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출입

데이터로 본 컬리의 위기, 이커머스 전쟁 돌파구는

[포커스 온 트렌드&데이터]

쿠팡 독주·경쟁앱 추월에 중국 앱 급상승이 보여주는 저가 트렌드까지
올해 안에 흑자 달성 안되면 기업가치 하락에 경영권 위태 가능성도
실패 선례 많은 퀵커머스 곁눈질…브랜드 컬러 살린 뷰티는 성과

  • 기사입력 2023.12.29 08:00
  • 최종수정 2024.01.01 02:24
  • 기자명 김민지 기자
사진=컬리

더피알=김민지 기자 | 색깔있는 브랜드 마케팅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신성이라 주목받았던 컬리가 문자 그대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컬리는 최근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와 유사하게 1시간 내외로 상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컬리 관계자는 시행 여부가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비슷한 형태로는 시도해 볼 것이라고 사업 확대 가능성을 인정했다.

컬리가 신선식품 사업에서 벗어나 뷰티브랜드 전용관 ‘뷰티컬리’를 론칭하고 퀵커머스까지 언급하는 것은 수익 개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현 상황과 결부되어 있다.

컬리는 연초에 국내 증시 상장을 시도했으나 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현재는 연기한 상태다. 실적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더 높이고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것도 고려해 계획을 철회했다.

5월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아스펙스캐피털로부터 각각 1000억 원, 200억 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올해 말까지 흑자를 내지 못하면 전환우선주 전환비율을 1대 1에서 1대 1.85대로 조정하는 조건을 약속했다.

흑자 전환에 실패하면 현재 설정된 주당 발행가액 6만6148원에서 3만5829원으로 낮아진다. 기업 가치 또한 이에 비례해 크게 하락한다.

김슬아 대표의 현재 컬리 지분율은 5.91%. 컬리 최대주주는 투자사들로, 현재 앵커PE(10.87%), 힐하우스캐피털(10.33%), 세콰이어캐피탈(8.85%), DST글로벌(8.84%)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경영권에도 위협이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불안정한 경영권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상장 예비 심사 과정에서 컬리에 지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창업 이래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세를 뒤집으려는 노력이 불가피해졌다.

컬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여러 전략을 세웠다. 뷰티 시장으로 사업 확장 유료 멤버십 출시로 매출을 올리고 창원·평택 물류센터 확대로 생산성을 높여 영업 손실을 줄였다. 덕분에 올해 3분기 매출 5288억 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누적 영업손실은 1185억 원으로 지난해 동분기(1836억 원) 대비 35.5%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독점력 잃은 사업 아이템, 치고 올라오는 경쟁사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상황이지만 컬리의 사업이 지속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한 해 간 여러 변화를 꾀했지만 컬리 사용자 수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컬리는 11월 기준 사용자 수(MAU)가 약 308만 명으로 이커머스 기업 중 9위에 머물렀다. 한 해간 10만 명 안팎의 변화만 있었다.

이 와중에 공동 구매 커머스 앱 올웨이즈는 작년 59만 명에서 현재 316만 명까지 사용자수가 꾸준히 늘어나더니 결국 컬리를 제쳤다.

더군다나 월 2700만 명대로 모든 쇼핑 분야에서 점유율 1등을 차지하고 있는 쇼핑 공룡 쿠팡은 식료품 구매 채널로도 확장세를 떨치고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6월부터 10월까지 소비자 10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주로 구매하는 플랫폼으로 쿠팡이 24.2%로 가장 높았고, 그뒤로 2위인 네이버쇼핑이 17.6%, 마켓컬리는 12.0%로 3위에 그쳤다.

이에 대해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빠른 물류배송, 다양한 제품 소싱, 와우 회원 혜택으로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했다"고 평가했다.

당일 배송도 고려중...경쟁력은 미지수

컬리는 그동안 ‘샛별배송’(새벽 배송)과 ‘신선 식품’ 대표 브랜드라는 정체성과 자신감에 기반해 사업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컬리를 규정하던 정체성은 이미 독자성과 변별성을 잃은 상황이다. 초반 기세를 몰아치지 못하면서 아이디어의 독점력이 희석된 것이다.

컬리는 업계 최초로 신선 식품을 새벽에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성장한 쇼핑몰인데, ‘로켓배송’으로 익일+새벽배송을 지원하는 쿠팡이 쇼핑 업종 전체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다른 경쟁사 또한 익일배송이 필수가 되면서 차별 포인트가 사라졌다

컬리는 당일 배송 서비스로도 눈을 돌려 보고 있다. 6월 '오늘 저녁 뭐 먹지' 라이브 방송 이벤트를 통해 간편식 제품을 당일 오후 6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컬리 측은 “해당 이벤트에서 고객 반응이 좋아 이를 확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배달 전문으로 특화된 업체와의 경쟁에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배달원 시스템을 온전히 구축하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도시거점마다 구축하는 도심형 물류센터를 확보하면서 ‘B마트’와 ‘요마트’가 퀵커머스 업계에서 많은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선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쿠팡의 막강한 회원기반에도 불구하고 쿠팡이츠는 9월 서울 강남구·서초구 권역에서 퀵커머스 사업 ‘쿠팡이츠마트’를 종료해 송파구·강동구에만 지원하고, 전통의 유통공룡이자 대기업인 롯데의 롯데슈퍼도 ’1시간 바로배송‘을 2월에 종료했다.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컬리 관계자는 퀵커머스에 대해 “배달업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식료품 큐레이션에는 경쟁력이 있는 만큼 상품 발굴을 잘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 시도할지는 정해진 것이 없지만 새벽배송 외에도 저녁에 받아보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서비스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가 트렌드에 프리미엄 이미지...뷰티컬리로는 통할지 기대

컬리의 독보적인 사업 아이템이었던 신선 식품 배송은 경쟁 구도에 놓인 타 업체도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신 컬리는 사업다각화를 선택해 기업 가치를 쌓는데 역량을 쏟고 있다.

SSG닷컴과 이마트몰도 이마트 식품 카테고리 기반으로 컬리를 뒤따라오고 있다. 쿠팡은 올해 중소상공인의 유통을 지원하는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출시해 지역 농가 판매자의 입점을 받으며 신선 식품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컬리는 자사브랜드 간편식에도 주력해 고객의 마음을 얻었지만 이 또한 주 구매채널이 뺏기는 상황에서 돌파구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더욱이 경기 불황으로 소비 트렌드가 저가 위주로 변하고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저가 쇼핑 앱이 급상승하는 상황이다.

컬리와 종종 비교되고 있는 올웨이즈는 공동구매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지출을 아끼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월 대비 11월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2위가 알리익스프레스, 3위가 올웨이즈로 모두 파격적인 가격을 내놓는 이커머스다.

여준상 교수는 "제품 품질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초저가 쇼핑 앱도 장기적으로는 성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저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컬리의 위치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생필품 중심의 산업군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로 더 이상 승부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그 대신 컬리 만의 스타일은 뷰티 브랜드와 어울릴 수 있는 조합이었다.

컬리는 지난해 ‘뷰티컬리’를 론칭해 신선 식품과 샛별배송에만 한정하지 않으려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에스티로더, 르네휘테르, 산타마리아노벨라 등의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단독 기획 상품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출시 1년 만에 누적 구매자 수 400만 명, 주문 건수 600만 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뷰티컬리 공식 모델 블랙핑크 제니 F/W 시즌 화보. 사진=컬리
뷰티컬리 공식 모델 블랙핑크 제니 F/W 시즌 화보. 사진=컬리

뷰티컬리의 향후 성과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CJ올리브영의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의 올해 1~11월 이용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급증했고 7월에 오픈한 쿠팡의 뷰티프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도 뷰티컬리와 비슷하게 명품 화장품을 여럿 입점시켰다.

쿠팡은 더 나아가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플랫폼 ‘파페치’까지 인수하면서 명품업계 판매몰 이미지까지 장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다이소와 배달의민족까지 화장품 당일배송 전쟁에 합세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뷰티컬리를 론칭하던 당시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는 다양한 쇼핑이 가능한 일상 장보기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카테고리를 품을 수 있을지, 상장을 앞두고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