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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 가전회사 LG전자를 솔루션 주는 회사로 변화시키다

[COVER STORY] 데이터 기반 고객경험 브랜딩 ⑤

DCX 혁신 사례 인터뷰/ 이향은 LG전자 상무가 말하는 고객 경험의 가치와 미래

  • 기사입력 2023.10.18 08:00
  • 최종수정 2023.10.24 09:23
  • 기자명 김영순 기자

더피알=김영순 기자 |  LG전자가 집을 만든다. 가전회사가 집을 만든다는 것이 놀랍겠지만 사실이다.

이른바 ‘스마트 코티지’라 불리는 이 사업은 ‘지속가능한 주거 생활’을 모토로 삼아 LG전자의 에너지 및 냉난방공조 기술과 가전을 적용한 세컨드 하우스 형태의 소형 모듈러 주택이다.

이를 주관하는 이가 바로 CX의 구루(Guru) LG전자 H&A사업본부 CX(Customer Experience, 고객 경험)담당 이향은 상무다. 그녀에게 가전회사가 집을 만든다는 신선한 개념의 스마트 코티지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물어봤다.

이향은 상무는 그동안 유수 기업들과 고객 경험 프로젝트를 해왔고, ‘트렌드 코리아’ 공동 저자로서 디자인과 소비문화를 통합하는 통찰력 있는 전문가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phototoday@naver.com
이향은 상무는 그동안 유수 기업들과 고객 경험 프로젝트를 해왔고, ‘트렌드 코리아’ 공동 저자로서 디자인과 소비문화를 통합하는 통찰력 있는 전문가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email protected]

CX로 탄생한 스마트 코티지의 인기

“저희는 제조사잖아요? 그래서 대개의 기획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기술’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스마트 코티지는 완전히 반대로 ‘요즘 고객이 뭘 좋아하지? 요즘 고객의 트렌드가 뭐야?’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트렌드를 우리가 조금이라도 팔로하거나 리드하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 거예요.”

팬데믹 기간이 3년이 지나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늘었다. 그리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열망 또한 높아졌고, 일과 휴가가 융합된 워케이션(Workcation) 개념도 떠올랐다.

실제로 이 상무는 팀원들을 5도2촌 트렌드에 맞춰 워케이션을 보냈다. 결과는 업무 공백이 없으면서 만족도도 높았다. 그러자 확신이 들었다.

“저희는 모든 가전을 갖고 있잖아요. 그 가전을 다 연결하면 집이 돼요. 그러니까 집에 가전을 넣는다는 관점이 아니라, 거꾸로 이 가전들을 다 엮으면 하나의 공간이 되고 집이 된다는 관점이었죠. 거기에 차별성을 주기 위해 고민한 결과가 에너지 솔루션이었어요. 그래서 자체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하는 에너지 솔루션의 작은 집합체를 만든 게 스마트 코티지예요. 그리고 그걸 ESG적으로 풀기 위해서 프리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 하우스로 만들었습니다.”

요즘 자신이 살 집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그 경험을 한 사람들은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또한 세컨드 하우스는 가끔 가는 집인 만큼 가전을 들이는 문제부터 집의 관리, 에너지 솔루션 등에서 계속 살 집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스마트 코티지는 그러한 소비자 수요에 대한 관점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PR 접근법과 닮았다. 그리고 스마트 코티지 사례는 자연스럽게 CX의 정체성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사실 CX는 생태계거든요. A부터 Z까지 해야 하는데 그걸 다 아는 사람, 다 잘하는 기업이 어딨어요? 그것은 계속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CX는 협업이고 생태계이며, 그 집합체로 만들어진 게 스마트 코티지입니다. 사실 반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거워요. 수주 연락이 너무 많이 오고 있어서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고객 경험과 사용자 경험의 차이

“LG전자에서 CX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4~5년 정도 됩니다. 구광모 대표님께서 ‘모든 답은 고객에게 있다, 이제 고객 경험이 답이다’ 하시면서 고객 경험에 대한 드라이브를 거셨어요. 그때 막 CX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도 얘기되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그때 시작됐으니 전문가가 많지 않았어요.”

이 상무는 센트럴세인트마틴스예술대학교 대학원 디자인경영학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점계의 스테디셀러인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 십수년째 공저자로 참여하며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트렌드 전문가로 알려진 그녀는 2021년 말에 LG전자 상무로 선임됐다.

“트렌드와 CX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할 수도 있는데, 사실 굉장히 유사합니다. 트렌드를 추적하고 예측하고 다룬다는 것은 소비자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안다는 얘기예요. 트렌드를 알면 소비 심리를 알게 되는데, CX는 이름 그대로 고객 경험이죠.”

LG전자에 입사한 그녀는 아직 애매했던 CX의 기틀 잡는 일부터 시작했다. 사실 CX는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와 혼동되어 사용되는 면이 여전히 있다. 그러나 단어에 담긴 의미부터 다르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사용자와 소비자를 놓고 보면 당연히 소비자가 더 클 수밖에 없어요. 소비자는 사용자가 될 수가 있지만 사용자가 소비자일 필요는 없어요. 예를 들어 내가 어머니에게 효도하기 위해 안마 의자를 사드렸다면, 나는 소비자지만 사용자는 어머니인 거예요. 그럼 소비자와 사용자가 다르잖아요? 사용자 관점에서 더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기능적인 오류를 줄이는 게 UX거든요. 그 제품과 만났을 때 인지적인 오류, 기능적인 오류, 작동 오류 등을 줄이기 위해서 시작된 게 UX예요. 즉 효율성의 극대화죠. 그러나 CX는 UX를 포괄해요.”

이향은 LG전자 CX담당 상무.
이향은 LG전자 CX담당 상무.

DCX는 감정을 다루는 영역

예를 들어 내가 냉장고를 하나 사야 한다고 치자. 그러면 어떤 냉장고를 살까 검색을 시작한다.

회사들을 비교하고, 매장에 가서 실물을 확인하고 가격도 비교한다. 그리고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결국 구매한다. 설치기사가 와서 설치한다.

그다음부터 사용이 시작된다. 사용하다 보니 고장이 났다. AS에 전화를 한다. AS 기사가 왔는데 서비스가 좋지 않다. 그래서 클레임을 하고, 사과를 받고 포인트를 받는다.

그렇게 쓰다가 폐기할 때가 된다. 그래서 새로 사기로 하고, 쓰던 냉장고는 회수 가능한지 물어본다. 이러한 전 과정에 접점들의 합이 CX라는 것이 이 상무의 설명이다.

“구매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사용하고 폐기하기까지의 경험과, 그 경험에서 얻은 긍정과 부정 감정 등을 확인해보는 것이 CX입니다. UX는 굉장히 디테일하고 전문적인 영역이고, 그걸 포함한 여러 단계를 다 합산하면 CX입니다. 그래서 CX는 굉장히 광범위해요.”

UX가 사용이나 기능, 인지적 오류 최적화라면, CX는 감정에 관한 영역이다. 그래서 기능적인 면은 CX에서는 디폴트이며, 궁극적인 사안은 인식과 기억, 감정에 대한 것이기에 만족도에 집중한다. 즉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줄이고 와우 포인트(Wow Point)는 늘리는 일이다.

CX와 PR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이유

소비자를 최우선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 PR과 CX의 접점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PR은 퍼블릭 릴레이션십(Public Relationship)의 약자잖아요? 그러면 불특정 다수에게 우리 브랜드를 더 잘 알리고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잖아요. 그런데 퍼블릭 릴레이션십이라는 말에서 퍼블릭이란 부분이 요즘은 초개인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아마존은 0.1 단위로 세그먼트(Segment)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라는 한 사람도 10개의 자아로 나뉘는 시대다. 한 사람이 단일화된 자아로만 정의되는 것은 가공된 서사에서나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 그래서 이 상무는 의심한다.

“내가 소비자로서 돈을 쓰는 모습만 봐도 굉장히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퍼블릭 릴레이션십을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좋은 이미지를 계속 주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진부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퍼블릭을 어떻게 단순한 퍼블릭으로만 보냐는 거죠.”

이 상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에 바이든 아일랜드를 열어 비대면 유세를 펼친 사례를 들었다.

그 시도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맞춤형 접근으로 다가가 소통하고 궁극적으로 조 바이든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었다. 이것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PR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향은 상무는 3B를 적재적소에 잘 적용해야 DCX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향은 상무는 3B를 적재적소에 잘 적용해야 DCX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DCX 브랜딩하려는 기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

“당연히 요즘 고객이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야 하고, 그들이 관심 있는 얘기를 해야 주목하고 듣죠. 요즘은 수많은 콘텐츠가 고객에게 전달되는데, 고객은 일상이 짜증나고 귀찮아서 관심 없는 건 쳐다보지도 보는 세상이에요. 때문에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을 알아야 하고, 당연히 혁신적인 고객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럼으로써 고객의 경험을 설계하고, 고객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걸 선제적으로 기획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겠죠. 따라서 고객 소통과 고객 경험은 아주 밀접한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무는 그래서 CX에서의 스토리텔링을 강조한다.

“CX는 기획 30%, 마케팅 30%, 전략이 40%예요. 이 전략이 뭐냐 하면 딜리버러블(Deliverable)인데 이게 스토리텔링이에요. 같은 말을 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말하면 사고 저렇게 말하면 안 사게 되죠. 그래서 진심이 와닿게, ‘이거 살 수밖에 없네’ 하도록 진심이 통해야죠. 그 전략이 스토리텔링이거든요. 그러니 PR과 떼려야 뗄 수가 없고 마케팅적 역량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에 기반하여 그녀가 생각하는 CX에 적합한 인재상은 다양한 산업 트렌드를 많이 알기에 인사이트가 깊은 사람, 그리고 융합형 인간이다. 이는 이 상무가 가진 기질적인 면과도 상통하는 바가 있다.

“저는 저와 다른 전공의 사람들과 얘기할 때 엄청난 시너지가 나서, 우리가 못 하는 게 있으면 무조건 외부에 협업하러 가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협업하려 하면 겁부터 내요. ‘되겠어? 우리가 밀리면 어떡해? 말 안 통하면 어떡해? 보안 뚫리면 어떡해?’ 이게 나쁘게 말하면 폐쇄적이고 좋게 말하면 한 우물만 파는 건데, 저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한 사람이 다 하느냐, 어떻게 한 조직이 다 하느냐, 어떻게 한 회사가 다 하느냐’를 생각해요.”

빌드(Build), 보로(Borrow), 바이(Buy). 빌드는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보로는 빌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빌리는 것, 그리고 빌리는 게 안 되면 다음은 바이, 즉 사는 것이다.

이 상무는 이 3B를 적재적소에 잘 적용해야 DCX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장기적 관점에서 변화에 대처하는 기업의 진정한 기초 체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향은 상무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서 또 어떤 변화의 발걸음을 이끌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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