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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향한 싸늘한 여론의 이유…‘전문 영역’인 홍보·소통 인식 부재

[유현재의 나우헬스컴] 또…소통 없는 극단적 대결만, 보건복지부와 의사들 (下)

공감대 형성해 국민 마음 얻어야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
“홍보 직접 하고 말지” 사고방식 안 돼…전문가 도움 필요

  • 기사입력 2024.02.27 11:39
  • 최종수정 2024.02.27 11:40
  • 기자명 유현재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피알=유현재|현재 정부와 의사들은 각자가 주장하는 바가 정답이며 최선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황폐화 등 당장 닥친 위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책 패키지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번에도 정책의 실현이 미뤄질 경우 전 국가적 의료 대란이 예견된다는 논리다.

반면 의사들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문제 해결보다는 건강보험 재정 파탄과 입시 열풍을 포함하여 더욱 심각한 비극을 만들 것이라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각자의 주장이 유일한 정답이라 말하며 내놓는 카드는 언제나 ‘국민’이며 ‘국민의 삶’이다.

먼저 읽을 기사: 정부와 의사들이 놓치고 있는 것…PR은 관계다

'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있다. 사진=뉴시스
'전공의 집단행동'에 이어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이 이어진 2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있다. 사진=뉴시스

둘, 결국 국민의 마음을 갖는 것이 PR의 승리자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의사협회는 의사 인력 증원 같은 중대한 정책을 어떻게 국민 여론에 기대어 결정하느냐고 한 바 있다.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고 무엇을 따른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의대 증원이 곧 국민의 뜻인 동시에 국민을 위한 유일한 방향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의사들은 동일한 상황에 대해 의대 증원이 시행될 경우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의대 정원의 무계획적 확대는 의사들 간 경쟁을 만들며, 이러한 경쟁은 불필요한 의료까지 영리의 목적으로 진행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파탄의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고 말이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정치적 논리나 포퓰리즘적 접근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과 객관적 지표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주장도 덧붙인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결국 파국이 시작되어 당장 받아야 할 수술도 못 받고 수 시간씩 더 기다려 그나마 진료를 받게 된 우리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 ‘국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이 환자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이 환자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은 그저 이 모순된 상황이 당황스러울 뿐이며, 서서히 분노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해 다수의 국민이 과연 정부와 의사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얼마나 깊게 현실적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확하게 알아야만, 현명하게 판단해야만 편을 들어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현 상황을 보자면,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부의 정책이 의사들 주장보다는 훨씬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조사를 통해 국민 과반수 이상 의대 증원이 정당한 결정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전원 과학자인 의사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하면서 ‘이번에도 또’ 삭발을 하거나 밑부분이 뚫린 항아리에 물을 붓는 등의 행동으로 홍보와 소통을 한 바 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의사복을 벗어 내려놓는 퍼포먼스도 동일했다. 하지만 정부는 실제로 진행된 대국민 설문과 언론 보도 등을 활용하며 국민에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국민 90% 이상이 의대 증원에 찬성’이라며 제시하는 수치는 그 자체로 홍보와 소통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었으며, 효과는 배가되었다.

결국 양측이 주장하는 내용의 의미나 가치와는 별개로 소통과 공감대란 측면에서는 의사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수 정치인의 고질병이기도 하지만, 공공 영역에서 뭔가 주장할 때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는 개념이자 논리가 바로 ‘국민’이며 ‘국민의 뜻’이다.

일단 ‘국민’이라는 추상적 규정을 하면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아도 되며, 피상적이긴 해도 왠지 ‘있어’ 보이는 효과 또한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든 혹은 행정부와 의사 그룹이든 결코 잊으면 안 되는 점은 최근의 대중이나 국민은 생각보다 냉철하며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실생활에 직결된 이슈에 대해 비합리적 주장과 탄탄하지 않은 논리, 고집을 부릴 경우 국민은 결코 봐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알아야만 한다.

국민과의 소통은 매우 어려운 고도의 작업이며, 대중의 마음을 얻는 PR은 쉽지 않은 과업이다. 행정보다, 의료보다 몇 배나 더 어려운 일임을 알아주기 바란다.

정말로 ‘국민’을 말하고 활용하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피나는 노력으로 장시간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진심이어야 한다.

의료계와 정부는 각자가 이번 사태의 결과를 결정할 당사자 혹은 상대로 보이겠지만, 사실상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보이지 않는 대중이다.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최종적으로 승리한다. 그 방법이 바로 홍보이고 PR이다.

셋, 소통과 PR은 어떤 분야보다 전문 영역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PR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한번 묻고 싶다. 알 방법이 없어서 그렇다. 정부도 그렇고, 특히 의사들이 모인 그룹 내부에 ‘소통’, ‘홍보’, ‘미디어’, ‘헬스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된 전문인력이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지 말이다.

당장 확인해보기 바란다. 그 부분이 바로 현재 여러분이 PR 영역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투력의 수준임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대체로 공공 영역에서 발생하는 홍보와 소통이 일반 기업과 다른 것은 결국 중요성에 대한 자각과 투입하는 비용에서 나타나기 마련이다. 소통이나 홍보를 곁가지로 생각하거나, PR에 드는 비용을 투자나 필수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뜻이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정원 확대 규탄 선전물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정원 확대 규탄 선전물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결제 단계가 어려워서 그런 것인지, 혹은 이것저것 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소통이나 홍보를 별것 아니라고 치부하거나 심지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거 다 홍보 비용 아냐?”, “우리가 그냥 하면 되지!” 등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나 행정가들이 갖는 사고방식이 현재 그들이 처한 홍보 상황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점을 꼭 알아야 할 것이다. 심지어 홍보나 소통 앞에 ‘쓸데없는’ 등 거친 말을 붙이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게 폄하하다 이번처럼 결정적 시점이 오면 부랴부랴 홍보위원장을 선임해 갑자기 뭔가 시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며, 어딘가에서 히트작이라도 등장하면 “우리는 왜 펭수 같은 거 못하나?”, “충주 공무원처럼 좀 안 되나?”라며 아쉬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PR 전문가를 따로 부르기는 싫고 써야 하는 돈은 더더욱 아깝지만, 남들이 잘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복잡한 속내로 점철되는 분야가 바로 소통이요 홍보다.

위와 같은 분위기에서 홍보나 소통을 담당하는 인력을 따로 배정하여 전문가로 장기간 키우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게 홍보나 소통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부족할 경우, 해당 조직에서 직급상 적당한 인력이나 동료 의사들이 돌아가며 홍보를 담당하는 어이없는 시스템이 되기 쉽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홍보나 소통을 맡으면, 그 결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아도 이번처럼 결정적인 시기를 통해 그동안 얼마나 무시해왔는지 드러난다. 소통과 홍보, PR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진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은 조직이 치러야 하는 혹독한 대가다. 소통이나 홍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순환보직과 최소 비용으로 형식만 갖추는 관행, 의사에 의한 겸직이 유지될 경우, 일반 기업들이 하는 소통과 홍보 수준의 근처에도 가기 어렵다.

소통과 PR은 전문가가 해야 하는 영역이며, 최근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상 어느 조직도 예외일 수 없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사 대표자들이 25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를 마친 후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사 대표자들이 25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를 마친 후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에겐 정부도, 의사들도 너무나 소중하다

여러 뉴스에 제대로 진료받지 못해 병원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환자와 가족들이 나왔다. 그들의 마지막 멘트는 비슷했고, 절절했다.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말이었다.

정부와 의사들 양쪽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긴다는 국민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의사 자격 박탈도 가능’, ‘선처는 없을 것’, ‘의사가 봉이냐’, ‘우리를 이길 순 없다’, ‘생즉사 사즉생’ 등 격한 경고들만 난무하는 가운데, 양측이 그렇게 소중하다고 말하는 우리는 상황이 좋아지길 바랄 뿐이다.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다양한 요소와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소통과 홍보, 서로 간 대화와 설득은 너무나 중요한 변수일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일부러 배우고 연습하고 훈련해야 잘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지금이라도 다양한 노력을 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양쪽 모두, 우리 국민에겐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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