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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면’ 백브리핑…능력 있고 신뢰받는 대변인 필수

[정용민의 CRISIS TALK] 조사 및 수사 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략 (下)

구체적 팩트는 법정에서만 말하라…좌충우돌 좌고우면 금물
위기 상황에 의사결정자의 담담함은 아주 큰 가치를 발한다

  • 기사입력 2023.07.04 08:00
  • 기자명 정용민
기자들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목적의 보도를 만드는 것과 기자들을 이해시키고 교육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기자들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목적의 보도를 만드는 것과 기자들을 이해시키고 교육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더피알=정용민 |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명심해야 할 아주 중요한 원칙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절대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더구나 자사에 칼을 들이댈 집도의(?)를 적으로 만든다면 그 수술 결과는 어떻게 될지 상상할 필요도 없다.

먼저 읽을 기사 : 기관發 부정 이슈, 어떻게 대응할까? 일단 ‘진다’고 생각하라

일곱째, 법정에서 이야기하라

여론 법정에서 이야기하라는 조언이 아니다. 실제 법정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 공중과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기관의 조사 및 수사에 임하는 자사의 입장과 해명 노력에 대한 것이면 충분하다.

특히 이해 관계자들이 궁금해 하는 조사 및 수사 과정, 이후의 변화와 영향 등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 영역을 넓히면 이해관계자, 직원, 거래처 등을 대상으로 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훨씬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외 사안과 팩트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좋다.

말 그대로 혼란스런 시장을 방불케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넘치도록 다양한 첩보나 검증되지 않은 설들이 난무한다.
말 그대로 혼란스런 시장을 방불케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넘치도록 다양한 첩보나 검증되지 않은 설들이 난무한다.

여덟째, 좌충우돌하지 말고 좌고우면하지 마라

기관의 조사 및 수사에 임하면 기업 내부에는 말 그대로 혼란스런 시장을 방불케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넘치도록 다양한 첩보나 검증되지 않은 설들이 난무한다. 의사결정 그룹의 감정을 자극하는 다양한 정보가 공유된다.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브로커들도 나타난다. 유효한 압력을 행사해주겠다는 선수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실시간으로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회사도 모르는 내용들이 신문과 방송을 타며 이어진다.

이런 혼란 속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좌충우돌한다. 대응 전략이나 일관성이라는 개념은 잊히고 만다. 아침 의사결정이 다르고, 오후가 되면 또 달라진다. 저녁에는 또 바뀐다.

많은 대응 지시가 내려오지만, 실제로 실행되는 경우는 적다. 의사결정이 계속 흔들리는 동시에 이 결정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일단 혼란스런 환경에서는 어떠한 의사 결정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을 잠시 미루고 침전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의사 결정이 조금만 흔들려도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 눈에는 엄청난 진동처럼 보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홉째, 할 수 있다면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라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면’이다. 능력 있고 신뢰받는 대변인이 있다는 전제가 따른다.

기관의 조사 및 수사 과정에서 기관 측 실무자도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법적으로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정보들이 이를 통해 언론에 흘러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소스발 정보는 기자에게 아주 좋은 기사 재료가 된다.

이런 정보의 흐름은 조사 및 수사를 받는 기업에는 불리하고 부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위협이 된다. 이런 경우 기업에서도 기자를 대상으로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한다.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기관발 정보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기업 대변인이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기자들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목적의 보도를 만드는 것과 기자들을 이해시키고 교육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후자의 경우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기업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기업에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만 있다면 기관 측 소스의 일부 무분별하고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시도를 제한하는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 이때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는 실무 그룹인 로펌과 대변인의 튼튼한 협업은 핵심이다.

조사 및 수사에 대한 승부에만 너무 몰두하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사진=뉴시스
조사 및 수사에 대한 승부에만 너무 몰두하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사진=뉴시스

마지막, 길게 보자

기관의 조사 및 수사로 회사의 운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일정 기간이 흐르고 결과가 나오더라도 회사의 사업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조사 및 수사에 대한 승부에만 너무 몰두하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단기간에 몰입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회사가 유지해야 하는 가치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일부 기업이 기관의 대규모 조사 및 수사에 임하면서 의연하고 발전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일환이다. 조사 및 수사는 일시적이고 사업은 영원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길게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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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이 기관의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할 때 검토해봐야 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정리했다.

현장에서 조사 및 수사에 대응하는 실무자들과 의사결정자들을 만나 보면 대부분 일관된 대응을 가장 어려워한다. 이는 태풍으로 마구 흔들리는 배 위에서 체스를 두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계속해서 체스판이 흔들리니, 체스 말들이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일관된 게임이 진행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기업 내부에서는 조사 및 수사 실무에 대응하는 로펌과 커뮤니케이션 그룹, 그리고 전체적 의사 결정 그룹 간의 3각 협력이 중요하다. 그들만 튼튼하게 엮여서 일관되게 움직이면 체스판이 흔들려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그들이 강력하게 협력하면 일희일비가 줄어든다. 반면 일사불란함은 극대화된다. 그 기반에는 의사결정 그룹의 심리 상태가 안정감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누구나 불안하고 억울하고 화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의사결정자들의 담담함은 실제로 아주 큰 가치를 발한다. 모든 이슈 및 위기 관리는 정신력이 기반이 된다. 조사 및 수사 대응 커뮤니케이션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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