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출입

한국형 마케팅의 ‘빅모델’과 ‘계열사 연계’

[박재항의 캠페인 인사이트] 한국만은 아니나, 한국에서 두드러진 (上)

광고로 엮인 기업-언론 묘한 공생은 세계적 현상
유명인 광고 모델 많은 점도 한국 광고 오랜 특징
마케팅 활동 함께하는 그룹사들, 한국식 가족주의

  • 기사입력 2024.06.10 08:00
  • 최종수정 2024.06.11 09:16
  • 기자명 박재항

더피알=박재항 |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광고주들과 주로 일을 했고, 광고 위주로 해외 마케팅 사례들을 소개하는 활동을 해오다 보니, 가끔 한국 광고 및 업계의 특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한국 광고인 뿐만 아니라, 외국의 기업인이나 교수들도 심심치 않게 묻는다.

몇몇 한국 브랜드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한국 광고 기업들의 성장과 해외에서의 성과의 원동력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이다. 그에 대해 세 가지로 답한다.

한국 광고 산업의 특징 세 가지

첫째로 업계 구조 측면에서 하우스 에이전시 체제를 든다. 주요 에이전시들이 삼성, 현대차, LG, 롯데 등의 대그룹들의 계열사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신문의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커 보이는 힘이다. 매체 특성에 따른 독자의 수나 노출 효과 이상의 광고료를 신문들이 받는다. 매체 효과에 비해 신문광고를 집행하는 기업들의 수가 많다.

마지막으로 광고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유명인 빅 모델이 출현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하우스 에이전시의 비중은 늘고 있다. 속도, 보안, 동기화 등의 여러 요인들이 있는데, 외국의 하우스 에이전시가 특정 한 기업의 마케팅 부서 역할을 한다면, 한국은 대그룹 체제의 한 소속사로서 다른 관계사들의 광고를 맡는다는 데서 차이가 있기는 하다.

신문의 힘은, 언론에서는 기사를 가지고 거래를 하고, 기업은 광고비를 지렛대 삼아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태를 말한다. 한국에서 몇몇 신문들이 이런 방면에서 외국의 유사한 지위의 언론기관들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막강한 힘을 예전과 다름없이 발휘해서 그렇지, 외국에서도 이런 행태는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Elon Misk)조차 혼다 자동차의 대규모 리콜을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며, 혼다가 광고비를 많이 써서 언론사들이 눈치를 본다는 의혹에 동조하는 말을 X(이전의 트위터)에 올릴 정도다.

한국 광고의 특징이자 문제 중 하나로 유명인, 곧 빅모델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얘기는 처음 광고 회사 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 초부터 들었다.

서울대 인류학과 올가 페도렌코(Olga Fedorenko) 교수의 연구에서는 미국 광고의 9.9%가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서구 주요 국가들도 유명 모델이 출연한 광고의 비율이 10% 가량에 그치는데 비하여, 한국에서는 그 비율이 60%에 이른다고 했다.

한신대의 허태윤 교수는 대략 세 가지로 빅모델 의존도가 높은 이유를 들었다.

먼저 트렌드에 민감한 까닭이다. 어떤 셀럽이 떴다고 하면 그를 광고에 기용하는데, 허 교수의 표현을 빌면 그야말로 목숨을 건다. 그리고 더 몸값이 비싸지기 전에 계약하는 것이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 셀럽을 모델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인지도 높은 기업의 광고에 나와야 진정한 셀럽으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가 정착된 듯도 하다. 연예계 토크쇼에서 인기나 성공을 실감하는 경우를 광고 출연 제의를 들어서 묻는 상황을 꽤 봤다.

한편 여기어때는 다량의 빅모델 기용으로 매번 화제가 된다. 사진=여기어때 유튜브 갈무리

한국에서는 유난히 이 마케팅이 떴다

지난 4월에 외국인 대상 강연을 해달라는, 흔한 말로 조금은 특별한 요청을 받았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필리핀 대학생들 50명이 한국에 단기 연수차 왔는데, 한국의 트렌드나 마케팅에 관련해서 얘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요청한 측에서는 원래 한류와 연결될 수 있는 한국의 트렌드를 주제로 했으면 싶었던 것 같은데, 어느 정도 광고와 마케팅의 지식이 있을 거라고 간주하고는, 바로 위에서 기술한 것과 같은 한국 광고 산업 및 크리에이티브의 특징을 한류 및 트렌드와 버무려 얘기하겠다고 했다.

강연 내용을 다듬으면서는 조금 구체적으로 ‘한국에서만 하지는 않는데,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마케팅 현상을 보여주겠다며, 몇 가지 뽑아 보았다.

내 수업을 듣는 대학생 친구들과 매주 눈에 띈 새로운 광고들, 마케팅에 영향을 미칠 뉴스들, 팝업스토어를 비롯한 마케팅 이벤트들을 뽑고 토의를 진행한 게, 풍부한 소재 제공과 더불어 큰 힘이 되었다.

강의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 세부로 나누어서는 12개 이슈를 뽑아냈다.

1. Together with Sisters and Brothers (형제자매 기업들과 함께)

한국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아주 잘 알려진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고, ‘군사부일체’의 전통에서 가족으로 여기는 선생님들을 위한 ‘스승의 날’에, 해당되지 않는 이들이 많아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성년의 날’에 ‘부부의 날’까지 5월에 있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듯 날씨도 좋고 해서 야외에서 활동이 많이 벌어지는데, 특히 야구장에서 이런 기념일들에 맞춘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기업들이 참여한다. 프로모션과 기념일 행사에 가장 열정적이고 두드러진 야구단이 신세계그룹의 SSG랜더스다.

올해 어린이날 랜더스는 자신들의 홈구장인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KBS Kids’와 함께 어린이날을 기념해 스페셜 기프트를 제공하는 행사를 신세계그룹의 ‘노브랜드버거(No Brand Burger)’와 함께 열었다. 앞서 4월에는 ‘신세계그룹 랜더스데이’라고 하여, 거의 모든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들이 총출동했다.

또한 랜더스의 대표 홈런 타자인 최정 선수가 이승엽 현재 두산베어스 팀 감독이 선수 시절 가지고 있던 홈런 기록을 갱신하는 468호를 치는 걸 기념하기 위한 ‘Legendary 468 Day’라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역시나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했다.

여기에는 아마도 랜더스 유니폼을 착용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직관도 자주 하는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각별한 야구 사랑이 작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로야구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세계그룹 이외에도 현재 한국의 10개 프로야구 팀들 중에 7개 팀이 그룹 단위로 15위 안에 드는 상위 대기업 집단 소속이다.

이 팀들의 행사나 야구팀 후원에 형제자매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계열사들이 앞장 서는 건 한국 만의 독특한 산업 구조에서 나온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야구단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한국 야구 시장의 제한된 여건 때문이기도 하나, 그보다는 영어 단어로까지 등재되어 있는 한국의 ‘재벌(Chaebol)’ 체제가 더욱 크게 작용했다.

야구 외에도 관계사, 곧 형제자매 기업들 간의 협업은 한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4~5월에 걸쳐 포켓몬과 롯데가 함께 한 포켓몬 스토어, 포켓몬 타운에는 롯데그룹의 대부분 회사들이 참여했다. 롯데타워 꼭대기에 빨간 색 불이 들어왔을 때, 접속한 이들에게 롯데그룹에서 발행한 쿠폰은 모든 롯데 계열사에서 쓸 수 있었다.

제품 단위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에버랜드에서 촬영대회를 겸한 행사를 여는 게 정례화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중국으로 떠난 푸바오의 사육사들에게 삼성전자는 중국 동물원 측과 소통을 도와주는 동시통역 기능이 있는 갤럭시를 제공했다. ‘전지적 할부지 시점’이란 에버랜드 유튜브에서 그 사실을 알리며 자연스럽게 갤럭시의 기능을 홍보하는 식의 협업을 펼쳤다.

6월 11일 한국만은 아니나, 한국에서 두드러진 (下)로 이어집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