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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파주·제주는 왜 떴을까…거기만 있는 곳들&것들

[이승윤의 DIGILOG]
로컬은 왜 고객 경험의 핵심 키워드가 되어가는가? (下)

일상에서 쉽게 못 겪을 ‘독특한 경험’ 제공해야 살아남아
일부 공간들은 콘텐츠 희소성 위해 프랜차이즈도 안낸다

  • 기사입력 2023.12.12 08:00
  • 기자명 이승윤

더피알=이승윤 | 방문할 가치를 주는 콘텐츠가 중요하게 작용하다 보니, 역으로 해당 공간을 방문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잘나가는 매장이라도 2호점을 내지 않겠다는 공간 기획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먼저 읽을 기사: “100년 된 우물 있는 한식집 어때”…핫플 비결은 ‘콘텐츠’다

대표적인 이가 김왕일 CIC 대표로, 경기도 파주에 450평 규모의 ‘더티트렁크’를 만들어 주말 하루에 수만 명 이 방문하는 등 외식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왕일 대표는 1992년생으로 스스로가 MZ세대에 속하는 사람이다. CIC는 C(Creativity, 창의성), I(Innovation, 혁신), C(Craziness, 똘끼)의 앞글자를 따와 만든 그의 회사 이름이다. 회사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CIC가 만든 공간은 ‘개성’을 파는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대형 카페 '더티트렁크'. 사진=더티트렁크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대형 카페 '더티트렁크'. 사진=더티트렁크

‘콘텐츠’가 잘 피어날 수 있는 공간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접근 방식도 핫플레이스를 찾아 주변에 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 부동산 거품이 심해 높은 임대료를 내야 하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한마디로 입지를 보지 않고,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개성 있는 ‘콘텐츠’가 잘 피어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대부분의 공간 브랜드가 하나의 매장을 히트 상품으로 성공시키면 프랜차이즈화해 빠르게 수익을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는데, CIC는 프랜차이즈를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공한 모델을 복제해 2호점, 3호점을 내는 대신, 모든 매장을 해당 매장에 방문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개성 있는 콘텐츠로 무장한 ‘팝업스토어’라고 생각한다. 로케이션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해서 내놓을 수 있는 전략이라 하겠다.

이처럼 로케이션보다 콘텐츠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기다 보니, 특별한 콘텐츠를 전달할 방식을 고민하면서 최근 로컬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결국 공간에 어떤 스토리를 담아낼 것인가가 중요해졌는데, 그 스토리는 해당 공간이 자리 잡은 로컬에 근거를 두겠다는 말이다.

모든 지역은 해당 지역이 품은 독특한 콘셉트가 존재한다. 해당 지역을 생각할 때 일반적인 대중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독특한 콘셉트의 이미지가 사전에 존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 하면, 대중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해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당 로컬 지역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해녀’라는 콘셉트를 콘텐츠화해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해녀담따’는 해녀를 제주의 독특한 로컬적 문화 가치를 지닌 자산이라 판단하고, 해녀의 가치를 콘텐츠화한 ‘해녀의 부엌’이라는 다이닝 공간을 제주 구좌업 종달리 바닷가에 오픈했다.

이곳은 단순하게 음식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실제 활동하는 해녀들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풀어나가고, 그날그날 해녀들이 잡은 다양한 식재료로 식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가장 지역적인 독특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인 셈이다.

해녀의 삶에 관한 공연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 '해녀의부엌'. 사진=해녀의부엌 인스타그램

독특한 고객 경험으로 만들어지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지역으로 자리 잡은 성수동 역시 단순하게 아름다워 보이는 개성 없는 공간이 아니라, 성수동의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지 고민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체험 공간 ‘아모레 성수’를 오픈할 때, 과거 자동차 정비소였던 장소를 선택하고 의도적으로 공간의 과거 흔적을 보존하여 성수동만의 정서가 해당 공간에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실제 공간을 방문하면 과거 자동차 정비소였을 때 사용되었던 기계 장치들이 ‘화장품 브랜드’가 만든 아름다운 공간 인테리어와 결합되어 의도된 이질감을 얹는다.

이런 거친 느낌 때문에 오히려 해당 공간이 찍어낸 공간이 아니라, 성수동을 방문해야만 느낄 수 있는 그 지역의 정서를 잘 품은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모레 성수 곳곳에 자동차 정비소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아모레 성수

공간 콘셉트를 잡을 때 로컬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해당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이다. 로컬에 자리 잡은 공간이 해당 지역에서 살아가는 지역민들이 모여 콘텐츠가 쌓여가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면 그 또한 독특한 고객 경험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트렁크(TRUNK) 호텔, 교토에 위치한 에이스(Ace) 호텔은 의도적으로 호텔 1층에 아름다운 라운지와 카페를 만들어 주변 지역민들이 모이도록 유도했다.

한마디로 투숙객 중심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나 편하게 들러 교류할 수 있는 소셜라이징 공간으로 1층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런 이유로 이 호텔들은 언제 방문해도, 1층에는 해당 로컬적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개성 있는 지역민들이 모여 있다. 이런 힘이 해당 호텔을 방문하게 만드는 개성 있는 독특한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트렁크 호텔은 시부야 지역의 개성 있는 지역민들을 트렁커(Trunker)라는 브랜드 앰배서더로 임명하고, 이들과 함께 ‘소셜라이징’(Socializing)이라는 매거진을 만드는 등 다양한 콘텐츠 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 이제는 공간의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사람들을 모으고 자극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해당 지역에 자리 잡은 매력 있는 지역민들이 공간에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들이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당 지역민과 외부인이 조화롭게 교류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방문할 가치를 주는 주요한 고객 경험이 되어갈 것이다.

이제는 로컬의 시대다. 로케이션과 동시에 콘텐츠가 중요해짐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로컬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활동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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