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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業 리더를 만나다 ④ ] “AI 시대, 시스템과 성과주의로 돌파한다”

조재형 피알원 대표가 말하는 PR의 현재와 미래

  • 기사입력 2024.06.05 08:00
  • 최종수정 2024.06.17 16:34
  • 기자명 김영순 기자
 조재형 피알원 공동대표.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더피알= 김영순 기자 |2006년 설립돼 올해로 18년. 창립 이래 2200여 개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수행해온 피알원은 현재 연간 100여 개 프로젝트를 대행하며 다양한 수상 실적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PR 기업으로 우뚝 섰다.

피알원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부분은 ‘PR사관학교’라는 별명이다. PR인들이 입사하고 싶어 한다는 입소문에 피알원의 HRD 시스템이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조재형 피알원 대표는 사세가 확장되며 인력이 증원됐을 때 역량 저하를 막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20꼭지 정도의 과정을 개발해서 매년 강의한 일이 그 계기라며 수줍게 서두를 뗐다.

“이러한 교육 과정은 신입사원부터 대리까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저희가 인력이 많고 클라이언트 포트폴리오가 넓다 보니, 아무래도 처음 PR을 접하거나 PR업을 하는 입장에서 OJT로 배울 수 있는 게 꽤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에게 피알원은 잘 트레이닝된 안정적인 인력이 상비되어 있는 회사로 통한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피알원의 강점으로 중간 직급이 탄탄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최근 중간 직급의 업무 역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종종 일어나는 업계 상황에서 피알원 교육 시스템의 중장기적 효과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레고코리아와의 성공적인 만남

조 대표는 피알원에서 수행한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레고코리아 건을 꼽았다.

레고코리아는 실사 평가와 복잡하고 분량 많은 계약서, 컨펌까지 필요한 계약하기 까다로운 회사였다. 그러나 피알원의 한 팀에서 오로지 레고가 좋아서 도전했고, 그걸 레고코리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1000만 원짜리 프로젝트를 하나 채택해줬다.

“그런데 계속 제안하니까 여기가 교육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5000만 원짜리를 채택해줬어요. 이게 성과가 좀 좋았죠. 그래서 1억이 되고, 또 2억, 3억이 되고 하니까 ‘에이전시 계약을 하자’고 해서 레고코리아 에이전시 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기획하고 제안했는데 10억, 15억, 25억,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들을 수주하게 됐죠. 이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디지털 콘텐츠에 기반한 작업이다 보니 저희 디지털 쪽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1000만 원으로 시작해 수십억 원짜리 수주에 이른 성공적인 발전상은 레고코리아에도 피알원에도 스페셜한 성과로 이어졌다.

2010년 초에 피알원과 함께 일하기 시작한 레고코리아는 2011년 국내 완구 업체 매출 규모 3위였지만 2015년에 1위가 됐고 그 이후로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으며, 피알원은 2018년 국제PR협회의 골든 월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피알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 저출산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레고의 타깃을 성인으로 확산하는 브랜딩의 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자체 시스템 ‘gig’로 업무 효율화

레고코리아가 피알원을 긍정적으로 본 계기는 교육을 통해 확보된 인재의 힘이 컸다. 조 대표는 그러한 관점을 PR 산업 전반에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PR 에이전시가 국내 에이전시 중에서 연봉이나 대우가 어느 인더스트리보다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높지 않으면 똑똑한 친구들이 절대로 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살아나가려면 그만큼 부가가치를 올리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아무리 뛰어났던 셰프라도 트렌디한 레시피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 역량은 PR업계에서 앞으로 더 필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피알원 또한 인재 활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기그(gig)라고 불리는 자체 개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기그는 피알원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다년간 축적한 독자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인력 구성, 협력 업체 매칭 및 관리에 관한 솔루션 제공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직원들이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면 기그에 바로 갈 수 있게 했습니다. 기그에 접속하면 자신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뜨고, PM이 처음 제안 작업을 할 때 같이 할 사람을 찾게끔 돕습니다. 그리고 협력 업체들에 대한 가격, 역량, 서비스 등의 정보와 협업 가능한 프리랜서들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경험을 대부분 기록으로 남기고 있죠.”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철저히 성과주의에 기인한 데이터 기반 조직

기그에는 미래의 인력 운용에 대한 조 대표의 고민도 담겨 있다. 그는 앞으로 5~10년 뒤에는 직원의 반이 프리랜서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한 팀인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고 동기부여도 되고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아웃소싱이나 프리랜서를 써서 단가를 맞추고 매출도 높여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을 도모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주 52시간이 되면서 인적 자원의 시간 쓰기가 굉장히 어려워졌어요. 휴가도 가야 하고 주 52시간만 일해야 하니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그리고 개인주의가 점점 심해지고 너무 고착화되어 협업을 안 하려 하고 내 것만 하려고 하는 문제가 생겨요. 그래서 기그는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고,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하게 살아남기 위한 피알원만의 방법론이죠.”

그는 일하는 시간이 100시간이든 52시간이든 그 기준은 존중해야 하며, 그 시간 동안의 효율과 성과에 대한 평가도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은 그에 맞춰주는 게 맞고, 다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능력에 맞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서로 가치의 다름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는 그의 설명에는 철저히 성과주의에 기반한 기업 운영이 전제되어 있다.

“경영은 사람들의 막연한 선호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일 위주여야 하고, 성과주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AI 발전 등을 보면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 기로에 서 있는 게 현재이기에, 옛날 같은 방식으로는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어요. 지속가능하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R펌 해외 진출,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면

지속가능한 생존의 필요성과 우리 문화의 세계 진출이 진행됨에 따라 PR과 글로벌 진출의 관계는 요즘 부쩍 떠오르는 화두이기도 하다. 피알원 또한 글로벌 환경에 대한 도전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실행이 어려워졌고, 현장에서 느낀 어려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 시장이 커졌을 때 굉장히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있었고 여러 시도가 이루어졌지만 성공했다는 사람을 못 본 거예요. 아직 우리가 무작정 뛰어나가서 하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에요. 대신 우리가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들고 아시아 지역에서 10개 회사 안에 드는 규모가 되면, 그런 역량을 갖추고 가능성을 추구하다가 기회가 오면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을 시도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글로벌 외에도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은 조 대표가 여전히 품고 있는 꿈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국내 상황에 다소 아쉬움이 있다.

“국내 마켓은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다 갖고 있어서 나머지는 협력 회사 정도로만 존재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에 굉장히 제한이 많아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우리가 퍼블릭 어페어즈(Public Affairs)를 못 하게 하고 그걸 변호사만 해야 해요. 그래서 대형 로펌이 다 가져갔죠. 사실 처음에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을 못 한 게 너무 많아요.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미련을 갖고 있죠.(웃음)”

조 대표는 소셜리티를 현재의 PR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전재현 포토그래퍼 

PR이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조 대표는 최근의 PR 이슈를 세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빅데이터와 AI 등에서의 급격한 테크놀로지 발전이다. 빅데이터와 AI에 관한 화두는 피알원에서도 이미 인재 영입과 시스템 구비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두 번째는 소셜리티(Sociality)다. 이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중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데, 그는 소셜리티를 현재의 PR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는 초개인주의다. PR이 초개인주의화되는 사회에 적응해서 세분화되어야 하는 게 미래의 방향성이라는 것이다.

조 대표가 짚은 PR 트렌드에 대한 설명은 종합적으로 보면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회적 변혁이 가속화되는 세상을 가리키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에 의해 3억 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교사, 기자, 변호사가 사라지고, 의사도 대체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PR업에 대한 희망을 말한다. 누군가는 필드에 있으면서 관계망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관계를 하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하든 NGO나 정치권과 관계를 갖든 누군가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네트워킹을 가져야 합니다. 그에 걸맞은 전략을 만들려면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 PR의 영역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PR 영역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업입니다.”

조 대표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설명으로 PR의 미래는 사람이 필요한 영역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며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PR 본연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이 필드에서 일했던 사람이 대우받아야 하고, 그 사람들이 더 성장하고자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PR 본연의 중요성이나 역할이 잘 구축돼야 합니다.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거지 가만히 있으면 누가 밥 먹여주지 않습니다. 즉 우리가 좀 더 샤프하게, 전문성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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