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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에 발 벗고 나서야 VIP다

[정용민의 CRISIS TALK] VIP가 위기관리를 리드해야 하는 이유 (上)

신속하고 통합된 의결로 과감히 대응...VIP의 깊은 관여는 필수
위기 발생 시 기업의 얼굴로서 직접 사람들 앞에 나서야

  • 기사입력 2023.08.31 08:00
  • 기자명 정용민

더피알=정용민 | 수많은 위기관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위기관리 성공 포인트 중 하나가 ‘VIP가 직접 위기관리를 리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VIP는 물러서 있어야 한다든가, 위기의 책임으로부터 VIP를 자유롭게 하라는 등의 조언은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VIP는 직접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어떤 것에서도 자유롭지 않게 노심초사해야만 하는 걸까? 그래야만 위기가 관리되는 것일까?

오랫동안 일선에서 인하우스와 함께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를 다루다 보면, 기업 간에 다름이 확연하게 목격되는 것은 VIP의 관여도 차이다.

어떤 기업에서는 심각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VIP가 좀처럼 대책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평상시와 같은 의사결정 속도와 프로세스를 밟으며, VIP는 위기관리위원회의 상황 요약과 종합된 의견을 보고받길 원한다.

그러한 의사결정 장소에도 특정 고위 임원이 단독으로 들어가 알현하고 윤허를 받는 식으로 위기 대응이 결정된다. 한시가 급한 상황임에도 그러한 의전은 지켜진다.

만약 종합된 위기관리위원회의 의견이 VIP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위원회의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반면 어떤 기업은 위기가 발생하자마자 VIP가 위기관리위원회 대책회의에 착석한다. 구체적인 상황을 직접 보고받고 논의를 이끌어나간다. 대응책 마련을 위해 사내 담당자들과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VIP가 계속 질문을 한다.

어떤 내용도 따로 요약하거나 정리할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대응 의사결정을 내린다. 일정 기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긴 하지만, 좀 더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갑론을박이 이어지긴 해도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한 건 VIP의 즉각적인 위기관리위원회 대책회의 착석이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긴 해도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한 건 VIP의 즉각적인 위기관리위원회 대책회의 착석이었다.

이 두 타입의 기업 중 어떤 기업이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뛰어난 위기관리위원회와 외부 컨설턴트 그룹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해도, VIP의 관여는 필수적이다.

우수한 위기관리 조직에서 VIP의 관여는 화룡점정의 의미를 지니며, 부족한 위기관리 조직에서 VIP의 관여는 위기관리를 위한 부스터(Booster, 촉진제) 역할을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왜 VIP가 깊이 관여해야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본다.

첫째, VIP가 해야 빠르다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하는 것은 위기관리 체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를 위해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체계(Commander’s Intent)도 있는 것이고, 심지어 선조치 후보고라는 원칙도 생겨났다.

위기 발생 직후 위기 대책회의에 VIP가 참석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신속한 대응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일선 임직원이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 수위는 항상 제한적이다. 대리가 내릴 수 있는 위기 대응 의사결정과 부사장이 내릴 수 있는 위기 대응 의사결정의 수위는 다르다.

담당 임직원이 계속 의사결정 수위를 점검하며 주저할 때 VIP는 그 자리에서 바로 VIP 수위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려줄 수 있다. 일선 인력이 주저하며 허비하는 물리적 시간을 없애버릴 수 있다. 당연히 의사결정이 빠르니 대응도 빨라진다.

VIP가 직접 대책회의에서 의결을 독려하면 구성원은 하나가 된다.
VIP가 직접 대책회의에서 의결을 독려하면 구성원은 하나가 된다.

둘째, VIP가 해야 하나가 된다

위기관리를 전사적 업무라고 이해하는 기업 구성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재무부서에서는 왜 우리가 홍보부서에서 겪고 있는 위기에 함께 대처해야 하는지 의아해한다.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대책회의에 왜 영업부서까지 들어가야 하는지 묻는 임직원도 있다.

반대로 법무부서나 홍보부서 등은 왜 거의 모든 회사 위기마다 불려 들어가야 하는지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절대로 위기 앞에서 기업 구성원들은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VIP가 직접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착석하여 의사결정을 독려하면 구성원은 비자발적이라도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부서별로 생각과 판단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는 모든 부서가 VIP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대응을 논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VIP의 가시성이 해당 위기의 중대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많은 부서에서 경각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일단 하나가 된 의사결정 그룹은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VIP가 해야 과감해진다

부실한 아파트 시공 문제를 지적받은 건설사가 있다고 치자.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판 여론이 생겨 회사 존립이 어려워질 수준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자.

수천억 원에 이를 수도 있는 ‘헐고 다시 짓기’라는 의사결정을 사내에서 누가 나서서 할 수 있을까?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하니 내가 나서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과장이나 이사가 나올 수 있을까?

이미 대량 판매한 고급 화장품에 법적으로 문제 있는 성분이 들어갔다는 보도를 맞은 기업이 있다고 치자. 보도 직후 쏟아져 들어오는 소비자의 불만과 반품 및 환불 요구를 상상해보자.

수십에서 수백억 원에 이를 수도 있는 몇 만 소비자 불만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사내에서 누가 의사결정할 수 있을까?

VIP가 대책회의에 들어와서 “소비자 불만이 없게 무조건 전량 환불 조치해줍시다”라는 한마디면 위기관리는 성공에 가까워지는데, VIP와 연락도 가능하지 않다면 해당 위기 상황은 어디까지 다다를지 알 수 없다.

기업의 얼굴 격인 VIP는 사람들이 원할 때 앞으로 나서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기업의 얼굴 격인 VIP는 사람들이 원할 때 앞으로 나서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넷째, VIP가 해야 믿는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을 피해 숨는 VIP가 있고, 언론 앞에 나서는 VIP가 있다. 좋은 뉴스에는 언론에 자주 얼굴을 비추던 VIP도 위기가 발생하면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평상시에는 언론을 가까이하지 않다가도 위기가 발생하면 언론 앞에 나서는 VIP도 있다. 어느 VIP가 국민 그리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더 신뢰받을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 시에 기업 VIP의 가시성을 키우라는 전략적 조언을 한다.

많은 사람들은 기업을 인간화해 인식한다. 흔히 기업을 좋은 기업, 나쁜 기업이라 칭하는 것에서도 인간화 개념이 그 기반에 깔려 있다. 기업을 인간처럼 인식한다고 할 때 그 얼굴이 되는 것이 VIP다.

 

9월 1일 모든 책임은 리더가 홀로 진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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