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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을 행운으로 만들다…“스타의 순간을 포착하라”

[박재항의 캠페인 인사이트] 돌발 상황에 즉각 반응하는 광고와 마케팅(上)

화제거리는 언제 어디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순발력과 창의력 결합시켜 발 빠르게 대응해야

  • 기사입력 2024.01.10 08:00
  • 최종수정 2024.01.12 09:56
  • 기자명 박재항

더피알=박재항 | 10년에 7억 달러라는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을 맺은 주인공 오타니 쇼헤이.

시속 16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면서 타자로도 한 시즌에 40개 이상의 홈런을 친, 그야말로 만화 주인공 같은 모습으로 ‘이도류’(二刀流)라는 단어를 일상용어로 만들어버린 그의 칼날은 광고계에서도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23년 12월 14일(현지시각) LA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 사진=AP/뉴시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월에 일본 트렌드 여행을 갔는데, 옥외광고가 발달한 일본의 광고물에서 가장 많이 만난 인물이 오타니였다. 2017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던 오타니는 그때 이미 메이저리그 3년 차였다.

그런 오타니니 미국 광고에 등장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데,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뉴욕발 화제를 일으켰다.

뉴욕시는 ‘세계의 수도’라는 별명에 걸맞게 야구에서도 월드시리즈를 번갈아 제패하는 메이저리그 팀 세 개를 보유했던 ‘야구 도시’다. 그런데 1957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내셔널 리그의 브루클린 다저스와 뉴욕 자이언츠가 서부로 떠난 후 아메리칸 리그의 뉴욕 양키스가 유아독존의 지위를 유지하다가 1962년에 뉴욕 메츠가 내셔널 리그 팀으로 등장했다.

뉴욕 메츠의 산파 역할을 한 변호사 윌리엄 셰어의 이름을 딴 셰어 스타디움을 뉴욕 메츠가 홈구장으로 썼다. 1965년 8월 비틀스의 역사적인 공연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이후 낙후된 셰어 스타디움이 철거되고 2009년부터 인근에 건축된 시티필드로 옮겼다.

참고로 시티필드에서는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를 비롯해 여러 가수가 공연했으며, 밴드로는 티켓 판매 20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BTS의 2018년 10월 무대가 유명하다.

바로 그 시티필드에서 지난해 8월 27일 오타니의 광고판 파괴 사건이 벌어졌다.

오타니 쇼헤이. 사진=AP/뉴시스.

‘Instant-way’, ‘Hit the Spot’

LA 에인절스의 2번 타자로 나선 오타니가 좌측 외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뉴욕 메츠 관중들까지 탄성을 질렀으나, 공은 아슬아슬하게 폴대 바깥쪽으로 나가 소위 파울 홈런이 되면서 외야 관중석 중간에 있던 쿠어스 맥주 광고판을 통타했다. 공에 맞은 부분의 조명등이 깨지면서 이빨 빠진 것처럼 그 부분만 까맣게 되어버렸다.

경기를 중계하는 이들이 ‘메츠에서 오타니에게 수리비 계산서 청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그 말을 들었는지 바로 중앙 전광판에 제법 진지하게 ‘곧 사고 친 것에 대한 청구서를 보낼 거야, 쇼헤이’(WE'RE SENDING YOU THE BILL FOR THAT, SHOHEI)라는 문구가 떴다.

그리고 다음 날 오타니를 소개하는 중앙 전광판에 ‘다른 것 더 이상 깨뜨리지 마, 쇼헤이’(PLEASE DON'T BREAK ANYTHING ELSE, SHOHEI)라는 농담을 이어갔다.

오타니 쇼헤이가 파울 홈런으로 쿠어스 맥주 광고판을 깨트린 직후 2루타를 치는 장면. 그 때 벌써 중앙 전광판에 ‘청구서를 보내겠다’는 메시지를 띄우는 순발력과 기지를 메츠 구단에서 보여주었다.
오타니 쇼헤이가 파울 홈런으로 쿠어스 맥주 광고판을 깨트린 직후 2루타를 치는 장면. 그 때 벌써 중앙 전광판에 ‘청구서를 보내겠다’는 메시지를 띄우는 순발력과 기지를 메츠 구단에서 보여주었다.

뉴욕 메츠 구단의 뛰어난 순발력과 유머 감각을 과시한 해프닝 정도로 지나갈 줄 알았는데, 광고판을 건 브랜드인 쿠어스 맥주에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야구장 광고판과 SNS에 검은색 구멍이 난 모양의 쿠어스 맥주캔을 'Hit the Spot'(여기를 때려)이라는 문구와 함께 걸었다. 그리고 실제 한정판으로 검은색 사각형이 새겨진 쿠어스 맥주캔을 만들고 ‘Hit the Spot Commemorative Can’이란 이름까지 붙여서 17달러에 팔았다.

당연히 그 한정판은 바로 매진 사태가 일어났고, 최고의 한정 기념품이 되어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10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포브스’ 잡지의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오타니 쇼헤이를 돈 한 푼 안 들이고 광고 모델로 쓰는 효과를 거둔 셈인데, 이는 즉각적인 발 빠른 대응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도류’를 영어 표현으로는 보통 ‘Two-way’라고 한다. 쿠어스의 ‘즉각 대응’, 곧 ‘Instant-way’를 칭찬하고 싶다.

이런 발 빠른 대응으로 화제가 되고, 소위 대박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최근 들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스위프트노믹스’

미국 ‘타임’ 잡지의 지난해 12월 25일자 표지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등장했다. ‘타임’에서 매해 연말에 뽑는 ‘올해의 인물’에 단독으로 당당하게 오른 것이다.

대중문화계 인사가 단독으로 선정된 것도 처음이고, 자신의 본업, 테일러 스위프트라면 음악과 그에 따른 영향력으로만 뽑힌 것도 최초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디 에라스 투어'에서 공연하는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AP/뉴시스.

‘디 에라스 투어’라는 콘서트 무비로도 나와서 인기를 끈 스위프트의 공연은 열광한 팬들의 반응이 지진계에 감지될 정도로 문자 그대로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고 한다.

공연장이 위치한 지역의 식당, 호텔, 기념품 가게 등의 매출이 상승하면서 지역 경기까지 끌어올리자, 이름에 경제학을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붙여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그 스위프트노믹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12월 17일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경기장에 나타났다. 그해 9월부터 공식 연인 사이임을 밝힌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타이트 엔드 트래비스 켈시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는데, 테일러 스위프트의 아버지도 함께 와서 관전해 가족들까지 인정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걸 과시했다.

켈시와 스위프트가 서로 사랑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스위프트노믹스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9월 24일 스위프트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경기장에 가자, 그의 남자로 인정받은 켈시의 유니폼 상의 매출이 전날 대비 400% 증가하며 일약 가장 인기 있는 유니폼 5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도 24시간 동안에 30만 명 이상 늘었다. 경기 후에 그가 입은 재킷은 주요 매장에서 바로 완판되었다.

1월 11일 '랜치 소스로 보이는 것'이 불러온 파급 효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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