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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리더가 홀로 진다

[정용민의 CRISIS TALK] VIP가 위기관리를 리드해야 하는 이유 (下)

협상과 재발 방지까지 아우르는 해결사...관계자와 국민에게 VIP가 신뢰 심어줘야
숨으려 들면 역효과, VIP야말로 기업이 위기관리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

  • 기사입력 2023.09.01 08:00
  • 기자명 정용민

더피알=정용민 |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 기업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위기 시에 기업의 빌딩이나 로고, 유리 창구, 전화 속 기계음을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할 때 앞으로 나서서 얼굴을 드러내며 회사의 입장과 계획을 커뮤니케이션해주는 VIP가 성공 요인이 되는 이유다. 사람들이 일단 믿어야 위기관리도 성공한다.

2022년 5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선물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문구가 적힌 탁상용 패가 놓여있다. 이 문구는 2차 세계 대전 말기 미국 33대 대통령인 해리 S. 트루먼이 자신의 집무실 탁상 패에 새겨넣으면서 유명해졌다. 뉴시스.
2022년 5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선물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문구가 적힌 탁상용 패가 놓여있다. 이 문구는 2차 세계 대전 말기 미국 33대 대통령인 해리 S. 트루먼이 자신의 집무실 탁상 패에 새겨넣으면서 유명해졌다. 뉴시스.

먼저 읽을 기사 : 위기 상황에 발 벗고 나서야 VIP다

다섯째, VIP가 해야 따른다

일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상황관리보다 먼저 가는 케이스가 있다. 일단 VIP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서 과감하게 배상안을 마련해 커뮤니케이션한 것과 같은 경우다.

사람들이 그 계획을 듣고는 이내 비판을 누그러뜨렸고, 언론을 비롯한 관전자들이 해당 의사결정의 과감성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이제 위기관리가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배상과 관련된 직접적 이해관계자 일부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누가 실제 책임을 지고 그 배상 부담을 어떻게 나누어 져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실무 그룹이 서로 왕래하며 배상안 실행을 위한 논의를 이어나가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설득과 동의가 지난하다. 이런 경우에도 VIP끼리의 담판이나 합의가 있으면 사후 문제가 비교적 쉽게 해결된다.

흔히 VIP들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말을 한다고는 하는데,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위기관리는 더욱 성공에 가까워진다.

위기 상황에 대해 일부 실무적 책임감을 느끼는 임직원들도 이런 경우에는 VIP를 따르며 협조자와 해결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들은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며, 위기관리의 걸림돌 또는 훼방자 역할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VIP가 해야 일관성이 생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를 해임해버리는 기업이 있다. 위기 발생의 책임을 묻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회사를 대표하는 누군가는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너가 있는 경우에는 오너가 직접 그 역할을 대행하기도 한다. 해임된 전임 대표이사는 개인적으로는 불명예스럽지만, 힘들고 어려운 위기관리 과정을 이끌지 않아도 되어 차라리 홀가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위기가 발생하자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린 VIP, 이후 위기관리를 다 마친 것처럼 보이는 회사의 태도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해야 할 VIP가 사라져버리면 회사의 진정성은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해야 할 VIP가 사라져버리면 회사의 진정성은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VIP가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하는 경우 사람들은 최소한이라도 해당 위기관리의 일관성에 신뢰를 느낀다. 피해자, 분노자, 비판자 등은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VIP를 보고 싶어 한다.

그런 상황에서 VIP가 사임 또는 해임되어 사라져버리고, 그 역할을 해줄 사람은 보이지 않은 채 위기관리를 마무리하려는 회사가 있다면 그에 대한 결과는 뻔하다. 끝까지 마무리해줄 수 있는 해결사로서의 VIP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일곱째, VIP가 해야 개선과 재발 방지가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기업은 개선을 약속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급한 불을 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지 않거나, 아주 일부만의 제스처로 마무리된다.

실제로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 지켜지지 않았는지 확인되는 시기는 유사한 위기 상황이 재발하는 경우다. 그때는 왜 지난 개선 및 재발 방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 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일부 기업은 그런 경우에도 다시 개선과 재발 방지를 강하게 약속하며 큰 불을 끄려 한다.

국민과의 약속이 있었다면 그 약속은 처음부터 VIP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의지를 관철하는 것도 VIP여야 한다. VIP가 직접 그 약속 내용을 기억하며 개선과 재발 방지 조치를 완성해낼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도 존재한다.

일단 그 약속을 믿어보자는 국민의 신뢰도 VIP를 보며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중요한 책무를 완성시킬 수 있고, 꼭 완성시켜야 하는 사람도 VIP다. 다른 사람이 리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와 같이 VIP는 위기관리를 위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기업 내 핵심 자산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위기 발생 시 해당 기업 VIP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한다. VIP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고, 그의 입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기대한다.

혹시나 직면한 위기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숨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살핀다.

위기관리가 잘 되면 사람들은 VIP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리드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가진다. 반대로 위기관리가 잘 안 되면 VIP가 적절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비판한다.

결국 위기관리 성패에서 모든 사후 평가는 VIP가 홀로 지게 되는 것이다. VIP는 어떤 경우에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할수록 문제는 더 커진다. VIP가 위기관리를 직접 리드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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