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 | 극단적인 저출생, 다시 말해 인구절벽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을 막기에는 출산율 향상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민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노동공급 확대 정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보고서가 28일 나왔다.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 출산율 제고,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이민 확대 등 노동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내용이다.
보고서에서 노동공급을 늘림으로써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 한경협은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정책적 대안을 신속히 도입하고 실행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협은 이날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시대 노동공급 확대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고,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인구 구조 변화가 지속될 경우 2021~2025년 연평균 2.3%로 예상되는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2031~2040년에는 1.0%로 떨어지고, 2061년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협은 노동공급을 확대할 경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를 완화할 수 있다며 보고서에서 출산율 제고,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이민 확대 등을 포함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1은 출산율을 현재의 0.72명에서 1.60명으로 점진적 증가시키는 것이고, 시나리오2는 시나리오1과 동시에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재의 62.8%에서 80%(2070년)까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며, 시나리오3은 시나리오 1과 2를 전제로 연간 15만 명씩 이민자를 늘리는 것이다.
이들 시나리오에 따르면, 노동공급 확대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0.4%p에서 최대 0.8%p까지 상승시킬 수 있으며, 그 결과 2061~2070년 동안 평균 GDP 규모가 3,559.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포괄적인 시나리오인 출산율 제고,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이민 확대를 모두 고려한 경우,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 대비 2026~2030년 0.4%p, 2061~2070년 0.8%p 상승이 예상된다고 한경협은 밝혔다.
한경협은 노동공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을 강화하고, 근로시간 유연화를 확대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여성과 고령자, 청년층 니트(NEET) 등 다양한 계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직업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의 강화,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그리고 심리 상담 및 멘토링 프로그램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민 확대를 통한 노동공급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 완화, 외국인의 영주권 및 국적 취득 요건 완화, 정주 여건 개선 등을 통해 외국인 전문인력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편 보고서를 작성한 조경엽 한경협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인력을 단순히 인력난 완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산업구조와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경엽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인력구조변화, 고용상황,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외국인 인력 유치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서는 40만명 이상의 이민자가 매년 들어올 경우 부정적 정서 확산과 정치적 거부감 등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면서 연간 15만명씩으로 제한된 시나리오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