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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공정위와 쿠팡 양측 다 일리는 있어”

공정위의 쿠팡 제재 사태, 치열한 법리 싸움으로 이어질 것
넓게 본다면 관행... 엄격한 잣대로는 ‘고객 기망’ 소지도

  • 기사입력 2024.06.17 15:13
  • 기자명 한민철 기자

더피알=한민철 기자 ㅣ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검색순위를 부당하게 조작했다며 제재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후폭풍이 거세다. 공정위는 쿠팡 측을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을 예고한 상태로, 쿠팡은 공정위의 1400억 원의 과징금 부과 등에 대한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맞대응을 시사했다. 그만큼 이번 사태는 치열한 법리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 상황에서 양측 말에 전부 일리가 있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엄격하게 따지면 공정위 측의 주장이 옳다고 볼 수 있지만, 업계 전반의 관행 등을 통해 넓게 본다면 쿠팡 측의 항변도 설득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향후 검찰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쿠팡에 대한 기소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쿠팡의 검색순위 조작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의 검색순위 조작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공정위 발표 중 검색순위 조작 부분은 크게 두 가지를 쟁점으로 하고 있다. 먼저 쿠팡이 소비자 몰래 상품 검색순위인 쿠팡랭킹에 PB(자체 브랜드) 상품과 직매입 제품이 상위에 노출되도록 조작했는지 그리고 이런 행위로 인한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피해가 있었는지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제품에 유리한 쿠팡랭킹 알고리즘 설계와 임직원을 동원한 구매 후기 작성 등의 조작 행위로, 다수의 일반 중개상품은 검색순위 상위 노출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쿠팡이 지난 2015년 한 언론보도에서 “판매량 등의 객관적 데이터로 상품 검색순위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음에도, 이런 검색순위 조작으로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 선택이 저해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제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하기 위해 활용했다는 3가지 알고리즘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쿠팡도 자사 제품의 검색순위를 상위에 올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쿠팡 측은 이것이 부정한 조작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전부터 선을 그어왔다. 자사 상품의 검색순위를 상위에 올리는 게 조작이고 차별적 행위라면, 대형마트에서 자사 PB상품을 매출 효과가 높은 ‘골든존’ 매대에 진열하는 행위도 같이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쿠팡 측은 이번 공정위의 발표에 대한 반박 자료에서 대법원이 지난 2019년 10월 18일 선고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원고: 삼성전자, 피고: 공정위)의 판례를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사업자의 행위가 불공정 거래로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 그 행위로 인해 일반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 저해되거나, 다수의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등 업계 전체의 공정한 거래 질서에 미치게 될 영향 ▲ 사업자가 해당 경쟁 수단을 사용한 의도 ▲ 경쟁사업자의 모방 우려 여부 ▲ 그와 같은 경쟁 수단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춰 허용되는 정도를 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원심 재판에서 이동통신 3사가 공급가에 물류비용을 더한 수준에서 출고가를 결정하던 기존 관행과 다르게, 계약모델의 경우 삼성전자가 높은 수준의 출고가 안(案)을 제시하는 등 출고가 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봤다. 이는 ‘상품 등의 거래조건 등에 관해 실제보다 유리한 것으로 오인시켜 고객을 유인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자사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하는 행위’가 기존 이커머스나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일반적 관행에 크게 어긋나는 행위인지 살펴봐야 한다.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민사 전문 변호사는 “넓게는 관행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공정위처럼 세세하게 따져야 한다면 관행이라고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의 경쟁사도 상품 검색 시 계열사 제품이나 PB 상품이 상위 결과로 나오고 있고, 이건 오래전부터 다수의 업체가 해오고 있는 판매 전략이기에 이것 자체는 관행으로 봐야 한다”라며 “업체마다 계열사 제품이나 PB 상품의 경우 ‘AD’ 또는 ‘광고’라고 표시하며 검색 시 유리한 부분에 관행처럼 노출해왔고, 쿠팡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특히 쿠팡의 경우 제품 검색 결과의 바로 옆에 ‘광고’라고 표시하면서 제휴업체의 판매상품으로 일반 상품보다 우선 정렬한다는 설명까지 들어가 있다. 이는 소비자가 상품 검색 결과로 구매에 피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의 반박 근거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PB 상품을 상위에 고정 노출한 점 자체는 업계 관행으로도 볼 수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 삼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 측이 지적하는 대로, 상위 노출 과정에서 알고리즘 조작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면 이는 관행으로 용인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에 대해서는 기본 검색순위 점수를 가중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색순위가 100위보다 떨어지는 PB 상품에 대해 알고리즘을 조작해 1~2위로 끌어올리고, 그 결과 해당 상품의 노출 수와 매출까지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알고리즘의 인위적 설정을 알지 못하는 불공정한 위치의 소비자와 일반 판매업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업계에서 장기간 비일비재하게 이뤄져 왔고, 회사나 판매업자나 소비자 다수가 이미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일이기에 관행이자 신의칙에 어긋나지 않는 일로도 볼 수 있지만, 이것이 법적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쿠팡이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공정위가 지적한 또 하나가 쿠팡랭킹이 판매실적과 선호도, 가격, 배송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알고리즘으로 상품을 추천한다고 쿠팡 스스로가 밝혔다는 점”이라며 “차라리 처음부터 이런 기준에 ‘PB 또는 광고 서비스 중인 상품은 제외’라거나 ‘일반 상품에만 해당한다’라며 더 명확히 공지했다면 이런 분란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미 광고 상품의 경우 일반 상품보다 우선 정렬한다는 점을 명시했고, 해당 상품의 검색순위 상위 노출 행위는 다른 업체에서도 이미 꾸준히 해오고 있는 만큼 적어도 다수의 소비자들이 구매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구체적 피해 규모 특정 못해... 향후 檢 기소 여부도 불투명 

공정위는 이번 발표에 더해 쿠팡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선행 조사를 토대로 검찰에서 수사가 이뤄지겠지만, 다소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구체적 피해 규모다. 

향후 검찰이 수사 결과를 토대로 쿠팡을 기소한다면 소장에 피해자와 피해 규모를 기재해야 하겠지만, 고발자인 공정위의 이번 발표에는 누가 얼마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인지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쿠팡의 부당한 행위로 약 21만 개의 중소 입점 업체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정도로 피해 내용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해당 행위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소비자에 대한 피해 규모와 피해 정도, 피해 호소 사례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쿠팡 측도 공정위 발표를 반박하며, 피해 규모조차 밝히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쿠팡㈜ 및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쿠팡㈜와 씨피엘비㈜를 각각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쿠팡㈜ 및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쿠팡㈜와 씨피엘비㈜를 각각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지난 13일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에 대한 이번 제재 발표에 대한 브리핑 중 질의응답 시간에서 “입점업체들, 그러니까 중개했던 업체들은 어느 정도 피해 규모가 예상되는지, 너무 추상적이긴 하겠지만 가늠이 되는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에 “소비자도 합리적인 소비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거니까 당연히 손해를 본 것”이라며 “쿠팡과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는 중개상품을 판매하는 입점 업체”라는 정도로 답했을 뿐, 구체적인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작 공정위 발표 후 “쿠팡의 검색순위 조작에 속아서 구매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라는 반응이 소비자 사이에서 나오거나, 이들의 쿠팡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향후 검찰 측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 규모 그리고 쿠팡의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로 인해 얻은 이익의 규모 등에 대해 철저한 파악하지 못한다면, 자칫 기소에 이르지도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태로 쿠팡이 자사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의 중단을 시사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렇다면 더 이상 쿠팡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라는 혼란스러운 반응이 상당한 상황이다.

이처럼 쿠팡으로서는 로켓배송이 소비자 이탈을 좌우할 정도의 핵심 서비스다. 업계에서는 이런 로켓배송이 쿠팡의 직매입 제품이나 PB 상품을 주로 취급하기에 자연스럽게 우선 추천하게 되고, 검색순위 상위 배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PB 상품에 대한 관행으로 다른 일반 중소 업체가 받게 되는 불공정한 처우를 뿌리 뽑겠다는 공정위의 입장도 납득할 수 있지만, 쿠팡을 비롯한 업계 전반에 상품 판매와 홍보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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