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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양말’ 신으면 옛날 사람…Z세대 스타일 반란에 부들대는 M세대

[브리핑G] 소셜미디어는 지금 세대 간 양말 논쟁중
발목양말 vs 긴 양말…돌고 도는 세대 차별화 욕구

  • 기사입력 2024.06.28 08:00
  • 최종수정 2024.06.28 09:19
  • 기자명 박주범, 김민지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 | 아직도 발목 양말이나 신발 안에 숨겨지는 페이크삭스를 신고 있다면 당신은 최신 트렌드에서 멀어진 세대일 확률이 높다. 목이 긴 양말이 Z세대의 새로운 패션 스타일로 유행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양말로 세대를 구별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 영어권의 진지한 주요 매체들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양말 스타일 선호도가 세대 간에 차이가 나고 있다는 보도를 잇따라 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세대간 양말 선호도 차이에 대한 주장은 지난해 10월 팟캐스터 피비 파슨스(Phoebe Parsons)가 한 틱톡 영상에서 “발목 양말은 나이를 알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한 이후 SNS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피비 파슨스는 “양말의 길이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며, Z세대는 발목을 덮는 길이의 양말을 즐겨 신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발목까지 또는 그보다 아래 길이의 양말을 신는다고 말했다.

이에 뉴욕타임즈는 미국에 거주하는 Z세대를 대상으로 취재했고, “종아리까지 오는 운동용 양말인 ‘크루 삭스’만 신는다”, “최근 발목 아래까지 오는 양말은 모두 버렸다”, “아버지 외에는 이런 짧은 양말을 신은 사람을 거의 못 봤다”는 Z세대들만의 긴 양말 패션을 포착했다.

이 트렌드는 셀럽들의 패션 스타일에도 반영돼 가수 빌리 아일리시(22)는 2024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빨간색 크루 삭스를 신었고, 농구 스타 엔젤 리스(Angel Reese, 22)는 미국 매거진 틴 보그(Teen Vogue) 화보에서 운동화와 힐 안에 모두 목이 긴 양말을 신고 등장했다.

심지어 보그 영국판(British Vogue)은 “제니퍼 로렌스가 밀레니얼 양말(발목 양말)을 신고 용감하게 나섰다”는 헤드라인 기사를 내걸기도 했다.

보그 영국판은 18일 “제니퍼 로렌스가 밀레니얼 양말(발목 양말)을 신고 용감하게 나섰다”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British Vogue 홈페이지 갈무리
보그 영국판은 18일 “제니퍼 로렌스가 밀레니얼 양말(발목 양말)을 신고 용감하게 나섰다”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British Vogue 홈페이지 갈무리

나이키 드라이핏 크루 삭스에 하이탑 컨버스 또는 미니 어그 부츠는 현재 미국 Z세대 학생들 사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패션이다. 이에 대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사는 한 남학생(18)은 “자신을 이전 세대와 분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Z세대가 스타일 반란의 일환으로 즐겨 신는 크루 삭스가 자신들의 어린 시절 찬밥 신세를 받았던 양말과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하와이에 거주 중인 한 남성(38)은 “예전에는 모두가 비웃던 스타일을 요즘 아이들은 트렌디한 것이라 생각하는 걸 보면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

10대 때는 불편한 것을 참아가며 긴 양말을 발목 밑으로 말아 넣어 보이지 않게 했다는 이 남성은 “우리는 항상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세대보다 멋있어지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지만 과거의 재활용 버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가수 빌리 아일리시. 빨간 크루 삭스를 신고 있다. 사진=AP/뉴시스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가수 빌리 아일리시. 빨간 크루 삭스를 신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양말은 이전부터 젊은 세대의 패션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됐다. 1940년대에는 바비 양말(Bobby socks, 발목 부분에 레이스가 붙은 양말)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 유행했고 1970년대에는 미국에서 단체 스포츠가 뜨면서 목이 긴 고리 무늬 튜브 양말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에는 사무실 복장 규정이 완화되어 정장용 양말보다 짧고 캐주얼한 양말이 주를 이뤘다. 양말 브랜드 봄바스(Bombas)도 2013년 발목 양말 사업으로 시작됐다.

봄바스의 창립자이자 최고 브랜드 책임자 랜디 골드버그(Randy Goldberg)는 “지난 2년 간 목이 긴 양말의 판매가 증가했다”며 “올해 1월 종아리 절반 정도까지 오는 크루 삭스를 출시했고, 이제 크루 삭스는 회사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젊은 세대에게 선호도가 높은 양말은 무채색의 나이키 크루 양말 또는 이와 유사한 아릿지아(Aritzia, 캐나다 여성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브랜드의 양말이다.

스포츠 브랜드 룰루레몬 또한 Z세대의 양말리스트에 오르고자 “크루 양말 입고(Crew Socks Are In)”라는 후원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봄바스
사진=봄바스

한편 뉴욕타임스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에서도 젊은 소비자들이 80~90년대 스타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브랜드들도 변화를 감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크루 삭스 웹 페이지 트래픽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에서도 전세계적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중간 길이의 양말 판매량이 전체 양말 판매량의 약 1/3에서 절반으로 증가했으며, 북미 지역의 경우 지난 1년 간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밀레니얼 세대의 방어적인 반응도 이 트렌드를 더 수면 위로 올리는데 작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양말과 관련해 가장 인기 있는 틱톡 영상은 밀레니얼 세대가 이러한 트렌드에 반응하는 모습이 담긴 리액션 콘텐츠라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페이크 삭스를 신거나 긴 양말을 접어 임시변통으로 발목 양말을 만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모습, 유행을 따르기 위해 마지못해 발목이 긴 양말을 신는 모습 등의 영상을 보여주고 반응을 보는 내용이다.

최신 트렌드와 Y2K 패션을 비교 영상을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제나 바클레이(Jenna Barclay)는 이러한 스타일 논쟁이 하찮아 보이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방어적인 태도는 나이가 들어도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는 “나이가 들면 자신이 더 이상 사회와 문화, 트렌드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새 트렌드가 더 이상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청중의 관심을 끌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으면 충격에 휩싸이고 자존심에 타격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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