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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되지만 일관적인 K마케팅 트렌드

[박재항의 캠페인 인사이트] 한국만은 아니나, 한국에서 두드러진 (下)

“나 말고 반려동물에 광고” 스타되고 밈되는 동물들
웹툰·레트로·집단모델에도 나타나는 복합적 혼종성

  • 기사입력 2024.06.11 08:00
  • 기자명 박재항

더피알=박재항 | 지난 4월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에서만 하지는 않는데,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마케팅 현상을 설명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통역이 있기는 했지만, 양해를 구하고 영어로 강의를 하기로 했다. 이후 강의의 영어 제목을 가지고 고심했다.

특히 부제를 붙이려고 애를 썼는데, 꼭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not only’라는 중학교 2학년 때인가 꼭 배우는 숙어를 가져와 시작을 하니, ‘but’이 나와야 했다. ‘but’ 다음에 아주 평범하게 ‘special’을 썼다가 너무 스페셜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다른 단어들을 넣어봤다. ‘distinct’, ‘marked’, ‘conspicuous’ 등등이었지만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단어 뜻 그대로 ‘popping’이 떠올랐다. ‘popping’은 보통 ‘펑’하고 불쑥 터지는 걸 뜻하지만, 때로는 그래서 유행이 되고, 눈에 확 띄는 걸 뜻하기도 하니, 나름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제목에 ‘Not Only, But Popping in Korea’이라고 쓰고는 뿌듯해 했다.

지난 기사에 이어 한국에서 ‘터진’ 마케팅을 설명해본다.

2. Dear My Love Animals (나의 사랑스런 동물 친구들에게)

바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중국 판다 곰 푸바오 열풍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거의 매일 푸바오의 중국 동물원에서 생활을 알려주는 기사들이 나온다. 그에 덧붙여 맥도날드에서 ‘바오 패밀리 팩’을 특별 아이템으로 마련하는 등 관련 상품들도 출현하고 있다.

푸바오, 나아가 판다 곰이 이슈가 되어서 이기도 하지만, 반려동물 인구가 급격히 늘고, 인권 의식과 제도의 정비와 함께 동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커진 까닭도 있다.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거의 가족처럼 된 반려동물들을 배려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반려가구 커뮤니티 플랫폼인 ‘포동’에서는 제주항공과 함께 반려견 동반 전세기를 활용한 제주도 왕복 항공 상품을 선보였다. 국내 552만 반려가구의 고객경험 혁신을 모토로, 보호자 2인과 반려견 1마리를 포함한 총 3석으로 구성된 패키지였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함께 하는 템플스테이를 마련한 사찰들도 늘어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3월 반려가구 커뮤니티 플랫폼 ‘포동’을 통해 선보인 반려견 동반 제주여행 전세기 상품 ‘포동 전세기’가 완판(완전 판매)됐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반려동물 자체가 스타 이상의 브랜드가 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돌봄센터에서 한 인플루언서에게 입양된 반려견은 ‘못생긴 노을이’라는 인스타그램에 그 일상이 오르며 스타가 됐고, 그 이름으로 팝업스토어까지 차리고 관련 상품의 판매로까지 연결이 되었다.

2021년 12월의 추운 날씨를 보도하며 쓰인, 고양이가 나온 뉴스 장면은 갑작스레 ‘밈’이 되어, 유명인들을 포함한 댄스 및 구절 바꾸기 챌린지와 파생 밈으로 이어졌고, 그를 활용한 광고들도 속출했다.

동물을 소재로 한 캐릭터들도 인기를 끌었는데, 패스트푸드에서 구성한 ‘춘식이팩’은 출시 직후부터 중고물품 판매 사이트에서 세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다.

3. Evolution of Webtoons (웹툰의 진화)

동물 캐릭터의 인기에 큰 몫을 한 게 웹툰이다. 웹툰은 한국에서 창조되고,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상위에 웹툰 작가가 부동의 자리를 지난 10년 이상 지키고 있다.

당연히 광고에서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루는 강쥐’라는 강아지에서 어린이로 변한 웹툰의 주인공 캐릭터와 같은 이름을 지닌 아이스크림 ‘마루’와의 콜라보 제품이 키링을 비롯한 굿즈와 함께 출시되었다.

메가MGC커피는 지난달 24일 네이버웹툰 '마루는 강쥐'와 협업해 홀케이크와 굿즈를 출시했다. 사진=메가MGC커피 제공

제품을 웹툰의 내용 중에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웹툰에서 그려진 것들이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형태의 역(逆)PPL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렌즈를 포함한 눈(eye) 관련 미용 제품 기업인 오렌즈는 웹툰 <작전명 순정>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눈빛을 담은 컬러렌즈’를 출시하며, 선착순 1000명에겐 한정판 파우치, 포토카드 등 특별 굿즈 패키지를 제공했다.

이런 경우는 웹툰에 대한 관심을 활용하는 것이 먼저인지, 렌즈 등 굿즈로 웹툰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인지 차례를 따지기가 힘들다. 웹툰과 기업 및 브랜드의 협업이 매우 활발해지면서 네이버에서는 웹툰 PPL 분야의 업무를 세 가지로 정의하며 조직을 정비하기도 했다.

첫째는 ‘브랜드 웹툰’으로 이전에 사보나 사외보에 기업이나 브랜드를 의인화한 주인공을 그린 만화와 같은 유형의 보통 연재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웹툰이 있다.

둘째로 전형적인 PPL 형태로 웹툰 속에서 해당 제품이나 기업을 노출하는 방식이 있다.

세 번째는 위에서 얘기한 ‘마루’ 아이스크림과 같은 사례인데, 웹툰의 캐릭터를 광고 모델이나 파트너, 홍보대사로 등장시킨다.

쇼핑몰 에이블리는 웹툰과 웹소설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툰 자체의 집객 효과도 있지만, 장기적인 수익을 노리는 신규 사업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웹툰을 모티브로 한 수제맥주나 굿즈 형태는 앞으로도 계속 출현할 것이다.

4. Between Individualism and Collectivism (개인과 집단의 사이에서)

전통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서구에 비하여 집단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편이다. 앞서 한국 광고는 유명인 의존도가 크다고 했는데, 그런 슈퍼스타들이 집단으로 모델로 등장하는 광고들이 최근 눈에 띈다.

우리금융그룹에서는 기존의 가수 겸 배우 아이브를 단독 모델로 기용하다가, 배우 김희애와 아이돌 그룹 라이즈가 모델군에 합세하기도 했다. 자산 투자를 위주로 한 노년 세대를 위한 김희애, 젊은 세대를 일찌감치 선점하기 위한 라이즈의 기용은 고객 연령대와 니즈에 따른 움직임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집단으로 낼 시너지를 노린 측면도 있다.

우리유튜브 갈무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은 배우 김희애, 가수 아이유, 아이돌 그룹 라이즈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유튜브 갈무리

기존의 축구 선수 손흥민에 가수 임영웅과 아이돌 걸그룹 아이브의 안유진으로 집단 모델 체제를 구축한 하나금융그룹도 비슷한 의도로 보인다. 개별 기업 이외에 최근 히트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남녀 주인공을 모델로 하는 홈플러스와 한화손해보험은 같은 장소에서 공동으로 옥외광고를 집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집단으로 힘을 발휘하는 것 외에, 광고계에서 개인이 그저 광고에 노출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직접 광고를 제작하고 집행하는 광고주가 되는 현상도 한국 광고계에서 눈 여겨 볼 부분이다.

자신들의 팬덤을 보여주며, 좋아하는 스타들의 생일이나 데뷔 날짜 등의 기념일을 축하하는 광고는 지하철역 공간을 넘어섰다. 이제는 그런 셀럽 뿐 아니라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광고를 집행하기도 한다.

외국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계속되는 MBTI 열풍과 그를 활용한 광고들 역시 집단 속에서 개인을 찾는 한국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5. Inconsistent Continuity (일관되지는 않지만 지속하라)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세계 광고 역사에서도 보기 힘들게, 40년을 이어온 환경 캠페인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 캠페인의 핵심 단어는 ‘반성문’이었다. 반전의 효과를 노린 단어였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전통을 지속하면서도, 철저한 변화를 원하는 한국의 이중적인 바람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단이었다.

어느 국가에서나 전승과 단절의 과제는 있기 마련이지만, ‘한국의 1년은 세계의 10년’이란 구호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는 한국의 특성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비비의 ‘밤양갱’부터 한국에서의 레트로는 ‘뉴트로’라는 용어의 대두에서 보이듯, 이런 특성은 이중적 성향을 지닌다. 오래 된 것들을 다시 가지고 오지만, 현대의 감각으로 새롭게 되살린다.

광고에서도 1970년대, 1990년대가 계속 소환되고 있다. 이 역시 한국 만의 불연속적 연속의 반영이라 얘기할 수 있다.

사진=‘밤양갱’ 뮤직비디오 갈무리

대기업 집단 체제가 긍정-부정을 떠나 한국 경제 구조와 그에 따라 한국 광고의 특징을 규정하는 요소인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거기에 가문의 경영권 계승이 따르는데, 이에 대해서도 한국 사회에는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자율경영을 내세우면서도 오너들이 더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하기를 원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한 양면성이 기업 경영에만 충실하라고 하면서도 엑스포와 같은 국가적 행사에 기업들이 오너부터 앞장사기를 바라고, 스포츠와 예술 방면에 보다 적극적인 후원을 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경향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고, 광고와 마케팅 활동에 반영할 것인가가 한국적 특성임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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