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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리부트] 조정훈 가사도우미법안은 뒷북+헛발질이었다

정부, 올해 안에 최저임금법 적용 안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예정

월 100만원, 하루4시간 주5일 월간 서비스 요금과 비슷
세액공제·바우처 등 종일제 서비스 지원 가능 해법 있어

  • 기사입력 2023.05.10 08:00
  • 최종수정 2023.05.10 17:42
  • 기자명 김경탁 기자

21대 국회 출범 후 매달 평균 약 600건, 매주 136건 꼴로 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그중에 국회 논의를 거쳐 처리된 것은 채 30%가 안됩니다. 방치·폐기되는 법안 중에는 ‘건수 올리기’로 의심되는 함량미달도 있지만 그냥 묻히기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묻히고 덮여버린 법안이나 이슈를 발굴해 그 취지를 살려보자고 제안하는 기획 '리뷰&리부트'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뉴시스
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뉴시스

더피알=김경탁 기자 | 리뷰&리부트 첫 번째 주제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월급 100만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정훈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취지는 좋고 의미 있다. 

해법은 틀렸다. 옳지 않다는 게 아니라 뒷북이고 헛발질이다. 법안 발의에 앞서 사전 조사가 부족했다. 법안이 뒷북에 헛발질인 이유를 짚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아보자.

가사노동자법 시행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제작한 카드뉴스 모음.
가사노동자법 시행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2022년에 제작한 카드뉴스 모음.

[리뷰] 가사근로자법이 규정한 예외의 예외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사근로자법)’은 2021년 6월 15일 제정돼 2022년 6월 16일 시행됐다. 문재인정부가 법의 초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2017년이다. 이보다 앞서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6월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했다.

조정훈 의원이 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3월 21일과 22일이다. 날짜가 두 개인 이유는 첫 발의 직후 쏟아진 비난여론에 공동발의 의원 2명이 빠지면서 최소요건(10명)을 못 채워 발의 이튿날 법안이 철회됐기 때문이다. 법안은 철회 당일 다른 2명을 구해서 같은 내용으로 재발의됐다.

법안에는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관련 보도와 인터뷰 등을 통해 조정훈 의원이 밝힌 법안 발의 목적은 맞벌이 신혼부부들에게 ‘월 100만원의 비용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조 의원이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에 적은 법안 ‘제안 이유 및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가사근로자 고용시장은 내국인과 중국동포 중심임. 고용허가제 대상인 16개 국가의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가사근로는 허용되지 않고 있음. 그런데 최근 육아를 하는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가사근로자가 필요함에도 찾기 어려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위협받고 있음.
이에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음.
실제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근로자(Foreign/Migrated Domestic Worker) 제도를 도입하여, 여성의 경제활동을 장려 및 지원하고 있음. 한국도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맞벌이 가정의 가사부담을 덜고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음.
궁극적으로 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한편, 외국인이 보이지 않는 곳이 아닌 같은 생활권에서 일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됨. 이에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외국인 가사근로자 정책 실험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자 함(안 제6조제1항 단서 신설)

조정훈 의원이 최저임금 적용 배제를 단서조항으로 추가하자고 제안한 가사근로자법 6조1항은 다음과 같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최저임금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家事) 사용인으로 보지 아니하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가 행하는 가사서비스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구 내 고용활동으로 보지 아니한다

이중부정의 복합 문장이라 곧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쉽게 풀면 ‘가사 사용인’은 노동관계법 대부분에서 예외대상(법의 보호를 못 받는다는 뜻)인데, 가사 사용인 중에 가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는 예외의 예외여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말이다.

2020년 11월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70년, 법안 미처리 10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뉴시스
2020년 11월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70년, 법안 미처리 10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뉴시스

조 의원 법안은 예외의 예외에 다시 예외를 넣자는 ‘3중 부정’이다. 그러나 굳이 복잡하게 3중 부정 입법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 ‘예외’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적 대상에 시선을 돌려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개정안보다 한 달 쯤 앞선 2월 26일 매일경제는 “정부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외국인 가사서비스 근로자 도입안을 확정해 연내에 시범사업에 돌입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약칭 외국인고용법) 시행령에 따라 현재까지 가사도우미 취업은 외국 국적 동포(대부분 중국 국적)에게만 허용돼왔는데, 이를 동남아시아 출신 등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고용관리시스템 사이트에 게재된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이해’ 웹툰 일부. 한민족과 혈연관계를 인정받은 ‘외국 국적 동포’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에서도 특수한 지위를 얻는다.
외국인 고용관리시스템 사이트에 게재된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이해’ 웹툰 일부. 한민족 혈연관계를 인정받은 ‘외국 국적 동포’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에서도 특수한 지위를 얻는다.

정부가 구상중인 외국인 근로자 가사서비스는 인력회사를 통한 파견 형식이며 입주가 아닌 출퇴근 근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인력회사’는 가사근로자법의 규제를 받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다른 개념이다.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의 예외대상이라는 뜻이다.

즉, 조정훈 의원의 법안에서 하려는 ‘최저임금 적용배제 실험’은 국회에서 굳이 논의할 필요도 없이 정부 시책에 따라 올해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곧 실현될 일을 위해, 도입 1년도 채 되지 않은 가사근로자법의 구조를 흔들어서 ‘정책실험’을 해보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리부트] ‘월 100만원 종일제 가사서비스’에 필요한 것은?

법안 발의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의문은 ‘한 달 100만원으로 한국에서 생활이 가능한가?’였다. 

월급 100만원에 종일근무라면 숙식제공(입주 서비스가 아니라)이 같이 갈 수밖에 없을텐데, 지금 한국에서 가사도우미가 거주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는 집이 얼마나 되고, 그정도 크기 집에 산다면 과연 월 100만원의 저가 가사서비스를 이용하겠냐는 의문이었다.

조정훈 법안의 레퍼런스가 됐다는 홍콩과 싱가포르 사례를 찾아봤다. 두 곳 모두 한국을 능가할 정도의 살인적인 집값으로 유명하다. 2017년 6월 방송된 KBS1 TV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의 내용이 의문을 풀어줬다. 

방송 내용을 요약한 중앙일보 기사 ['현대판 노예'라 불리는 홍콩 외국인 가사도우미] 캡쳐
방송 내용을 요약한 중앙일보 기사 ['현대판 노예'라 불리는 홍콩 외국인 가사도우미] 일부 캡쳐

1972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고용인의 집에 입주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데, 실제 거주 공간은 아이들 침대 사이, 세탁기 위, 냉장고 위 다락방, 탁자 아래, 박스 위 등이 일반적이고 주방 옆 좁은 공간이라도 별도로 주어지는 경우는 특별히 좋은 상황이라고 한다.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 문제는 차치하고, 과연 한국에서 이런 형태로 객식구를 집안에 두는 것을 기꺼이 할 가정이 얼마나 있을지 묻게된다.

저임금으로 생활이 불안정한 외국인 노동자가, 돌봄이 필요한 사람만 있는 시간대에 집에 상주하거나 출입하는 것을 실제 이용자들이 불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말이다.

가사·돌봄 도우미를 실제로 고용중이라는 지인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는 “믿을만한 도우미 사모님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사적 공간을 믿고 개방할 수 있는 안전성과 고용관계를 장기간 지속하는 안정성이 문제라는 말이다.

지난해 6월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은 이 안전성과 안정성 문제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제도를 통해 해결한다.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시행을 알리는 광고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시행을 알리는 광고

가사근로자와 가사서비스 이용자 사이에 직접적 계약 관계를 맺지 않고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중개자로서 책임지고 양쪽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방식이다.

가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가정관리사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소개받는 가정보육(가사 서비스 제외, 하루 8시간씩 20일 근무)의 서비스 비용은 140만원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게재된 보육을 함께 하는 가사도우미(하루 8시간 근무)의 월급은 300만원 이상이다.

가사근로자법에 따른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하 정부 인증기관)의 요금표를 보면, 한 달 100만원은 하루 4시간씩 주 5일 서비스를 4주간 이용하는 비용과 비슷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정부 인증기관 소속의 평균적인 ‘가사근로자’들은 한 달 89시간(하루 4시간 20분씩 20일 근무)을 일해 137만원의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조정훈 의원의 ‘월 100만원’은 이 비용으로 자녀 등하원까지 커버할 수 있는 종일제(8시간 이상) 혹은 입주 서비스를 받게 해주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국인 고용관리시스템 사이트 캡쳐
외국인 고용관리시스템 사이트 캡쳐

외국 국적 동포가 아닌 외국인에 가사서비스 취업이 개방되면 시장가격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시장가격이 절반에서 3분의 1까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과해도 너무 과하다.

조 의원 법안의 취지를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월 100만원의 비용으로 종일제 가사서비스를 받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해법은 쉽게 나온다. 시장가격 대비 부족한 금액만큼의 바우처를 지급하거나, 서비스 이용금액을 연말정산 세액공제 항목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2017년 가사근로자법 구상 관련 입장자료에서 “요금 상승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세제혜택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주요국들은 서비스 이용액의 일부를 세액공제(스웨덴·프랑스 50%,벨기에 30%, 독일 20% 등)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 전인 2021년 8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가사서비스 이용자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500만원 한도 지출액의 15%)이 발의된 바 있다. 이 법안은 현재까지 계류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그해 11월 이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취지와 도입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유사 서비스와의 형평성 문제와 면세점 이하 근로자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6월 28일, 탈세 및 횡령 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왼쪽)과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경찰 포토라인에 선 모습. 고용허가제의 가사도우미 취업제한 규정이 개정되면 한진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같은 사례는 사라질 수 있다. 뉴시스
2018년 6월 28일, 탈세 및 횡령 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왼쪽)과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경찰 포토라인에 선 모습. 고용허가제의 가사도우미 취업제한 규정이 개정되면 '한진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같은 사례는 사라질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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