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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사들이 놓치고 있는 것…

[유현재의 나우헬스컴] 또…소통 없는 극단적 대결만, 보건복지부와 의사들 (上)

갈등 양상만 10년, 증원 논란 4년…나아간 대화는 없었다
“그동안 대화 안하고 뭐했냐” 정부-의사 갈등 소통 문제점
의사들 PR개념 부족, 정부 ‘130회 이상 협의’는 생색내기

  • 기사입력 2024.02.27 11:17
  • 최종수정 2024.02.27 20:47
  • 기자명 유현재

더피알=유현재 | 의대 증원 결정이 내려졌다. 의사들은 사직서를 내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정부는 다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2000명을 내년 증원의 규모로 잡았으며, 현실을 감안하면 2000명도 적다고 발표했다.

의료 안정을 위해 정부는 의사들이 감행하는 사직과 파업 등 현장 이탈 행위는 위법이며, 처벌과 함께 ‘이번에는’ 선처가 없을 것이라 수차례 강조한 상태다. 2020년과는 달리 의사들에 대한 면허취소도 반드시 집행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의사협회를 비롯한 다수의 의사 그룹은 즉시 강력 대응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뉴스1, 2월 24일) 이미 전국적으로 80%에 육박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낸 상황이며, 이 가운데 다수는 이미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전해졌다.

결국 전개되는 양상은 ‘너 죽고 나 죽자’의 극단적인 대결과 갈등만 존재하는 상황이다.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든 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든 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통보다는 대결과 갈등만 있는 관계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이 내려지기 전부터, 사실 정부와 의사들의 대결은 제3자 입장에서 과연 타협이 가능할까 싶을 만큼 막가는 모습으로 비쳤다.

서로 극단으로만 치닫는 반응 일색이었다는 뜻이다. ‘의대 정원 최대 2000명 늘린다…의사 파업 땐 강경 조치! 정부 엄포’(매일경제, 1월 27일)라는 기사가 전해졌는가 하면, 반대로 ‘의료 파업하면 윤석열 책임…의협, 강추위 속 의대 증원 규탄 집회’(헤럴드경제, 1월 25일)라는 보도도 나왔다.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주무기관인 보건복지부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향후 취할 입장을 예측할 수 있는 기사였다.

그런데 이 같은 극단적인 갈등 양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안은 그때그때 달랐지만 벌어진 일은 너무나 비슷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의료 민영화 이슈에서 국민이 접한 상황은 엽기적이기도 했다. 당시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가 계속 해당 안을 고집할 경우 해결은 절대 없다면서 자신의 목에 실제 칼을 대는 저항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아시아경제, 2013년 12월 15일)

‘올바른 의료의 가치가 세워지고, 올바른 의료제도가 바로 세워지도록 의료혁명을 이루어내자!’라는 메시지를 내긴 했지만, 사실 이 같은 돌발 행동은 의사 그룹 내부에서도 상당한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론 당시에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강경 일변도의 정부 방침은 변함이 없었다. 강산이 변했지만 갈등에 임하는 매뉴얼은 양쪽 모두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의미다.

특정한 정책을 반대하는 쪽이나, 이게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쪽이나, 협의와 소통에 대단히 서툴거나 아예 무시하는 양상은 놀랍게도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열린 회의에서 서로 시선을 교환하지도 않는 어색하고 단호한 대결이 카메라에 잡히는 것도 디폴트였으며, 각자 언론 앞에서 파국은 상대의 책임이라고 탓하는 모습도 빠지지 않는다.

결렬과 불통이 이어지면서 의사들은 지도부라는 분들이 머리띠를 풀고 삭발하는 모습을 기본으로 연출하며, 결국 단체행동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으로 수렴된다. 물론 정부는 파업이 발생할 경우 법과 규정대로 집행할 것임을 각인시키고 말이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제2차 의대정원증원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가한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제2차 의대정원증원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가한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 민영화, 비대면 진료를 넘어 이제 의대 정원 확대 결정에 이르기까지 이슈는 변했고 세월은 한참 흘렀지만, 보건복지부로 대표되는 정부 측과 의협으로 상징되는 의사 그룹 간 갈등과 싸움은 성숙된 모습을 발견할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각자 서로가 문제라며 파국의 책임은 저쪽에 있다고 탓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아쉽고 밉고 그런 마음이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가장 난감하고 화나는 것은 필자를 포함한 일반 대중이다. 의사들의 근무지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국민으로서 받아야 할 당연한 의료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과 합의 등을 위한 변수는 참으로 많고 다양할 것이다. 정치, 경제, 법, 규정, 금전, 사회 등 온갖 측면의 이슈들이 얽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변수 가운데 소통과 홍보는 때로 서로의 주장을 설득시키고 나름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단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양측이 한 번쯤 들어봐야 할 소통과 PR에 대한 원리들을 추려보았다. 곱씹어보시길 부탁드린다.

하나, 홍보와 소통은 ‘평소에’하는 작업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공의 9000명 이상이 사직서를 내는 등 한마디로 ‘난리’가 난 뒤, 보건복지부는 ‘법 집행기관은 불법을 말하지만, 보건당국은 이 문제를 소통과 대화로 풀기를 희망한다’(2월 22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사태가 벌어진 본질적 책임은 의사단체에 있다며 연일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중이다.

의사단체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MBC ‘100분 토론’ 등 미디어에 활발하게 등장해서 왜 의대 증원 정책이 그토록 불합리한지, 어째서 의사들이 거리로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문광고도 만들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열렬히 홍보하고 있다.

물론 다 좋다. 만나서 더 격하게 싸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 대면해 소통을 시작하는 것도 필요해 보이고, 국민 또한 양쪽의 주장을 더 자세히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쪽이 꼭 알았으면 하는 사실, 여러분이 지금 숨 가쁘게 언급하는 소통과 홍보는 원래 ‘평소에도’ 필사적으로 했어야 하는 작업이란 점이다.

사안이 자신들의 뜻대로 안 되어 급해졌을 때만, 혹은 자신이 알리고 싶은 내용이 쌓였을 때만 갑자기 하는 게 ‘홍보와 소통’이 아니란 뜻이다. 혹시 홍보와 소통을 자신들이 상대 혹은 대중에게 알려야 할 내용, 자신이 맞고 상대가 틀렸다는 내용을 그저 전달하는 행위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를 들어 ‘홍보’에 대한 고질적인 착각은 홍보(弘報)를 그저 ‘널리 알리는’ 작업으로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목적만 달성하면 그게 홍보의 다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첨예한 갈등이나 대결이 없을 때는 홍보나 소통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낭비라고 생각하거나 회피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하지만 원래 홍보의 방점은 영어 Public Relations의 뒷부분인 ‘Relations’에 있다. 핵심은 ‘관계’를 매끄럽게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그 노력이 어느 날 갑자기 되겠는가?

의대 증원이 결정되고 정책 패키지가 실행되는 시점이 되어서야 새롭게 ‘홍보위원장’을 선임해 국민과 정부에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다는 의협은 상당히 아쉽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의사들의 불합리를 설명하겠다는 정부의 전략도 감탄하긴 어렵고 말이다. 소통과 PR은 평소에 하는 작업이다.

양쪽에게 감히 묻고 싶다. 그동안 도대체 뭘 한 것인가? 너무나 많은 시간 동안 양측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홍보했는지 모르겠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정원 확대와 관련해 최근 상당히 첨예했던 2020년부터 생각해봐도 벌써 4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말이다.

김택우(오른쪽)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제1차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택우(오른쪽)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제1차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론 이 같은 질문에 양쪽은 또 서로를 탓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번에 의료계에 전달하고 추진 중인 필수의료 혁신전략과 정책 패키지는 총 130회 이상 각계와의 소통을 통해 만든 성과물이라고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 반면 의사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소통 부족’이라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세부적인 상황이야 양측만 알 노릇이지만, 130회라고 횟수를 내세우는 쪽도 소통의 본질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 협의회가 열렸고 의사들이 참석한 사실도 다 알고 있는 국민에게 정부의 소통 부족이 원인이라며 억지를 부리는 쪽도 참으로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평소에 소통과 협의를 통해 이해관계를 어떻게든 조율해내며, 궁극적으로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만들어내 나름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얻어낸다는 PR(Public Relations)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면, 이처럼 모두가 안타까운 상황이 되진 않았을 텐데 참 아쉬울 뿐이다.

평소 소통하는 과정에서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음을 느꼈다면, 그때그때 다양한 PR을 통해 대중에게 각자의 주장을 제공하며 국민을 ‘편’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 같은 시각으로 판단하자면, 현재 정부보다 더욱 심각하게 소통과 PR의 아마추어로 보이는 쪽은 의사 그룹이 아닐까 싶다.

정부는 이미 필수의료 혁신정책과 정책 패키지를 통해 ‘최소한’ 무엇이 대안인지 밝히며 공론화한 상태였지만, 의사들의 경우 대안은 고사하고 1월 15일 정부가 의견을 요청한 의대 증원 계획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음이 언론에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소통과 홍보, PR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합리적인 대안이 있다면 미리 알렸어야 맞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사회에 너무나 필수적인 그룹으로서 자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의대 정원 확대와 정부의 강경 방침이 결정되자 의사 그룹에서는 ‘국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는 소식도 들려왔으니 말이다.

이토록 절절하게 느껴지는 특권의식이야말로 소통과 홍보, PR을 얼마나 불필요하게 생각했을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의사 향한 싸늘한 여론의 이유…‘전문 영역’인 홍보·소통 인식 부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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