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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무시하며 맞서 싸우려한다면 재앙이 된다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이유 (上)

정확·신속하게 상황과 여론 파악…리더가 분명히 나서 진정성 담아야
핵심은 위기관리 그 자체, 커뮤니케이션만 성공했다면 고도의 눈속임

  • 기사입력 2023.07.31 08:00
  • 기자명 정용민

더피알=정용민 | 위기관리가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위기관리 커뮤케이션이란 위기관리 주체가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위기관리 그 자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의미의 위기관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많은 사람들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기관리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위기관리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판정하려 하기도 한다. 더 일부는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같은 것으로 보거나, 자주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자문하다 보면, 위와 같은 자잘한 개념적 오류와 혼동이 위기관리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종종 접하게 된다.

절대 변하지 않고, 바뀌어도 안 되는 가장 확실한 개념은 하나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만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

반면 위기 관리만 제대로 되었을 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라면, 전반적 위기관리는 실패한 것으로 판정된다. 위기관리 범위 내의 노력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관리는 실패했는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만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고도의 속임수일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의미의 위기관리가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번 글에서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다양한 실무적 원인에 대해 돌아본다.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한 내용이지만, 종합해서 실패 원인을 곱씹어가며 개선 또는 변화를 다시 시도해 봐도 좋을 것이다.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잘했다고 보는데, 왜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잘 안 되는 것일까?

첫째 이유, 상황 파악이 어렵고 늦다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되더라도 너무 늦어버리면 위기관리 자체도 적절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사라진다. 심지어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상황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더 나아가 여론을 형성해나가는 시점에 기업 내부에서는 전혀 갈피도 못 잡고 있다면 백전백패가 뻔하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됨에 따라 위기 상황에서 기업에 요구되는 신속한 상황 파악과 입장 정리 압력은 더욱 가중되어간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정확성 떨어지는 상황 파악이나 입장 정리는 더 위험해졌다.

돌발 상황에 처한 기업을 향한 입장 정리 압박과 정확성 요구. 이 압력을 적시에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기업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다.

둘째, 정무감각 부실 또는 부재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사회적 여론 추이 또는 방향성을 예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의사 결정을 하는 고위경영자 그룹에서 해당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결과는 더욱 암담해진다.

“이 상황이 왜 문제인 걸까?”

“지금 온라인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데?”

“왜 사람들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걸까?”

“이건 일반적인 상황 같은데 반응이 이상하네?”

이런 말이 나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온라인 공중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바라보는 의사결정자의 시각에 존중이 없으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더욱더 어려워진다.

평소 공중 및 이해관계자에 대한 시각을 정확하게 형성해 일상적 사업에 반영하고 있어야 위기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최소한이라도 가능해진다.

기업의 정무감각이란 여론을 읽고 이해하며 그에 따르는 감각을 의미한다. 일부라도 위기 상황에서 여론을 읽지 않고 무시하며 그에 맞서 싸우려고까지 한다면 재앙이 된다.

셋째, 비선 개입

올바른 정무감각이 형성된 의사결정 그룹이 존재하는 기업에는 비선이나 요행, 기술, 편법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한 무리수가 절실한 기업은 제대로 된 정무감각을 보유하지 못한 곳이다. 여론이 이해되지 않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누군가 어떤 마술이라도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분명한 주체가 존재한다. 해당 위기를 관리하는 핵심 주체인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다.

그런데 중간에 누군가가 끼어들고, 무언가가 뿌려지고, 어떤 일이 더해지면 상황은 통제 불가능한 구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바라보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더욱더 혼동에 빠지게 된다.

넷째, 과감성 및 진정한 태도 결여

언젠가부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유효한 기술이나 기법으로 여기는 시각이 생겨났다. 사과를 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과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제대로 사과할 줄 아는 기업이나 사람은 사과할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대응책, 개선책, 재발방지책, 보상책 등의 다양한 내용을 잘 분석해보면, 그중 상당수가 슬로건, 의지표명, 카피성, 근거 미비한 성격의 것들이다.

일단 현 상황을 잘 넘겨보자는 전술적 의도가 다분하다. 일반적으로 이런 태도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업은 얼마 가지 않아 비슷한 위기 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이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전부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지난 2월 16일 서울 용산구 LG 유플러스 용산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및 디도스(DDoS) 공격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2월 16일 서울 용산구 LG 유플러스 용산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및 디도스(DDoS) 공격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섯째, 위기관리 리더십 결여

일부 기업에서는 사과문이나 해명문에 자사 대표이사 이름을 넣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 차원의 위기였으니 마케팅 임원이 사과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에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가 위기관리 과정에서는 사라진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도 스스로 화자가 되거나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기업이 약속한 개선이나 재발방지책이 제대로 준수되어 결실을 맺을 가능성은 현격히 낮아진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심지어 과감한 개선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고개 숙였던 대표이사가 다음 인사에서 교체되기도 한다.

8월 1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공짜가 아니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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