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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 귀 기울이는’ 모빌리티 시장에 소프트웨어 탑승

CES 2024, '자동차를 넘어선 생활 공간으로' 수소·SW·전기차 약진
인포테인먼트·차량 솔루션 개인화에 IT 기업 참여 두드러져
완성차와 AI 서비스 결합 '고객 경험 재창조인가 위협인가'

  • 기사입력 2024.01.12 19:30
  • 기자명 김병주 기자

CES 2024의 슬로건은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다. 모든 기업과 산업이 다함께 인류의 문제를 기술 혁신으로 해결하자는 뜻을 담은 슬로건에 따라, 다양한 기업·기관이 미래 비전 제시에 나섰다.

매년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는 CEO와 홍보인들에게 큰 의미를 준다. 특히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가장 혁신적인 제품·기술에 수여되는 ‘CES 혁신상’은 글로벌 기술 최고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기회라서다.

더피알은 기술 혁신이 던지는 메시지가 소비자들에게 다가는 가장 치열한 CES 2024 현장을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10일(현지시각) 'CES 2024'에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항공 모빌리티 법인 '슈퍼널'의 전기 수직이착륙(e-VOTL) 기체 'S-A2'가 전시돼 있다. 사진=AP/뉴시스.

더피알=김병주 기자 | 12일 마무리된 CES에서 AI만큼 관심을 많이 받은 분야는 ‘모빌리티’였다. 모빌리티가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나면서, CES 2024에서는 빅테크·ICT·소프트웨어 등 전방위적 분야의 국내외 기업들이 완성차 기업과의 협업에 나섰다.

2023년 당시 CES에서는 ‘차세대 운송기기’를 테마로 모터쇼를 방불케 할 정도의 모빌리티 전시가 이어졌다. 폭스바겐, BMW, 현대차 등 유수의 완성차 기업이 미래형 콘셉트카와 자동차 혁신 기술을 선보였고, 인포테인먼트와 차량 솔루션 개인화에 있어 삼성전자, 엔비디아, 소니 등 IT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관심은 CES 2024에서도 이어졌다. 자동차를 넘어선 항공·해양 모빌리티로 더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693개의 기업이 전기차와 수소·SW(소프트웨어)는 물론 PBV(목적기반차량), AAM(미래항공 모빌리티), 생성 AI 기술 등을 전시했다.

‘자동차도 AI가 접수’ 편하지만 보안 문제 지적 나와

혼다의 접이식 전기형 스쿠터 '모토콤팩토' 제품 사진. 사진=Honda Motocompacto.
혼다의 접이식 전기형 스쿠터 '모토콤팩토' 제품 사진. 사진=Honda Motocompacto.

일본 모빌리티 기업 혼다는 지난해 11월부터 판매 중인 접이식 전기형 스쿠터 ‘모토콤팩토’(Motocompacto)로 CES 2024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무게 18kg에 길이 91cm인 해당 제품은 대중교통에 가지고 탈 수도 있고, 완충까지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지난해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전기차 세단 ‘아필라’(Afeela)도 양산에 가까운 시제품 수준으로 올라섰다. 카와니시 이즈미 소니혼다모빌리티 대표가 플레이스테이션 5 컨트롤러로 아필라를 직접 운전하며 등장한 대목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번 행사에서 혼다는 미베 토시히로 글로벌 CEO, 아오야마 신지 글로벌 부사장 등 주요 임원이 직접 무대에 올라 혼다의 모빌리티 비전을 전했다.

혼다는 IT 업체인 소니와 2022년 합작 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를 통해 아필라의 AI와 엔터테인먼트, 가상현실 등의 기능이 강화할 계획이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2026년까지 북미 시장에 첫 차를 인도하고, 2050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판매 비중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AI 기술을 발판으로 한 빅테크 기업과 완성차 기업의 제휴는 ‘뉴 노멀’이 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CES 2024에서 차세대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 AI와 결합한 음성 비서를 선보였다. 세계적인 게임 엔진 회사 ‘유니티’의 고해상도 그래픽을 이용해 대시보드 전체를 거대 터치스크린으로 바꾸고 완성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벤츠는 전기차인 EV G클래스 프로토타입도 전시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는 “AI를 활용해 지능형 MBUX 가상 비서와 인간과 같은 상호 작용을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탑승 경험을 재창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BMW가 CES 2024에서 공개한 알렉사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음성 비서 시연 사진. 사진=BMW Group.
BMW가 CES 2024에서 공개한 알렉사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음성 비서 시연 사진. 사진=BMW Group.

아마존은 CES 2024에서 BMW와 손잡고 알렉사 LLM(대형언어모델)으로 작동하는 음성 비서를 선보였다. CES 2023에서 공개했던 알렉사 적용 차량 소프트웨어 ‘알렉사 오토’를 업그레이드한 해당 기술로 운전자는 차량 매뉴얼을 찾을 필요 없이 주차보조 시스템 같은 복잡한 기능의 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아마존은 8일 롤랜드 부쉬 지멘스 CEO의 기조강연에도 등장했다. 지멘스의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 ‘엑셀러레이터’(Xcelerator)와 아마존의 생성 AI 도구 ‘베드락’(Bedrock)이 결합해 클릭 몇 번 만으로 생성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개인정보 보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 디지털 민권운동단체 전자프론티어재단(EFF), 소비자 권익단체 PIRG 등 민간단체들이 사생활 침해와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BMW 자동차 등을 ‘최악의 제품’(Worst in Show)로 선정했다고 11일(현지시각) 밝혔다.

'최악의 제품' 선정 주체 중 하나인 미국의 정보기기 수리·정보제공 업체 아이픽스잇(iFixit)은 12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CES 2024 최악의 제품과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iFixit 공식 유튜브 계정 갈무리.

올해로 3번째인 최악의 제품 선정은 제품의 해악, 기술 보급 시의 영향을 바탕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이들 단체는 아마존의 AI 음성 비서를 탑재한 BMW 차량의 음성으로 문 열기 기능 등이 악용될 수 있다 지적하는 한편, “사람들이 가정폭력 상황에서 도망치려 할 때, 차량이 이들을 추적하는 수단이 됐다는 끔찍한 이야기가 늘어나고 있다”며 업체들은 피해자들이 이런 기능을 끌 수 있도록 확실히 할 필요를 촉구했다.

BMW 측은 이에 대해 ‘음성 비서 기능 도입 시 사생활 보호에 신경 쓰고 있으며, 운전자는 기능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수소와 소프트웨어’ 전자와 자동차의 합작품 이어져

2년 만에 CES에 참가한 현대자동차의 전시 부스도 파격이었다. 차량 대신 수소,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로 부스를 가득 채운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각 계열사 대표 등 수백 명을 대동한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에서 ‘인간 중심적인 삶의 혁신’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수소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미래항공 모빌리티에 집중했다. 전시 부스는 쓰레기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부터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활용까지 친환경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한 종합 솔루션을 발표하고, 자동차뿐 아니라 퍼스널·공공 모빌리티와 물류 등을 아울렀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수소 기반 모빌리티 콘셉트 중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 ‘다이스’(DICE)는 AI를 활용해 사용자 일정이나 목적지를 차량 스스로 파악하는 한편, 사용자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바이오 센싱 카메라까지 탑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현지시간)  CES 2024에 참석해 현대자동차의 미래형 모빌리티 자율주행차량 '다이스'를 시승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또한, 보다 넓은 범위의 사용자를 포괄하는 공공 모빌리티 콘셉트 ‘스페이스’(SPACE)는 제어 기능으로 적절한 승하차 시스템을 지원하며, 수소연료전지 부산물인 물을 활용한 휴식 공간이 있는 지역 커뮤니티의 기능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5년 만에 참가하는 기아는 PBV(목적기반차량) 콘셉트카를 들고 왔다. PBV란 이용 목적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들어지는 차량으로, 기아는 글로벌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와 손잡고 PBV 사업을 확대한다.

기아는 10일(현지시간) CES 2024 현장에서 우버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PBV 개발 및 공급을 위한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2025년 양산 예정인 기아의 첫 전용 PBV 모델 'PV5'에 기반한 PBV를 우버에 공급할 전망이다.

또한 오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운전자 전용 어플리케이션과 개인 맞춤형 이동 환경도 제공한다. 양사는 충전소와 차량 데이터 분석으로 최적의 운행 패턴과 충전 경로 등을 제안하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국내 전자업계와 자동차업계의 연대는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자동차까지 확대하기 위해 최근 현대차그룹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자동차로 집안 가전을 제어하거나, 집에서 자동차를 구동하는 ‘카투홈(Car-to-Home)·홈투카(Home-to-Car)’ 서비스 제휴를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도 에너지 관리 솔루션 분야에서 협력해 2분기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확대해가기로 했다. 가정 내 에너지 관리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에너지'와 테슬라 태양광 패널, 파워월(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등을 연결해 앱 상에서 전력을 간편하게 제어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또 테슬라의 ‘스톰 워치’ 앱과 연동하면 정전 중에도 AI 절약 모드를 작동해 연결된 가전제품의 전력 소비를 줄여준다.

 조주완 LG전자 CEO가 9일(현지시간) CES 2024에서 LG전자의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알파블'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한편 LG전자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카인 ‘알파블’(Alpha-ble)을 공개했다.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Personalized Digital Cave)으로 정의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집약한 알파블은 LG의 전기차 충전기와 관제 솔루션인 ‘e-Centric'과 함께 제시됐다.

알파블을 통해 제시하는 미래 모빌리티 경험 테마는 크게 변형·탐험·휴식 3가지다. 주행 목적과 이동 상황에 따라 소형 가전이 있는 바나 게임 룸, 영화를 보는 극장 등 원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컨시어지 내비게이션으로 라이프스타일 데이터에 기반해 더 빠르거나 볼거리가 좋은 경로를 추천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온습도·조도 조절과 테라피 모드, 자동 내부 살균 등으로 최적의 고객과 자동차가 모두 충전할 수 있는 앰비언트 솔루션(Ambient Solution)까지 곁들였다.

LG전자는 또한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Magna)와 협업해 완성한 '자율주행 통합 플랫폼'을 선보였다.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과 마그나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자율주행 관련 솔루션을 단일 칩셋 모듈(SoC)로 통합해 각 부품이 차지하는 부피를 줄이고 비용도 절감했다. 여기에 사람-기계간 인터페이스(HMI)를 위해 계기판·중앙정보디스플레이·보조석디스플레이를 통합한 P2P 디스플레이도 특징이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양사가 보유한 혁신적인 기술의 시너지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솔루션을 완성했다"며 "업계를 선도함과 동시에 고객에게 차별화된 차량 경험을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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