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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너무 섹시하다! Z세대 독서 붐

[브리핑G] 지난해 영국 종이책 판매량 역대 최대 수준 기록
셀럽들의 ‘과시형 독서’에 영향? “Z세대, 기준 더 까다롭다”

  • 기사입력 2024.02.16 08:00
  • 최종수정 2024.05.16 10:36
  • 기자명 박주범 기자

더피알=박주범 | 황량한 디지털 환경의 과포화와 소음에서 벗어나 종이 책을 읽는 유행이 Z세대 사이에 퍼지면서 영국에서만 지난해 6억 6900만 권의 실물 도서가 판매되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기록이라고 한다.

스키니진을 ‘엄마바지’라 부르며 2021년부터 틱톡을 중심으로 꽉 끼는 옷 반대운동을 벌인 바 있는 Z세대가 M(밀레니어얼)세대와의 결별 혹은 차별화를 표방하기 위한 다음 주제로 종이책 읽기를 선택한 것일까?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경험하지 않은 첫 세대여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도 불리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태생)들 사이에 퍼진 종이 책 유행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슈퍼모델인 엄마 신디 크로퍼드와 함께 보그 영국판 2024년 3월호 커버에 등장한 22세의 모델 카이아 거버(Kaia Gerber)는 최근 ‘라이브러리 사이언스(Library Science)’라는 독서 클럽 사이트를 개설했다.

“책을 공유하고,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고, 선망하는 예술가들과의 대화 시간을 만들고, 나만큼 문학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한 거버는 “책은 항상 내 인생의 큰 사랑이었고, 독서는 너무 섹시하다”고 말한다.

거버의 첫 번째 문학 게스트는 이란계 미국인 작가 카베 악바(Kaveh Akbar)였다. 그는 데뷔 소설 ‘순교자!(Martyr!)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화상 통화로 참여했다.

라이브러리 사이언스 사이트에는 조안 디디온(Joan Didion)과 지아 톨렌티노(Jia Tolentino) 등 추천 작가 도서 모음집이 소개되어 있다.

셀럽들의 과시적 독서에 대해서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이 지난해부터 주목하고 있는데, 가디언이 기사 서두에서 언급한 보그는 2016년에 패션계 톱모델들의 독서열풍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가디언 기사의 메인 사진도 보그의 2016년 보도(카이아 거버 인스타그램 게재) 사진을 크롭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디언이 언급한 보그 3월호 커버
가디언이 언급한 보그 3월호 커버
보그가 2016년에 톱모델들의 독서열풍에 대해 소개하면서 인용한 카이아 거버의 인스타그램 독서 인증 사진.
보그가 2016년에 톱모델들의 독서열풍에 대해 소개하면서 인용한 카이아 거버의 인스타그램 독서 인증 사진.

도서관 방문도 71% 증가

영국과 아일랜드의 ISBN(국제표준도서번호)과 SAN(표준주소번호)을 담당하는 닐슨 북데이터(Nielsen BookData) 조사에 따르면 Z세대가 선호하는 인쇄 도서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 동안 발생한 구매의 80%를 차지했다.

소란한 커피숍보다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Z세대의 도서관 방문도 증가해 영국에서의 유인 도서관 직접 방문이 전체적으로 71% 늘어났다.

독서광들이 추천을 게시하는 틱톡의 하위 섹션인 북톡(BookTok) 차트에서는 콜린 후버(Colleen Hoover) 같은 작가의 판타지 및 로맨스 책들이 정기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Z세대는 다양한 장르를 읽고 있다.

Z세대 독서 습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기 틱톡 계정 ‘침대 옆 책들(Books on the Bedside)’의 공동 창립자 할리 브라운(Hali Brown)은 “Z세대의 독서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며, 특히 문학 소설, 회고록, 번역 소설, 고전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은 “Z세대 독서 세계에는 ‘핫 걸 북’ 또는 ‘슬픈 소녀 책’이라는 하위문화가 존재하며, 주로 문학 소설과 회고록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소녀성이나 여성성을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유명 모델 켄달 제너(Kendall Jenner)는 2019년 프랑스 해변의 요트에서 신체의 사물화와 상품화에 대해서 사색하는 첼시 호드슨(Chelsea Hodson)의 수필집인 ‘오늘밤 나는 다른 사람이다(Tonight I'm Something Else)’를 읽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새로운 ‘문학소녀클럽(Lit Girls' Club)’의 비공식 얼굴이 된 바 있다.

또한 프랑스 남부의 한 수영장에서 슬픔과 불안을 탐구하는 다시 와일더(Darcie Wilder)의 ‘말 그대로 건강한 사람을 보여줘(Literally Show Me a Healthy Person)’와 미란다 줄라이(Miranda July)의 단편소설집인 ‘너보다 여기 더 잘 속하는 사람은 없어(No One Belongs Here More Than You)’를 읽고 있는 모습이 사진 찍혔고, 이 책들은 사진 게시 후 24시간 내에 아마존에서 매진되었다.

여권 전문 온라인 잡지 걸트라이브(Girltribe)의 책 읽는 켄달 제너의 파파라치 샷 보도 
온라인 여성지 걸트라이브(Girltribemag)의 책 읽는 켄달 제너 파파라치 샷 보도 

‘슬픈 소녀’ 장르는 방황하는 여성들만 읽는 것이 아니다. 가수 해리 스타일스는 조앤 디디온의 책을 들고 있는 사진이 찍혔고,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제이콥 엘로디에게는 (영국의 유명 작가들인 브론테 자매들을 따라) 브론테 브라더스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켄달 제너와 제이콥 엘로디의 사진이 공개된 후에는 ‘보여주기식 독서 시대’에 진입했다는 온라인 담론이 이어졌고, 특정 인디 출판사(Fitzcarraldo Editions)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정기적으로 풍자하는 밈(meme) 계정도 생겼다.

브라운은 이런 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독서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한다면, 그들이 아름답거나 인터넷에서 존재감이 크다는 이유로 이런 방식으로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북클럽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렇게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게 된다면 훌륭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작가이자 저작권 에이전트로 활동중인 아비게일 버그스톰(Abigail Bergstrom)은 “전반적으로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 로맨스, 판타지류 등 현실도피적 장르들이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Z세대를 동질화하고 그들의 독서문화를 가볍게 취급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버그스톰은 “개척시대의 미국 서부처럼 황량한 디지털 환경의 과포화와 소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그래서 오히려 더욱 특정 주제에 대한 작가의 권위와 전문성과 관련해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이아 거버와 함께 보그의 2016년도 기사에 소개된 책 읽는 톱모델들의 인스타그램 인증사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리짓 말콤, TK 콴, 알렉산드라 아고스턴, 질리언 메르카도.
카이아 거버와 함께 보그의 2016년도 기사에 소개된 책 읽는 톱모델들의 인스타그램 인증사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리짓 말콤, TK 콴, 알렉산드라 아고스턴, 질리언 메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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