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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공짜가 아니다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이유 (下)

부정적 기사 막고 빼는게 전부 아냐...대응하는데 비용 필요
타 기업과 자사 이전 사례 살피며 실무진 전문성 키워야

  • 기사입력 2023.08.01 08:00
  • 최종수정 2023.08.01 09:20
  • 기자명 정용민

더피알=정용민 | 이전 대표이사가 약속한 내용을 끝까지 책임지고 달성하는 신임 대표이사는 드물다. 일각에서는 위기관리 비용보다 인사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위기관리 리더십을 이야기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인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잘될 리가 없다.

먼저 읽을 기사 : 여론 무시하며 맞서 싸우려 한다면 재앙이 된다

지난 4월 18일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에서 열린 POSSIBLE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트위터 전 CEO 일론 머스크(좌)와 린다 야카리노 전 NBC유니버설 광고파트너십 대표(우)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머스크는 5월 12일 야카리노를 트위터 CEO로 지목했다. AP/뉴시스.
4월 18일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에서 열린 POSSIBLE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트위터 전 CEO 일론 머스크(좌)와 린다 야카리노 전 NBC유니버설 광고파트너십 대표(우)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머스크는 5월 12일 야카리노를 트위터 CEO로 지목했다. AP/뉴시스.

여섯째, 전통적인 매체 개념 고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할 때 일부 기업에서는 부정적 기사나 보도를 빼고 막아내는 것이라고 정의하거나 상상하는 곳도 있다. 우리 회사에 부정적인 뉴스들을 막아내면(?) 진짜 위기는 오지 않거나 사라진다고 믿는 임원이 아직도 있다. 가능한 한 부정적인 것은 막아내고 빼버려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인식이 여태 존재한다.

그런 임시 처방에 신경 쓰느라 실제로 신속하게 결정해 발표해야 할 회사의 입장과 여러 대응책 마련은 계속 지연된다. 감정적으로 신경 쓰이는 부정적 기사만 계속 의사결정 그룹 내에 공유된다.

평소 읽지 않던 기사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기자가 쓴 단어 하나, 표현 한 줄에 법적 대응을 이야기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빨리 자사의 입장을 마련해 후속 기사들이 우리 회사의 입장을 충분히 담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막고 빼고가 먼저가 아니다. 전부도 아니고.

일곱째, 일희일비의 만연

사과문을 수십 번에 걸쳐 수정해 게시하는 기업도 있다. 사과를 했다가 이내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입장을 바꾸는 기업도 있다. 심지어 하나의 사과문에 깊은 사과와 반성 그리고 법적 대응을 함께 이야기하는 그로테스크한 기업도 있다.

기업 대표가 무릎 꿇은 사진을 릴리스하며 커뮤니케이션하기도 한다. 각종 소셜미디어에 회사 오너나 대표이사가 감정적인 글을 써가며 여론에 맞서기도 한다.

의사결정 그룹이 얼마나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태도를 보이는가에 따라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품질은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 무게감 있는 고품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공중과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이끌어낸다. 아이디어나 재미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 원칙과 철학이 기반이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상황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경영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여덟째, 일선 실무진의 전문성 부족

언론팀 팀장이 기자들을 잘 모른다거나, 온라인 팀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되어 온라인 생태계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실행은 어려워진다.

평소 실무 그룹이 얼마나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워놓았는지는 위기가 발생하면 여실히 드러난다.

위기관리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대행사나 여러 협력사들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기업 내부 실무진의 이해관계자 이해도나 실무 역량은 결과물의 품질을 크게 좌우하는 키 역할을 한다.

위기관리 명언 중에 “위기 시에는 플랜과 싸우지 말고 상황과 싸우라”는 말이 있다. 플랜과 싸우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대부분 기업 내부 실무 그룹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다.

역량 있는 실무진은 상황과 싸운다. 상황을 예상하고 움직인다.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것이 꼭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그 실행이 가능해지는지에 대한 경험적 이해와 통찰이 있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성공한다.

아홉째, 위기관리 예산 개념의 혼동

위기관리를 위한 예산을 철저하게 비용으로만 보는 시각이 있다. 일부는 아주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비용으로 본다.

문제는 현재 부정적 이슈로 회사가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인데, 불을 끄는 데 필요한 비용을 아깝다고 한다면 실무자들은 더욱더 위축된다. 어차피 결재가 나지 않을 비용이기 때문에, 대응하는 데 비용을 투입하지 않으려 한다. 정확히는 비용을 투입하지 못한다.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지시 사항에는 상당한 비용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지시 사항을 실행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추후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상황이 급하다고 대응 비용을 투입하자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위기관리만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도 예산이 들어간다. 예산 없이는 위기관리가 없는 것처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그렇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공짜가 아니다. 다른 모든 것처럼.

마지막, 반면교사나 벤치마킹 부재

다른 기업이 당했던 일을 똑같이 당하는 기업은 어떻게 봐야 하나? 다른 기업이 이미 잘 관리했던 위기 상황을 제대로 관리해내지 못하는 기업은 어떻게 볼 수 있나? 공중과 이해관계자에게는 익숙한 위기 상황에 홀로 놀라고 당황스러워하는 기업은 어떤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 이해하고 있는 트렌드와 여론을 낯설어하는 기업은 또 어떤가? 계속해서 바뀌는 사회 환경과 달리 아직도 수십 년 전 상황에 머물러 있는 기업에게 위기관리란 어떤 것인가?

“처음 당하는 상황이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해서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흔치 않은 상황이라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피상적인 변명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좋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기업과 자사의 예전 케이스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해낸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귀중한 실행이자 결과물이다. 항상 살피고, 고민하고, 기억하는 기업의 습관은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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