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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바뀌자 우르르 무너진 디지털 미디어들

[미디어 포커스] 미국 디지털 네이티브 미디어 위기론 집중점검
생존자들의 공통점=고객 관리와 성장 속도 조절…“빠르게 아닌 바르게”

  • 기사입력 2023.08.21 08:00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기성 언론의 입지를 위협하던 디지털 미디어 기업들이 최근 경영난에 빠졌다. 비즈니스가 디지털 미디어 기업의 발목을 잡은 지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질문이 필요하다.

이들의 타깃 사용자와 시장 분석은 얼마나 정확했을까. 수익 구조에서 어느 지점이 문제가 됐을까. 디지털 미디어 기업은 앞으로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은 <신문과 방송> 7월호 집중점검 기획 ‘디지털 네이티브 언론은 저물고 있는가’를 통해 디지털 미디어의 위기와 그 원인을 진단했다. 더피알은 온라인 뉴스 매체의 성공과 실패가 주는 시사점을 짚어보기 위해 해당 내용을 발췌·요약했다.

2020년 11월 19일 미국 뉴욕의 버즈피드 본사 입구 모습. AP/뉴시스.
2020년 11월 19일 미국 뉴욕의 버즈피드 본사 입구 모습. AP/뉴시스.

뉴스 콘텐츠 줄이기에 나선 빅테크 플랫폼

지난 4월 20일, 미국 미디어 업계의 선구자 버즈피드(BuzzFeed)가 ‘디지털 뉴스 부문 폐지’를 선언하고 전체 인력의 15%를 해고했다. 2016년 달성한 17억달러(약 2조1700억 원)라는 기업 가치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2017년에 기업 가치가 57억달러(약 7조3500억 원)에 달했던 바이스미디어(Vice Media)는 5월 15일 뉴욕 남부연방파산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외에도 인사이더(Insider), 콤플렉스(Complex), 폴리곤(Polygon) 등 많은 디지털 뉴미디어 회사가 인원 감축과 파산 신청에 나섰다.

디지털 미디어가 맞은 위기의 여러 원인 중 하나는 뉴스가 게재되는 빅테크 기업 플랫폼의 지형 변화다. 뉴미디어가 부흥하던 2010년대만 해도 SNS상의 콘텐츠 생산 주체는 크게 ‘개인’과 ‘기업’으로 나뉘었다. 플랫폼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주체는 주로 기업이었고, 플랫폼은 자체 바이럴을 지원하는 한편 이용자에게 뉴미디어 콘텐츠를 추천해줬다.

하지만 2012년 유튜브가 동영상 광고 수익을 모든 사용자에게 나눠주기 시작하면서 SNS 콘텐츠 생산 주체로 ‘크리에이터’ 집단이 떠올랐다.

동영상 제작이 쉬워지고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향상되면서 점점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생겨난 결과, 빅테크 플랫폼은 짧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대중의 성향에 맞춰 뉴스 콘텐츠 추천·노출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어 광고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구조를 점차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갔다.

빅테크 플랫폼에 의존해 사용자 유입과 조회수를 확보하던 버즈피드, 바이스미디어 등 대부분의 디지털 미디어들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디지털 미디어보다 플랫폼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용자가 뉴스피드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발생한 수익은 결국 페이스북(메타)과 구글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디지털 미디어 기업의 가치 평가
디지털 미디어 기업의 가치 평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투자금 상환 부담

기성 언론사와 디지털 뉴미디어 기업은 투자금 유치 규모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기성 언론사가 불황에도 판매관리비와 인건비 등 지출을 유연하게 줄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을 거두는 동안, 디지털 뉴미디어 기업은 투자자들의 자금 상환을 위해 돈이 덜 되는 뉴스 부문을 폐지하거나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시기 경기 침체와 디지털 광고 단가 하락에도 오히려 영업이익과 매출을 더 올린 쪽은 디지털 뉴미디어가 아니라 기성 언론사였다. 뉴욕타임스의 매출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총 18억1200만 달러(약 2조3600억 원)였지만 2022년에 22억7900만 달러(약 2조9000억 원)로 26%가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억6800만 달러(약 2200억 원)에서 2억5400만 달러(약 3300억 원)로 약 51%나 상승했다. 정리해고나 인원 감축도 없이 이룬 성과다. 이외에도 워싱턴포스트(Graham Holdings), 이코노미스트,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등 여러 언론사의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한국 주요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의 매출은 2021년 2907억 원에서 2022년 2990억 원으로 약 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의 매출도 상승했고, 국민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은 영업이익까지 올랐다. 언론재단은 ‘2022 한국언론연감’에서 2021년 언론 산업 전체 매출액이 10조5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기성 언론사 코로나19 전후 영업이익
국내 언론 산업 매출
국내 언론 산업 매출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기성 언론보다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펼치던 바이스미디어 등의 수익성이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1년부터 9차례에 걸쳐 총 16억 달러(약 2조5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이스미디어는 SNS로 뉴스를 소비하는 18~34세 연령층을 겨냥해 동영상 포맷을 이용한 뉴스 콘텐츠 생산에 집중했다.

주제 선정의 폭과 속도, 보도 기획 방식도 정통 언론과 달랐다. 2013년 미국 NBA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Dennis Rodman)의 북한 방문 당시, 독재자나 범죄자로부터 취재 권한을 돈으로 매수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는 정통 언론과 달리 바이스미디어는 북한 당국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로드먼이 평양에서 치른 모든 행사를 밀착 취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판권을 HBO에 넘겼다.

그러나 바이스미디어가 지난 5월 제출한 파산신청서의 한 대목은 사모펀드 자금을 통한 고속 성장과 상장 시점 단축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비정상적으로 복잡한 자본 구조’를 언급한 부분은 2017년 6월 바이스미디어에 4억5000만 달러(약 5800억 원)이상을 투자한 세계적인 사모펀드 TPG(텍사스퍼시픽그룹)의 투자 조건을 드러낸다.

미디어 및 기술 분야의 다른 많은 성장 기업과 마찬가지로 바이스미디어도 지난 몇 년 동안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바이스미디어는 외부 자금에 의존하고, 부채와 자기자본을 모두 조달해 빠른 성장을 도모하고 비즈니스의 특정 부문 비용을 충당했습니다.
이러한 자금 조달 노력은 바이스미디어의 성장에 도움이 됐지만 궁극적으로 회사는 높은 차입금과 비정상적으로 복잡한 자본 구조로 인해 부담을 겪게 됐습니다.

2023년 3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바이스 사옥. AP/뉴시스.
2023년 3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바이스 사옥. AP/뉴시스.

플랫폼과 투자자 압력에서 자유로운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 부재

TPG는 57억 달러라는 기업 가치를 바이스미디어에 선사한 장본인이다. 당시 뉴욕타임스 시가총액의 2배 이상, 워싱턴포스트 매각가의 2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TPG는 그 대가로 후순위 채무 12%에 달하는 배당금과 추가 주식 배정을 계약했다. 상황에 따라 바이스미디어를 통째로 넘겨받기 충분한 조건이었다.

이후 바이스미디어가 페이스북 이용자 수 감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즉시 이사회를 장악한 TPG는 해고를 통해 적자 폭을 줄이면서 최대한 빠른 매각에 열중했다.

기존 바이스미디어 임원들의 흑자 전환 전략은 무시당했다. 바이스미디어는 운영 자금 부족 문제가 깊어지자 다른 펀드사인 포트리스(Fortress) 등으로부터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조달해야 했다.

2018년 성희롱 이슈로 CEO 셰인 스미스(Shane Smith)가 해고된 후 계속된 부진으로 투자금 상환 능력을 잃은 바이스미디어는 결국 8억3400만 달러(약 1조690억 원)의 부채를 떠안고 파산했다.

바이스미디어는 5~6년 전 평가 가치의 4%도 안 되는 2억2500만 달러(약 2900억 원)에 매각될 전망이었으나, 채권자 중 한 곳인 포트리스가 웃돈을 주고 3억5000만 달러(약 4600억 원)에 인수할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버즈피드 또한 뉴스 부문에서 연간 1000만 달러(약 129억 원) 이상의 적자가 나자 대주주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설립자 겸 CEO 조나 페레티(Jonah Peretti)가 뉴스 부문을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 버즈피드가 2016년 NBC유니버셜로부터 4억 달러(약 5120억 원)를 투자받은 후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를 위해 나스닥 IPO(기업공개)를 추진했다.

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과 매출 부진으로 2018년 IPO가 무산되자 대량 해고가 뒤따랐다. 이후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IPO를 재추진했지만 당초 인수합병계약에서 체결한 투자금 총 2억8750만 달러(약 3700억 원) 중 94%가 철회되면서 1620만 달러(약 208억 원)라는 낮은 금액으로 나스닥에 입성할 수밖에 없었다.

버즈피드 CEO 페레티가 구조조정과 디지털 뉴스 부문 폐지를 직원들에게 알리는 메일에는 “기대와 달리 빅테크 기업들은 소셜미디어 상의 프리미엄 무료 저널리즘 콘텐츠를 위해 별도의 콘텐츠 배급(노출)과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있다.

버즈피드는 2021년 중국 신장 위구르 수용소 인권 탄압 보도로 국제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고, 한때 전 세계 온라인 방문자수 1위를 자랑하기도 했다. 특유의 바이럴 기사로 온라인에서 주목받으면서 경영진은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위해 취재·탐사·각종 콘텐츠 제작 등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러나 플랫폼으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된 버즈피드는 아이러니하게도 뉴스 부문에 대한 투자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

문제는 이런 반면교사들로 인해 미디어 업계에 투자가 끊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디어 시장에 유입된 투자금이 미국보다 적었던 한국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확산되는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압박을 언론사들이 견뎌내지 못한다면 레거시 미디어와 크리에이터 콘텐츠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레거시 미디어 필요성 자체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이는 투자 실종보다 더 큰 문제다.

생존 키워드는 명확한 타깃 독자 확보와 적정한 성장 속도 관리

물론 디지털 뉴스 미디어 기업의 몰락이 디지털 미디어 자체의 몰락을 뜻하지는 않는다.

뉴스레터 붐을 일으키며 매각에 성공한 액시오스(Axios)를 예로 들어보자. 액시오스는 바이스미디어, 버즈피드처럼 벤처캐피털(VC) 펀딩을 받으면서 초기 자금을 조달했지만, 소셜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독자와 직접 접점 구축에 나섰고 몸값 부풀리기 대신 자체 수익 창출에 집중했다.

공동창업자 짐 밴더하이(Jim VandeHei)는 2023년 1월 액시오스를 5억2500만 달러(약 6800억 원)에 매각한 후로도 회사에 남아 이전의 기풍과 스타일을 유지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디지털 뉴스 스타트업이 따를 지침을 제시했다.

▲ 즉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에 대한 확고하고 현실적인 계획이 없으면 실패할 것이다.
▲ 편집과 수익, 기술과 마케팅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 네 가지 모두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 슈퍼스타 인재는 찾기 어렵다. 최고의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믿고 내버려두는 게 좋다.
▲ 기업 문화가 비밀 양념이다.

디인포메이션의 CEO 겸 창업주 제시카 레신. 사진제공=NiemanLab/Julie Mikos.
디인포메이션의 CEO 겸 창업주 제시카 레신. 사진제공=NiemanLab/Julie Mikos.

2013년 제시카 레신(Jessica Lessin)이 창간한 테크 전문 유료 디지털 미디어인 디인포메이션은 VC펀딩 없이도 건강한 성장을 일궈냈다. 초기부터 고가의 구독료를 고집하며 재무 안정성을 노린 디인포메이션은 2022년 10월 기준 약 4만5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두고 있다.

직원이 40명 내외인 소규모 미디어지만 아시아 지국을 포함해 2~3개의 버티컬 미디어(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매체)를 발족할 정도로 기반이 탄탄하다. 레신은 2021년 니먼랩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빠른 성장을 원한다. 하지만 올바른 성장을 이룰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며 건강한 장기 성장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액시오스와 디인포메이션의 공통점은 명확한 타깃 수용자군 확보와 적정 성장속도 관리다. 실제 수익과 기업 가치 사이의 간격을 넓히지 않으면서 흑자 전환을 앞당긴 두 기업은 창간 3년 만에 건전한 현금 흐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신생 디지털 미디어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키려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CNN의 디지털 담당 부서 등을 거친 미트라 칼리타(S. Mitra Kalita)는 2022년 10월 ‘신문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분석과 타깃 이용자 분석이 모두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피센터(Epicenter)라는 신생 디지털 미디어를 운영 중인 칼리타는 기업 수익 구조를 네 가지로 나눠 사업 안정성을 높였다. 여기에는 △광고 수익 △독자의 가입비 및 구독료 △공공기관과의 협업 △공익·자선 재단을 통한 기부 등이 포함된다.

미래는 ‘빠르게’가 아니라 ‘바르게’에 있다

이처럼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가능성을 재확인시켜준다면 시중의 투자금은 다시금 업계로 유입될 수 있다. 유료 구독 시스템을 정착하는 등 운영 안정화와 더불어 기성 언론이 자사의 생존을 위해 쏟아낸 노력을 접목하는 것도 디지털 뉴스 미디어가 추구할 방향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생 디지털 미디어와 레거시 미디어 간에 더 많은 교류와 소통이 필요하다. 나아가 레거시 미디어 콘텐츠 확산에 신생 디지털 미디어 또한 일조할 수 있다면 언론과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조화를 이루는 새 시장이 자리 잡을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든 레거시 미디어든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미디어 산업 고유의 특성과 속도에 리더십이 맞춰갈 필요가 있다. 저널리즘이라는 규범적 가치를 내포한 미디어 비즈니스는 기술 분야와 본질적으로 성장 속도가 다르다.

과거와 달리 틈새 분야의 전문성이 높은 버티컬 미디어가 독자들의 호응을 더 얻고 있지만, 독자에 집중하고 그들에게 가치 있는 미디어로 인식되는 것은 여전히 지속가능성의 본질이다. 기업체와 투자자의 과도한 욕심이 걷힌 자리에서 뉴스의 본질에 집중하는 디지털 미디어가 싹틀 자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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