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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쿠팡’도 ‘탈CJ’도 실적 앞에선 사치였다

1년 8개월 만에…“이제 쿠팡에서 햇반 다시 팔아요”
CJ제일제당-쿠팡 화해, 서로에 상처만 남긴 대치 끝

  • 기사입력 2024.08.14 17:04
  • 최종수정 2024.08.14 17:05
  • 기자명 김민지 기자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더피알=김민지 기자 | 명분도 자존심도 매출 감소와 성장 제한 그리고 대외환경 변화 앞에서는 사치였다.

오랜 기간 반목해온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다시 손을 맞잡고 직거래를 재개한다. 양사가 2022년 11월 납품가 갈등으로 거래를 끊은 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쿠팡은 14일부터 햇반, 비비고, 스팸 등 CJ제일제당의 인기상품들을 로켓배송으로 판매한다. 비비고 왕교자 판매를 시작으로 고메 피자·비비고 김치·행복한콩 두부와 콩나물·삼호어묵·다시다 등 냉장 및 신선식품 판매를 순차적으로 재개한다.

이후 햇반·스팸을 비롯해 맥스봉 소시지·맛밤·쁘띠첼 등 주요 가공·즉석식품과 해찬들 고추장 등 양념류를 비롯해 백설 식용유·밀가루·설탕·소금 등도 쿠팡에서 만나 볼 수 있게 된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단가 결정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2022년 11월 쿠팡이 제품 발주를 중단하는 등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해 7월에는 CJ올리브영이 중소 업자들을 대상으로 쿠팡 납품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2년여간 지속된 쿠팡과 CJ그룹의 갈등 속에 화해의 무드도 있었지만 견제는 계속됐다.

올해 3월에는 쿠팡이 자사 OTT 쿠팡플레이가 중계하는 야구경기에 CJ그룹 손경식 회장을 초청하면서 양사의 화해 가능성이 조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CJ그룹은 신세계그룹과 금세 손을 잡으며 온오프라인 유통 및 물류, 상품, 미디어 콘텐츠 등 전방위 협업이 이뤄지고 컬리·B마트·네이버쇼핑 등에서도 프로모션을 진행해 이커머스 플랫폼 1위인 쿠팡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곤 했다.

쿠팡과 CJ그룹의 극적인 화해는 업계 내에서 1위를 달리는 두 업체가 서로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인한 것으로 비춰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 입장에서 국내 매출 도모를 위해서는 국내 최대 규모 유통 채널인 쿠팡을, 쿠팡은 햇반, 비비고 등 뛰어난 상품 경쟁력을 갖춘 CJ제일제당을 놓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24.5%(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로 과점은 아니나 활성이용자수로는 독보적인 1위에 위치해있다. 한편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스팸, 비비고 만두, 백설 설탕 등은 50% 안팎의 점유율로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쿠팡은 앞서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량 증대를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 1630억 원의 과징금으로 손실금이 생기고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인한 고객 반발이 있었다. 잡음들이 중첩되자 회원 충성도를 더 높이고자 쿠팡이 이러한 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쇼핑을 과하게 하지 않고 가볍게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도 이탈을 충분히 한다”며 “알고리즘 조작 등으로 신뢰도도 떨어진 상황에 비비고, 햇반 등 로열티가 높은 제품의 소비자들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결합은 알리익스프레스 등 점점 더 커지는 C-커머스의 영향력의 대응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앱 분석 서비스 기업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몰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순위는 쿠팡이 3129만명으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 알리익스프레스(837만명), 3위 테무(823만명)가 11번가·G마켓 등 토종 이커머스 기업을 제치고 쫓아오는 상황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3월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에 입점해 비비고, 햇반 등 대표 상품을 파격가로 판매한데다 CJ대한통운으로 배송으로 소비자의 서비스 만족도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이 없어도 가공완제품이 C-커머스에서 충분히 싼 상황에 CJ의 인기 제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C-커머스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쿠팡 없이 살아남는 ‘탈쿠팡’ 기조를 보여왔지만 쿠팡에서 만만치 않게 팔리는 양도 무시할 수 없었던 모양새다. 알리익스프레스 납품 뿐 아니라 자사몰 CJ더마켓의 월간 회원비를 990원으로 내걸어 회원수를 확보하고 ‘내일도착’ 배송 서비스 등으로 자사몰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쿠팡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타 쇼핑몰 병행이 편한 것은 아니다. 이은희 교수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든 자사몰에서든 모든 제품을 다 구매하지 않을 소비자가 더 많고 쿠팡 고객이라면 쿠팡에서 필요한 모든 걸 다 살 것”이라며 “결국에는 CJ제일제당도 쿠팡을 외면한 것으로 매출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직거래 재개를 위해 협의를 지속해왔다”며 “소비자 편의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쿠팡 관계자 또한 “기본적인 양사 필요에 의한 거래 재개”라고 말하며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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