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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가치는 체계로 찾고, 경험은 ‘이야기’로 설득해라

[COVER STORY] 데이터 기반 고객경험 브랜딩 ④
‘DCX 사례와 커뮤니케이션 전략’ 토론 (下)

허재호 “정밀한 고객 이해 보다 더 중요건 시대정신 반영한 브랜딩”
고상경 “데이터의 수집 목적은 '활용'에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박병훈 “확장된 데이터 다루려면 데이터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 기사입력 2023.10.17 08:00
  • 최종수정 2023.11.15 16:19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기업의 데이터 활용 전략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이 고객 개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데이터 간의 결합과 기업 간의 협업이 중요해진다. 조직 내부에서는 데이터를 찾기 쉽도록 체계도 수립해야 하면서 조직원 간의 혼선을 막아야 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렇게 공들여 정리한 고객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가공해서 경험을 창출해내고 있을까?

먼저 읽을 기사: 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목적으로 구조화하라”

이종혁 소장.
 토론 좌장을 맡은 이종혁 공공소통연구소장. 사진 =전재현 포토그래퍼 /서지형 포토그래퍼.

경험을 모아 브랜딩에 시대정신을 녹여내는 큐레이션 필요

허재호 상무는 LG CNS의 경우,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Accenture)가 ‘액센츄어 송’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마케팅 전문회사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을 벤치마킹해 데이터를 통한 CX와 브랜딩 측면에서 보다 완전한 조직 성장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그룹 내부에 있는 경우가 많은 LG CNS는 통상적으로 마케팅에 참여할 때 기업의 브랜드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의 콘셉트로 고객 경험의 각 요소마다 브랜드 콘셉트를 녹여낼 방법을 찾아내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과정을 진행하는 게 이들의 몫인데, 이 때 브랜드 프로미스(Brand Promise)로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소개해주는 과정도 수반된다.

고객사가 신생 기업일 때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기도 한데, 이 경우 데이터로부터 브랜드를 최초로 만들어가는 업스트림(Upstream) 과정이 관건이다.

허 상무는 ‘이솝’(Aesop)이라는 뷰티 회사의 예를 들며 “개별적이고 정밀한 데이터로 고객 개인을 이해하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브랜딩 관점에서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큐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개별적인 고객의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일반화하여 집단 수준의 공통 특징을 추출해내려면 세대별, 지역별, 국가별로 가지고 있는 핵심 코어 밸류가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추출 작업은 ‘트렌드’와 ‘트랜슬레이션’(번역, 전달)의 합성어인 ‘트렌드슬레이션(Trend-slation)이라 부른다고 허 상무는 설명했다.

고상경 상무.
고상경 삼성카드 상무.

기업이 고객 소통을 위해 데이터를 결합하는 다양한 사례

삼성카드도 데이터 얼라이언스(업체 간 데이터 제휴)외에도 설문조사부터 타깃팅까지 많은 고객 데이터를 결합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AI 추천을 제공하는 삼성카드 앱의 ‘투데이픽’ 섹션은 고객별로 다 다르게 구성되어있다.

30여 개의 콘텐츠를 다 다르게 하기 위해선 실시간으로 바뀌는 고객 동향을 즉각적으로 감지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회사가 주고 싶은 수백 가지의 메시지 중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 맥락을 파악하는 작업은 AI의 도움을 받아도 어렵다. 추천한 것을 고객이 정말 좋아하는지 나타내주는 반응 정보도 민감하게 주시할 사항이다.

여러 번 노출해도 고객이 관심 없어서 클릭하지 않을 콘텐츠를 기업이 계속 제시하면 고객 경험은 나빠지기 마련이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에 그친 과거와 달리, 더 좋은 데이터의 확보가 데이터 분야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점에서 ‘마이데이터’는 기업에게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카드사는 직원 데이터 외에도 다른 카드사들과의 얼라이언스 회의를 통해 품목 데이터와 각 회사의 데이터를 알게 되었다.

개별 카드사가 고객의 전반적인 소비를 알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고객이 어떤 것을 검색하며 무엇을 구매하는지 모르는 부족한 부분을 얼라이언스가 보충해주고 있다.

일례로 고객이 특정 카드로 온·오프라인 쇼핑을 하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는 품목의 종류가 다르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할 길이 열린 것이다.

고객 설문도 제휴사들이 고객 경험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발히 쓰인다.

특정 유통사가 신규 점포를 열었다면, 첫날 방문한 고객에게 바로 설문을 돌려 매장 경험이 어땠는지 묻는다.

고객이 ‘동선이 꼬여 혼잡스러웠다’, ‘주차장 안내가 안 되어있다’ 등의 피드백을 하면, 바로 다음날 바닥에 안내 표시를 붙이고 적절한 지역에 직원을 배치하는 식으로 고객 데이터와 의견에 대응하는 작업을 많은 기업 현장에서 행하고 있다.

박병훈 대표.
박병훈 T3Q 대표.

확장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여주며, 설득하라

데이터를 찾는 작업은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얻으려는 의도를 전제로 한다.

과거에 데이터는 정형 데이터, 수치 데이터, 텍스트 데이터에 국한되었지만, 지금의 데이터는 이미지, 영상, 음성 영역까지 확장된 상태다.

이때 데이터의 가치를 판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데이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목적이 생겼을 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목적을 가능한 빠르게 달성하게 하는 것이 바로 업무 혁신의 기본이다.

업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체계다. 데이터를 찾는 방법이 무엇이 되었든, 찾을 수 있는 적절한 체계, 방법, 툴이 제공되어야 할 이유다.

박병훈 T3Q(티쓰리큐) 대표는 오랫동안 AI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확장된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함을 역설했다.

우선은 데이터를 찾기 쉽게 만드는 구조화가 필요하다. 박 대표는 6개월에 한 번 하는 VIP 보고를 위해 5개월 동안 데이터를 찾던 기업이 T3Q가 제공하는 혁신을 통해 매월 VIP 보고를 할 수 있게 된 사례를 언급했다.

구조화 과정이 조직 내부로 들어오면 프라이빗한 구글 서치가 가능해지고, 여기에 LLM(대형 언어 모델)에 기반한 초거대 AI가 결합한다.

사용자로서는 질문에 대한 AI의 답변이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를 수 있는데, 이 때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검색 엔진에서 관련 근거를 찾아주고, 초거대 AI와 LLM이 해당 질문에 대해 답변을 제공해준다면 그 답변이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 검증이 가능해지는 식이다.

데이터에서 가치를 추출했다면 그걸 잘 보여주는 일이 남는다.

그게 “비즈니스 파트너이든, 사용자, 고객이든 누구에게나 잘 보여줄 필요가” 있기에, T3Q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통합 플랫폼 내에 지능형 검색과 더불어, 빅데이터화부터 가치 표방에 이르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분석 방법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마지막으로는 생성 AI의 특징을 이용해 설득 마케팅(Persuasion Marketing)이나 피드백 리포트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보는 과제가 남아있다. 고객은 ‘기업이 왜 지금 이것을 나에게 추천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선택에 나선다.

차경진 교수는 “옷을 사러 갔을 때 나에게 어울리는지 아닌지 애매한 옷도 영업사원이 계속 어필하면 점점 예뻐 보이면서 구매가 유도되는 것처럼, 생성 AI가 특정 화면을 구성하고 특정 아이템을 추천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문구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과정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기업에 지원하는 수많은 면접자를 대상으로 이들의 면접 리포트와 피드백, 생성 AI를 활용해 3~4개 정도의 피드백 리포트를 만들어 제공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한편 직원 경험과 면접자 경험 모두 개선한 것이다.

질문하는 하헌욱 참가자(좌).
질문하는 하헌욱 참가자(좌).

내부를 위한 브랜딩과 데이터 거버넌스 효율화 방안

토론 말미에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에 근무중이라는 하헌욱 참가자가 협업에 관한 중요한 질문 두 가지를 던졌다. 내부 고객, 내부 임직원을 위한 서비스에도 브랜딩이 필요한지와, 데이터 거버넌스 측면에서 조직원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다보니 데이터를 보유한 오너와 분석자가 다른 경우도 많은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다.

첫 질문에 허 상무는 내부 고객 대상 브랜딩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답했다. 하나는 우리 회사에 대한 브랜딩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의 직원들이 가진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에 따른 브랜딩이다.

고객 경험과 직원 경험을 동시에 포괄하는 ‘임플로이 익스피리언스’(Employee Experience)를 이끌기 위해선 기업 브랜딩 외에도 조직원 관리 차원에서 필수적인 분석을 통한 경험 제고가 필요하다.

내부 시스템을 쓰다 보면 모든 레거시 시스템에는 로그(기록)가 남는데, 그 로그를 통해서 실제로 업무 프로세스의 단계마다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트랙이나, 무한루프에 빠지는 지점을 파악하는 것이 그 예다.

사내의 여러 커뮤니티 로그를 프레임워크로 분석해보면 직원이 생각하는 회사 브랜드와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간의 차이도 드러난다.

직원과 회사 사이에서 ‘브랜드 프로파일’을 비교해보았을 때 생각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은 여러 조사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측이 업계의 테크니컬 리더나 프런티어가 되길 바라지만, 직원들은 오히려 감성적이고 따듯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허 상무는 프로파일을 통해 누군가가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바를 어떤 식으로 나눠서 볼 것인지 미리 구조화해놓는 작업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상무는 두 번째 질문의 답으로 삼성카드의 예를 들면서, 데이터의 수집 목적은 활용에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고 당부했다.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데이터를 바라봐야 관점의 차이에 따른 혼선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 분석 조직 구성원을 거버넌스 IT 조직으로 데려왔다.

이에 대해 고 상무는 “그때까지 축적한 데이터는 내부 레거시(과거부터 물려져온 낡은 방법론·시스템·소프트웨어 등)에서만 생성된다는 생각이 들어서”라며 “현재는 분석 자체를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지가 거버넌스를 보는 관점”이라 설명했다. 밀려들어오는 새로운 외부 데이터를 자체 거버넌스에 맞게 축적하도록 조직을 바꾼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소통의 본질은

이제 고객 경험은 물리적 한계를 넘어 정서와 서사 차원까지 확장되었다. 이를 포괄하는 성공적인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려면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바라는 바를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생성 AI와 빅데이터 등의 기술적 측면은 시장이라는 생태계의 나뭇잎부터 숲까지 동시에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 작용한다. 그 생태계를 바라보는 기업에게, 고객은 데이터의 형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가 꿈꾸는 소통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번 포럼에서 참석자와 발표자 모두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추후 더 풍부한 기업 사례와 인사이트를 심화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후속 세미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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