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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도 선언한 ‘고객 경험’ 전략…그게 뭔데?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을 브랜딩하라]
한양대 DCX연구실 차경진 교수의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에서 말하는 프레임워크란 무엇인가

  • 기사입력 2023.08.23 08:00
  • 기자명 김민지 기자

더피알=김민지 기자 | 오늘도 새로운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짜기 위해 실무자들은 데이터를 들여다본다. 데이터베이스만 잘 해석하면 무엇이라도 나오겠다고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IT 분야 전문 컨설팅 기업들이 밝히는 데이터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극히 낮다. 2017년 가트너는 “85%의 데이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발표했고, 액센추어도 2019년 기업 임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8%만이 데이터 활용 프로젝트에 만족했다”고 밝혔다.

데이터베이스를 뭐든지 다 캐낼 수 있는 금광으로 느끼겠지만 막상 그 성과는 좋지 않다는 말이다. 어떤 기능을 어느 시간대에 더 사용하는지 정도의 정보는 얻을 수 있지만 이후 제품·서비스의 혁신은 어려운 것이다.

고객 맞춤 혁신을 위해서는 사용 목적이나 고객의 성향, 행동 시 나타나는 감정 분석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저자 한양대 차경진 교수는 ‘DCX(Data driven Customer eXperience)’, 즉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분석의 출발을 제품이 아닌 고객에서부터 시작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어떤 맥락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고객의 무의식적인 니즈는 무엇인지 데이터 기반으로 도출해낸다.

차경진,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차경진,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국내 기업도 고객 경험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주요 사업 부문 명칭에 경험(experience)에서 따온 X를 넣었다. 가전·모바일 사업부는 ‘DX(Device eXperence) 부문’, 무선사업부는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변경됐다. LG CNS 또한 2020년 DCX 센터를 신설해 DCX 전문성을 강화했다.

‘고객 경험’이라는 단어가 기업 입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런 실무자들을 위해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책 내용을 발췌해 DCX가 무엇인지, 그래서 데이터를 갖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정리했다.

 

CX란? 고객 사용 ‘맥락’ 읽기

저자는 그동안 여러 대기업과 산학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안타까웠던 경험을 밝혔다.

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자문을 맡았을 때, 실무자들은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 여정 단계마다 얼마나 데이터를 잘 쌓아왔는지 보여줬다. 저자는 “이제 이걸로 어떻게 경험을 혁신할 수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결론은, 서비스에 남은 기록 데이터만 가지고는 새로운 고객 가치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LG전자의 UP가전. 사진=LG전자 홈페이지

고객 경험, 즉 CX(Customer eXperience)를 적용하면 진짜 중요한 정보는 고객 행동 맥락이 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2016년부터 제네시스 차량에 와이파이 모뎀을 달아 고객의 자동차 상태 정보를 수집했다. 엔진오일 교체 시기, 타이어 공기압, 능동 브레이크 기능 동작 여부 등의 데이터를 감지했다.

현재는 수집하는 데이터가 4배 가량 더 늘었다. 현 시간에 고객이 출퇴근을 하고 있는지, 차에 몇 명이 탔는지, 항상 가던 길을 가는지, 캠핑을 가는지 등 고객 행동 맥락에 접근한 데이터다. 고객의 삶에 적용시켜줄 경험 가치를 찾기 위해서다.

LG전자 또한 UP가전을 출시해 고객의 맥락에 맞게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경험을 준다. 고객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면 공기청정기와 세탁기에 펫 모드 기능이 업데이트 되고, 신생아가 태어나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자연 바람 모드가 추가된다.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 경험 추적하기

삶의 환경과 물건을 사는 이유가 어떻게 변하는지 발견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범사회적 해석이 필요하기도 하고 고객도 파악하지 못한 무의식과 연관돼 있기도 하다. 이를 ‘잠재 니즈’라고 부른다.

이는 고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인터뷰해도 내가 고객 본인이 아닌 이상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DCX는 CX에 data driven, 즉 ‘데이터 기반’이 들어가 완성된다. 디지털 시대에 고객의 행동은 모두 데이터로 흔적이 남는다. 구매 데이터, 소셜 미디어 활동, 리뷰 등 고객 경험을 추적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DCX 프레임워크는 기존과 다르게 응용한다.

‘디자인씽킹’의 한계점을 극복한 DCX

최근 십여년 간 기업들이 혁신 아이디어 도출로 자주 이용한 방식은 ‘디자인 씽킹 프레임워크’다. 디자인 씽킹 또한 DCX와 같이 고객에서부터 분석이 시작된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불편 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고객 여정 맵’을 그리고 ‘페르소나’를 설정한다. 고객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해당 행동 시 기분은 어떤지를 파악해 맵을 그리는 것이다. 이후 페르소나라는 사용자 유형을 대표하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든다.

디자인씽킹과 DCX 방법론의 차이점. 표=책 본문 중
디자인씽킹과 DCX 방법론의 차이점. 표=책 본문 중

한양대 DCX 연구실에서는 디자인씽킹 한계점을 보완해 DCX를 개발했다.

디자인씽킹에서는 페르소나를 잘 정한 게 맞는지, 시장성이 있을지, 연구자가 고민하게 된다. 연구자의 경험과 관점이 분석결과를 좌우한다.

고객 여정 맵을 도출할 때 고객을 섀도잉(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관찰), 인터뷰 등을 이용한다. 여기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표기한 고객의 감정이 관찰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해당 페르소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했느냐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DCX는 눈으로 보이는 경험 데이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관찰자의 관점이 적게 반영된다. 고객 여정 맵 대신 CAM(Customer Action Map·고객 맥락 맵)을 사용해 감성을 수치로 나타낸다. 하나의 페르소나를 이해하기보다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종합해 연관된 생태계를 이해한다.

 

AI로 실현 가능해진 DCX, 지금부터 시작이다

디자인씽킹의 한계점을 DCX는 AI와 머신러닝 기법으로 해결한다.

혁신의 최종 목표는 ‘개인화’다. 수없이 쌓인 데이터에서 소비와 취향 패턴이 다른 각 사람들의 입맛을 발굴해내야 한다.

이 때 활용하는 것이 AI다. 1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연구자가 직접 분류할 수 없었던 일을 AI가 해결한다. 유사한 데이터끼리 군집으로 묶는 것도 AI의 몫이다.

차경진 교수는 “그동안 데이터를 쌓아놓기만 하고 개인화를 못 시키는 기업이 많았다”며 “생성형 AI가 산업에 이용되는 현재, DCX를 본격화할 시대가 열렸다”고 DCX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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