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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가 하는 성공적인 위기 관리

[정용민의 CRISIS TALK] VIP의 위기 관리와 진인사대천명 (下)

아무 일 없을 때 던진 질문 하나 수십 년만의 위기 막아줘
임원과 상호 공유·의결 참여 없으면 불통으로 일 더 키워

  • 기사입력 2023.12.29 08:00
  • 기자명 정용민

더피알=정용민 | 위기의 양상은 다양하고, 절대적인 성공 방정식은 없다. 위기를 마주한 VIP들의 행동 양상 또한 다양하다. 그러나 성공적인 위기 관리는 대부분 VIP가 컨트롤타워로써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명확하고 신속하게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읽을 기사: VIP의 1% 리더십

자신이 직접 해명문을 작성한 VIP

회사 제품에 대한 정부의 문제 적발이 알려졌다. 여러 언론에서 일차적으로 해당 사실을 기사화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여러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위원회 일원으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향후 상황 변화 시나리오가 만들어졌고, 각각에 대한 발생 가능성과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홍보실을 비롯해 대관, 법무, 영업, 마케팅, 사내커뮤니케이션 등의 부서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대응 작업을 위한 회의가 몇 시간이 지날 때까지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지 않던 VIP가 종이 몇 장을 들고 임원들을 개인적으로 불렀다.

문제는 그 종이가 VIP가 개인적으로 쓴 해명문이었으며, 그 종이를 건네는 방식이 임원 한명 한명을 VIP 사무실로 따로 불러 전달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위원회에 공유했다면 그 해명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메시지 검증이나 윤문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VIP의 해명문은 그대로 회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게시, 공유되었다. 심지어 부서 임원 간에 사일로가 있어 상호 공유나 협력이 없었다는 것도 놀랄 만하다.

일부 부서에서는 VIP의 메시지에 일부 공격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회사 창구를 통한 공유에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창구에서는 VIP의 메시지가 그대로 공유, 공개되었다.

몇 시간 후 그 메시지를 접한 언론에서 추가 기사를 쏟아냈다. 다시 몇 시간 후 처음에 문제를 제기했던 규제기관이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에는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위기 상황에서 VIP가 위기관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단독 행동을 한다면 그만한 반면교사도 없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의 의사결정 미참여 및 단독 행동의 위험성, 위기관리위원회의 무력화, 임원들 간 사일로의 문제, 정무 감각 부족 또는 부실로 인한 문제 등이 핵심적인 반면교사 포인트가 된다.

VIP의 개인적 생각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은 미리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정적 파장을 방지 또는 최소화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중간에 위치해야 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리미리 준비하자던 VIP

아무런 문제 없이 평소와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VIP가 임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위기 관리 및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예기치 못한 질문을 받은 한 임원은 부랴부랴 위기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고 실제 시뮬레이션까지 해보자는 내부 제안을 했다. VIP는 흔쾌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수개월에 걸쳐 여러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핵심 리더들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대응 매뉴얼의 형식을 가다듬으며 디테일을 업데이트했다.

이후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을 대규모로 실행했다. 해당 기업의 위기 관리 조직을 본사와 해외, 지방 등으로 나누어 일사불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VIP도 직접 시뮬레이션에 참여해 의사결정 훈련을 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임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고 바쁜데,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예상해 시뮬레이션까지 한다는 것은 좀 너무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여러 점검과 개선, 그리고 훈련을 통한 경험이 위기관리위원회 측에 제공되었다.

그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실제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위기관리위원회 임원들은 지난달 실시한 시뮬레이션을 떠올리면서 물 흐르듯 움직였다.

다양한 사전 고민 부분을 점검하고 대외 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본사, 해외, 지방 등의 사업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다.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상황이 안정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회사 내외부적으로도 아주 성공적인 위기 대응 프로세스와 자세였다는 칭찬을 들었다.

이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슈 및 위기 관리에 대해 항상 질문하고 궁금증을 가지는 VIP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는 VIP가 위기 관리 체계를 만들고 역량을 키운다. 평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 했던 질문 하나가 그 회사가 수십 년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VIP의 솔선수범은 그 질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으려면 평소에 위기 대응 시스템을 점검해놓는 것이 좋다.

실제 이슈나 위기 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VIP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이슈나 위기 관리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VIP들도 있다.

또 일부는 개인적으로 상황을 개선해보려 동분서주하는 VIP도 있다. 여러 조언가의 말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못 하고 고민만 하는 VIP도 있다.

일부 VIP는 경험이나 정무 감각이 충분하지 못해 현장 상황과 괴리되는 대응 지시를 계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과 정무 감각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지해 신속하게 성장하려 했던 VIP도 있었다.

새로운 대응 방향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며 계속해서 전문가들에게 검증받길 원했던 VIP도 있었고, 대응 방식에 자신을 빼달라며 부담과 거부감을 나타냈던 VIP도 있었다.

물론 어떤 VIP냐에 따라 해당 이슈나 위기 관리가 성공한다 또는 실패한다는 원칙은 없다. 그만큼 이슈나 위기 관리에는 개입되는 변수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경험적 교훈은 VIP가 제대로 된 위기 관리 역할을 수행하면 위기 관리 전반이 성공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VIP가 상당한 의사결정 역할과 참여를 거듭했기 때문에, 사후 위기 관리 평가에 대한 개인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위기관리위원회 참여 임원들의 현실적인 생각이다.

성공적인 VIP가 하는 위기 관리는 일단 빠르고, 단호하고, 확실하다. 전사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정확한 방향성과 일관성이 설정된다. 최소한 VIP가 사라진 위기 관리에서 뒤따르는 좌충우돌, 오리무중, 갈팡질팡 같은 내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VIP가 제대로 하는 위기 관리는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반대로 VIP가 사라져버리거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 위기 관리는 실패 가능성이 극대화된다.

그 외 모든 변수는 운에 따라 결정된다니, 일단 VIP가 제대로 된 위기 관리를 하고 볼 일이다. 그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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