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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캠페인의 다섯 가지 ‘C’

[박재항의 캠페인 인사이트]

  • 기사입력 2023.05.17 08:00
  • 기자명 박재항
닌텐도 월드 방문객 맞는 '슈퍼 마리오' 형제. AP/뉴시스
닌텐도 월드 방문객 맞는 '슈퍼 마리오' 형제. AP/뉴시스

더피알=박재항 | 미국 뉴욕시를 흔히 ‘세계의 수도’(The Capital of the World)라고 부른다. 그 수도는 서울시나 다른 광역시의 구(區)와 비슷하게 다섯 개 보로(Borough)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 ‘세계의 수도’로서 뉴욕시의 위용이나 매력을 나타낼 때 연상되는 곳은 맨해튼(Manhattan)이다. 

맨해튼을 오가는 이들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관광, 쇼핑, 비즈니스다. 그 세 가지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중심부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좁은 지역은 록펠러센터를 중심으로 한 서너 블록이다. 고급 브랜드 숍들이 줄지어 있는 동서 방향으로 5번가(5Th Avenue)와 6번가 사이, 남북으로 48가(48th Street)와 52번가를 에워싼 지역이다. 

그 지역에 3월 10일 주택가 동네에서나 어울릴 법한 배관수리공의 노란색 밴(van) 차량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차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양쪽에 도열하여 박수를 치거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가운데 기업의 전시장을 겸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 섰다. 

뒷문에 달린 번호판 위쪽에는 ‘NEW YORK’이라고 주(州)를 명기하고, 아래에는 ‘EMPIRE STATE’라고 뉴욕주의 별명을 적었다. 중간에 새긴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 낯익은 듯 아닌 듯하다.

‘M4R10 BRO’

형제를 뜻하는 ‘BRO’가 붙은 걸 보니 앞쪽은 슈퍼 마리오의 ‘MARIO’를 뜻하는데, 알파벳 ‘A, I, O’를 비슷한 모양의 숫자 ‘4, 1, 0’으로 바꾸어 쓴 것이다. 

그런데 뒤의 두 철자 ‘I’와 ‘O’를 숫자로 표기한 건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3월의 ‘MARCH’를 줄여서 세 철자로만 쓸 때 앞부분의 ‘MAR’을 쓰는 것에 착안하여, 슈퍼 마리오 팬들이 3월 10일을 ‘마리오 데이’(Mario Day)라는 기념일로 정하여 축하하는 모임을 가지고 코스프레 등의 행사를 펼쳐왔다. 

‘A’를 ‘4’로 쓴 것은 비슷한 모양이라 장난스럽게 썼을 수도 있고, ‘A’를 쓴 번호판이 이미 등록되어 있어서 선택한 고육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슈퍼 마리오 영화를 개봉하면서 닌텐도와 영화사에서 전개한 일련의 마케팅 활동을 보면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

'닌텐도 월드' 광장 활보하는 루이지. AP/뉴시스
'닌텐도 월드' 광장 활보하는 루이지. AP/뉴시스

닌텐도와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유니버설 픽처스(Universal Pictures)가 공동 제작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Super Mario Bros)는 2022년 10월에 티저 영상이, 11월에는 공식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예고편을 알린 본격 광고는 2023년 2월 슈퍼볼 기간에 시작됐다. 그리고 한 달 후인 3월 10일 ‘마리오 데이’에는 팬들을 초청하여, 영화에서 슈퍼 마리오가 신은 신발을 실물로 만들어 공개하는 행사를 맨해튼의 닌텐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거행했다. 

이 글의 첫부분이 바로 그 공개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다. 노란색 밴에서 마치 현금 박스나 귀한 예술품을 운반하듯 철저한 경호 속에 상자를 옮겼고, 숍안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영화 속에서와 똑같이 생긴 마리오의 작업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념 촬영이 이어졌고, 팬들의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를 타고 장난감 같은 작업화 사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번호판의 ‘4’가 4월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뒤의 ‘10’과 연결하여 4월 10일이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개봉일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는 그보다 닷새 빠른 4월 5일 개봉했는데, 개봉 후 2주가 지난 현재 올해 최고 관람객과 수익을 기록한 영화로 등극했고, 이전에 나온 게임을 소재로 한 모든 영화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작년에 닌텐도가 낸 수익의 20%를 이미 영화로 거두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4월 26일 개봉이고, 아직 상영하지 않은 국가가 훨씬 많은 상태에서 그런 놀라운 실적을 거둔 것이다. 

‘A’를 ‘4’로 쓴 연유야 어찌 되었든, 4월을 떠올리게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작년 10월의 티저 영상부터 펼쳐진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위한 캠페인의 치밀함과 다양함을 다섯 개의 ‘C’로 정리했다.

Contents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콘텐츠로의 진화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1985년 9월에 비디오 게임으로 세상에 선을 보였다. 게임이라는 콘텐츠 안에서 처음에는 2D로 시작하여 바로 3D가 등장했고, 다양한 닌텐도의 게임 기기와 TV, 컴퓨터 등에서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개발되었다.

게임을 넘어서 슈퍼 마리오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만화책이 나왔다. 팬들을 만들고 유지하고 집중시키며, 이렇게 여러 장르와 형식으로 개발하는 건 닌텐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두 번째 ‘C’가 나온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서 '닌텐도 월드' 매장에 '슈퍼 마리오' 인형 등이 진열돼 있다. AP/뉴시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서 '닌텐도 월드' 매장에 '슈퍼 마리오' 인형 등이 진열돼 있다. AP/뉴시스

Collaboration
협력으로 넓히는 브랜드 세계

4월 개봉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메이저 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 슈퍼 마리오 게임 제작사 닌텐도의 장기간에 걸친 협업의 결과다. TV로 방영되고 비디오테이프나 DVD로 팔린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의 체험을 제공하는 협업도 있었다. 슈퍼 마리오는 라이선싱 형태로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며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빈도를 높였고, 접촉 채널도 다각화했다. 

레고 블록과 특유의 번호판을 붙인 장난감 자동차 등에 이어 이번 마리오 데이에 선보인 실물 작업화가 그 예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지고 협업이 가능하게 중심을 잡아준 ‘C’가 있다.

Character
모두가 사랑하는 마리오 아저씨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웨인 그레츠키(Wayne Gretzky)를 꼽는다. 

그러나 필자가 처음 미국 땅에 살던 1991년에서 1993년에는 마리오 르미외(Mario Lemieux)였다. 거듭 심각한 부상을 당하면서도 불사조처럼 돌아와 팀의 2연속 스탠리컵 우승을 이끈 마리오 르미외의 별명은 당연히 ‘슈퍼 마리오’였다. 

마리오 르미외(왼쪽)가 현역으로 뛰던 1996년 4월 26일, 그의 소속팀인 피츠버그 펭귄스와 워싱턴 캐피탈스의 경기 한 장면. AP/뉴시스
마리오 르미외(왼쪽)가 현역으로 뛰던 1996년 4월 26일, 그의 소속팀인 피츠버그 펭귄스와 워싱턴 캐피탈스의 경기 한 장면. AP/뉴시스

이음새가 떨어져 물줄기가 솟으며 난장판이 된 집 안의 배관을 바로잡고, 난공불락 악당의 요새에 잡힌 공주를 구출하는 슈퍼 마리오와 같은 활약을 펼친 르미외에게 안성맞춤인 별명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관공이라는 직업에 코믹해 보이는 콧수염, 트레이드마크인 모자까지 친근한 아저씨 슈퍼 마리오는 가장 사랑받는 게임 캐릭터다. 그가 있기에 콘텐츠가 넓고 깊게 나아가는 게 가능했다. 팬들을 모으는 것도 바로 그 캐릭터다.

Club
마리오 팬들아, 모여라!

슈퍼볼 기간에 공개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예고편과 그 한글판을 본 후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하자, 1990년대 중반 태생이 이렇게 말했다.

“그건 마리오 게임을 해보지 않아서 그래요. 게임을 해본 이들이라면 한 동작, 한 장면 의미를 알고 아주 재미있어해요.”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서 '닌텐도 월드' 사전 공개 행사가 열려 방문객들이 '슈퍼 마리오' 사진을 찍고 있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상징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닌텐도 월드'는 흥미진진한 명소와 놀이기구, 상점 등과 함께 2월 17일 개장했다.  AP/뉴시스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에서 '닌텐도 월드' 사전 공개 행사가 열려 방문객들이 '슈퍼 마리오' 사진을 찍고 있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상징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닌텐도 월드'는 흥미진진한 명소와 놀이기구, 상점 등과 함께 2월 17일 개장했다. AP/뉴시스

미국의 30대 후반 친구가 영화 개봉 전에 성공을 확신한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이들은 모두 마리오 게임을 해봤다. 영화를 보며 다른 방식으로 마리오를 즐길 기대를 하고 있다.” 

현재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놀라운 흥행 실적을 보면, 그런 팬들의 존재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에 출연하는 캐릭터들의 의상을 입고 코스프레 영상을 경쟁적으로 올리며 공유한다. 

이렇듯 즐길 소재를 이번 영화가 제공해주었다. 사실 이전부터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 그 팬들이 모여 축하하는 기념일이 있었다.

Celebration
마리오 멍석을 깔고 노는 날

닌텐도에서 3월 10일을 마리오 데이로 기념한 건 2015년부터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마리오 팬들은 알파벳 ‘IO’와 숫자 ‘10’이 비슷하다는 데 주목하여, 3월 10일에 나름의 축하 행사를 가져왔다.

기업과 연관된 기념일들이 있다. 3월 26일은 나이키의 ‘에어맥스 데이’다. 1987년의 에어맥스 출시를 기념하는 날인데, 역시나 나이키가 공식적으로 후원하기 전에 충성 고객들이 모여서 힙합 음악을 즐기고 신발 거래도 하는 날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의 빼빼로 데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 곧 클럽들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축하하며 모여 노는 것이 바로 올해 마리오 데이의 주제였다. 거기에 실물 작업화를 공개하면서 더욱 의미 깊은 날이 되었다.

브랜드는 상품 외에도 이야기를 하고 놀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Contents)가 필요하다. 그런 콘텐츠는 제작사나 다른 브랜드, 기업들과의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서 만들 수 있다.

중심을 잡는 캐릭터(Character)가 있으면 콘텐츠 제작과 협력 관계를 수립하고 지속하기 쉽다. 특히 팬들이 그들만의 클럽(Club)을 만들어 모여서 노는 데 소재가 된다. 그렇게 모여서 브랜드의 특정 날을 축하(Celebration)하며 자신들도 즐겁게 논다.

한국에서는 4월 26일 개봉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펼친 일련의 영화 캠페인 과정은 의도했든 아니든 꽤 치밀했다. 

영화 캠페인 이상으로 시야를 넓혀 살펴보면, 슈퍼 마리오가 현재의 위상을 갖기까지 위에서 정리한 5C가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 기능해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브랜드를 살리고 더 크게 만들기 위해 혹시 5C 외에 다른 필요한 요소는 없는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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