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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로컬은 콘텐츠 실험장”

일시적 트렌드 아닌, 계속 스트리밍되는 커뮤니티 공간
“도시에도 OS(운영 체제)가 필요하다” 미션으로 사업 시작
콘텐츠 비즈니스화 가능 IP로 매년 1000여 팀과 100억 매출
브랜드들 창의적 실험·도전정신 주목…‘끈기’가 제일 중요해

  • 기사입력 2024.06.18 08:00
  • 최종수정 2024.06.28 19:50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인구과밀로 몸살을 앓는 서울도, 사람이 없어 쇠락하는 지방도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동네의 부족’이다. 길을 걷다 인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일 공간이 마땅치 않은 곳이라면 그 동네가 가진 역사와 콘텐츠의 가치는 묻힌 채 남아있게 된다.

잘 나가는 지역 콘텐츠가 생겨나도 창작자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건 물론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비즈니스 모델도 마련해야 한다. 빵집이 인기를 끌어 사람이 몰리니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도 조심해야 한다.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은 오프라인에서 부동산 공급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콘텐츠·서비스 비즈니스의 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낯선 곳에서도 길 잃을 염려가 없는 시대에 사람들은 더더욱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온라인과 융화된 커뮤니티에서 브랜드 팬심을 잡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사진=어반플레이 제공
사진=어반플레이 제공

최근 성료된 로컬 인사이트 전시·페스티벌 ‘로컬 크리에이티브 2024’를 기획·주최한 도시콘텐츠 전문기업 ‘어반플레이(URBANPLAY)’는 2013년 이래 ‘동네’의 의미 있는 문화를 기록하고 알리며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 연남동 작업실에서 소박하게 시작한 어반플레이는 동네 매니지먼트 플랫폼 ‘바운드’, 문화복합형 공원 ‘파크먼트’, 라이프스타일 뮤지엄 ‘NNEWS’, 크리에이터를 위한 로컬 라운지 ‘연남장’, 방앗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식 로컬편집상점 ‘연남방앗간’ 등 차별화된 도시·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오늘날 10개가 넘는 자체 브랜드를 탄생시켰고, 매년 1000팀 가까운 크리에이터와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연간 100억에 가까운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2022년 11월부터 ‘로컬 브랜드 포럼’ 활동을 전국의 100여개 로컬 비즈니스 사업자들과 출범하며 다양한 네트워크로 정책적 논의들을 이뤄내는 중이다. 더 다양한 영역에서 로컬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인 만큼, 올해부터는 기존의 비즈니스 현장에 있었던 브랜드들을 넘어 학계나 공공 영역까지 로컬 비즈니스의 가치들을 더 널리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성수동과 연희동, 연남동 등지를 넘어 더 많은 도시의 유휴 공간을 사람이 모이고 콘텐츠가 흐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꿀 방안은 무엇일까.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에게 물어보았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사진=김병주 기자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사진=김병주 기자

어반플레이는 어떤 기업인지 소개해주세요.

어반플레이는 “도시에도 OS(운영 체제)가 필요하다”라는 미션으로 시작된 기업입니다. 도시를 뜻하는 ‘어반’(urban)과 놀이 혹은 재생의 의미를 가진 ‘플레이’(play)를 합성해서 도시를 놀이공간으로 재해석하며 재생하는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나타냈습니다.

저희는 동시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중심으로 투자, 기획, 제작, 운영을 아우르는 도시 콘텐츠 매니지먼트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그러면서 도시에 다채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 공급하고,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여 문화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시 문화 콘텐츠의 매력은 무엇인지, 그것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도시의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건 그 지역에 사는 사람, 그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지역의 경험을 훨씬 짙고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한양대 건축학과 재학 시절에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도시의 경제력과 무관하게 로컬리티(지역성)가 강한 지역일수록 전 세계 여행객들이 그 도시의 매력을 훨씬 입체적으로 느끼고, 재방문하고, 장기 여행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건축을 공부하던 학생으로서 건축 디자인보다도 도시의 콘텐츠, 공간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크게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반플레이가 쌓아온 포트폴리오 중에서 가장 뜻깊은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체 기획 프로젝트 중에서는 ‘연희 걷다’(2015~)가 가장 뜻깊은 사례입니다. 서대문구 연희동은 점포마다 여러 매력적인 콘텐츠를 갖고 있었는데, 각각의 점포를 공동 마케팅으로 묶어서 그 가치를 끌어올리고 싶었습니다. 방문객들이 골목길을 걸으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소품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했고, 모바일 쿠폰과 스탬프투어도 제공하면서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했죠.

어반플레이가 공간 프로젝트를 하기 이전에 ‘연희 걷다’와 같은 지역 공동 마케팅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면서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작가, 상인, 주민 등)과 커뮤니티를 이루어 지속적 관계를 맺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가 기반이 되어 지금의 바운드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1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된  ‘2023 연희걷다: 연연클럽’에서 연희, 연남동의 숨은 매력을 소개하는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 '연연투어'가 진행됐다. 사진=어반플레이 제공
지난해 10월 21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된  ‘2023 연희걷다: 연연클럽’에서 연희, 연남동의 숨은 매력을 소개하는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 '연연투어'가 진행됐다. 사진=어반플레이 제공

협업 프로젝트 중에는 성심당과 진행했던 성심당 60주년 전시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2015)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년 동안 만나고 대화하며 완성한 프로젝트인데요. ‘빵’의 역사와 ‘대전’이라는 도시의 역사를 묶어서 성심당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로컬 브랜드의 60년사를 아카이빙 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심당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와 그것을 지켜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시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듣다 보니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다행히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꽉 채워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서 저 역시 창업가로서 지금의 어반플레이가 가는 길을 설정해 나가는데 큰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어반플레이가 다루는 콘텐츠를 설명하는 말인 ‘동시대 라이프스타일 공간’의 개념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동시대에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는 트렌디하고, 어떤 콘텐츠는 실험적이며, 어떤 콘텐츠는 아주 대중적이죠.

이런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실험하고 소비자 혹은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고정된 콘텐츠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콘텐츠가 계속 스트리밍되는 공간을 만들고, 그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도시와 동네, 지역(로컬)을 넘나들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고 계신데, 이들의 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 비즈니스화 될 수 있나요?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장르를 넘나들고, 이제는 문화 예술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영역도 크리에이터들이 리드하는 시대입니다. 다만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 생산을 곧바로 비즈니스화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비즈니스화가 가능한 콘텐츠 IP로 변모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양한 크리에이터들끼리 콜라보를 한다거나, 크리에이터 개인의 작업에 대중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기획을 불어넣는다든가 하는 작업들을 통해 의미 있는 공간 경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티브 2024’ 행사를 기획하게 된 본격적인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시점에서는 ‘로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로컬이라는 키워드가 빠르게 소비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로컬이라는 트렌드가 아니라 로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창의적 실험들입니다. 그걸 우리는 ‘로컬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했고요.

이번 전시와 부대행사들을 통해 각각의 브랜드들이 걸어온 시간 속에 어떠한 창의적 활동들과 커뮤니티적 활동들이 있었는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오랜 기간 도전정신을 가지고 브랜드만의 가치를 만들어냈는지 그 이야기들을 시민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트렌드로서의 ‘로컬’을 넘어 지역 소멸을 극복할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티브 2024 전시실 중 성수, 마포, 서촌, 신사 등 서울 속 동네의 재미와 멋을 알리는 로컬 큐레이터 4인의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재구성한 ‘수집가의 방’. 사진=김병주 기자
로컬 크리에이티브 2024 전시실 중 성수, 마포, 서촌, 신사 등 서울 속 동네의 재미와 멋을 알리는 로컬 큐레이터 4인의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재구성한 ‘수집가의 방’. 사진=김병주 기자

로컬을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가 열린 것은 국내 최초인데,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행사 조직 과정에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일단 ‘로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로컬을 주제로 콘텐츠형 전시를 만든다는 것은 대중성을 담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동안 로컬과 관련해서 공공적, 교육적인 행사가 많았기 때문에 기존의 선입관을 깨는 기획이 필요했죠.

내부적으로 봤을 땐 전시의 의미를 더 쉽고, 더 대중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기획을 풀어야 할지,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는 브랜드들에게 또 어떠한 동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브랜드를 선정하고 전시하는 큐레이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신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브랜드의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브랜드가 실제로 다양한 도전에 나서면서 쌓아온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시를 풀어나가야 했습니다. 때문에 그러한 진정성을 가진 브랜드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자 했습니다.

로컬 브랜드를 처음으로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드릴 당부나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떠오르는 로컬 브랜드들의 결과물이나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을 레퍼런스 삼으려는 경향이 많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보다는 그 브랜드들의 본질이 어디에서 오는지, 이들이 어떠한 비즈니스 성장 과정을 그려왔는지부터 차분히 연구해야 합니다.

또 자신만의 자산을 단단히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기 브랜드만의 팬층, 그리고 지역 연계성을 두텁게 만들 핵심 콘텐츠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끈기’를 가지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해나갈 정신력과 체력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티브 2024 전시 공간 중 ‘당신과 나 사이의 검은 물’에 다양한 커피 원두를 소개하는 테이스팅 노트와 리플렛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병주 기자
로컬 크리에이티브 2024 전시 공간 중 ‘당신과 나 사이의 검은 물’에 다양한 커피 원두를 소개하는 테이스팅 노트와 리플렛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병주 기자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 이후에 어반플레이가 주력하려는 활동이나 기획이 궁금합니다.

이제 오프라인의 콘텐츠가 이전보다 훨씬 가치 있는 시장을 형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반플레이는 지금까지 해온 비즈니스 활동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체계적으로 도시/공간 콘텐츠를 IP화해서 공간 경험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크리에이터의 창의성이 훨씬 더 비즈니스적으로 빛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들도 준비 중입니다. 특히 그 전에 비해 기술과 온라인을 연계한 공간 실험들을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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