객들이 주인이나 다른 손님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사무실 건물에서 오픈 스튜디오를 개최한다.

사진=라로사 제공
사진=라로사 제공

정크야드 쓰리프트(Junkyard Thrift)의 설립자 올리비아 라로사(Olivia LaRossa)는 실제 매장을 운영하지 않음으로써 유연성을 확보했다. 그는 주중에는 재고를 조달하고, 웹 드롭을 촬영하고, 고객을 지원하고 주말에는 작가 워크숍이나 티파티가 열리는 스튜디오, 레스토랑이나 바 등 ‘제3의 장소’에서 팝업을 운영한다.

라로사는 “다른 사람과 연결하려는 욕구에 집중하는 것이 ‘제3의 장소’를 활용하는 완벽한 방법인 것 같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판매 중심이 아닌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중고가게 세븐 무드(Seven Moods)와 땡스 잇츠 쓰리프티드(Thx It’s Thrifted)의 창립자 닉 폴리나(Nik Pollina)는 개인 스튜디오를 갖기 전 ‘제3의 장소’에서 1년간 열었던 팝업 이벤트에 대해 “저렴한 비용과 짧은 시간으로 빈티지와 중고품 판매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얻은 영감으로 현재 브루클린의 스튜디오 매장을 예약과 팝업 전용으로 운영한다.

블루그린액세서리(Bluegreen Accessories)라는 브랜드를 만든 첼시 크리스트(Chelsea Crist)는 술집이나 시장 등에서 팝업공간으로 등장하면서 판매하고 싶은 장소와 시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시장 고객이나 다른 소규모 비즈니스들과 진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브랜드 노출 기회가 많아졌다”고 크리스트는 설명한다. 잠깐 동안만 운영하기 때문에 쇼핑객은 판매 중인 품목을 다급하게 구매하게된다.

사진=폴리나 제공
사진=폴리나 제공

앞에서 언급한 브랜드들 모두 ‘제3의 장소’에서의 수익이 더 높았다고 한다.

최근 있었던 팝업 이벤트에서 폴리나는 평소 주말 매출 1500달러보다 높은 2500달러 이상을 벌었고, 정크야드 쓰리프트는 작년 11월과 12월에 상당한 성장을 기록했다.

폴리나는 “일반적인 주말 매출은 1000달러에서 6000달러 사이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이벤트를 홍보한 후, 특정 주말 이틀간의 팝업으로 약 900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룸숍이 위치한 필라델피아의 보크 빌딩(Bok Building)에서는 매년 봄 가을 오픈 스튜디오 이벤트가 열린다.

해당 건물의 아티스트와 기업이 모두 같은 날 대중에게 문을 여는데, 2022년부터 2024년 봄까지 거의 모든 오픈 스튜디오에서 룸숍은 단골과 신규 고객을 합쳐 약 1000달러의 현장 판매를 기록했다고 한다.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리테일테크와 파괴적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강의하는 트렌드 예측가 에밀리 카멜리(Emily Carmeli)는 뜻밖의 공간에서 시간과 돈을 쓰는 데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공감했다,

카멜리는 브랜드에게 ‘제3의 공간’ 활용이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룸숍의 홀스트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에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면서 “새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최소한 멋진 거리스타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에너지는 전통적인 쇼핑 경험과는 다르다.

정크야드 쓰리프트의 라로사는 ‘제3의 공간’이 성공적인 이유를 개인적이면서도 커뮤니티적인 특성으로 설명한다. “이런 공간은 교감하는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고 고조시킨다”고 라로사는 덧붙였다.

제3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이런 인드 패션 브랜드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꽤 규모있는 브랜드들 역시 다양한 장소에서 이벤트 개최를 모색하는 소식이 들려온다.

패션브랜드 미우 미우는 뉴욕의 카사 매거진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장소에서 '썸머 리드' 이벤트를 개최했다.
패션브랜드 미우 미우는 뉴욕의 카사 매거진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장소에서 '썸머 리드' 이벤트를 개최했다.

세븐무드의 폴리나는 큰 브랜드 매장의 거대한 설치물과 지나치게 인위적인 미학이 쇼핑을 하면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소규모 비즈니스나 ‘제3의 장소’와의 협력이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블루그린액세서리의 크리스트는 “재미있는 DIY 활동, 주문형 제품, 해당 시장에서만 판매되는 한정판 품목 등 고유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대형 브랜드들에게 조언한다.

‘제3의 장소’의 가치는 물리적인 것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에 있다.

더디지털페어리의 옘스는 이러한 공간이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러닝 클럽이 뜨면서 ‘새로운 스트릿웨어’가 발전하고,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을 체육관과 액티비티 센터로 몰려들게 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옘스는 “러닝이라는 활동이 그렇듯이, 사람들에게 있어 어떤 공간에 속한다는 것은 고유한 외부 미적 코드가 거기에 함께 딸려 오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 중 많은 코드가 광범위한 규모로 패션에 침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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