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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다 : 쓰레기가 아니다, 새롭게 버리는 공식 '빼기'

[이선종 - 문제의 주역 (4)]

터치 한 번으로 이루어지는 대형폐기물 배출 서비스
빼기, 소비가 아닌 버림으로 시작되는 자원 순환 여정

  • 기사입력 2023.12.20 08:00
  • 기자명 이선종

현대 사회의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 도전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그들만의 독특한 관점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정의한 문제가 어떤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지 볼 수 있다.

쇼핑, 더하기와 빼기의 무한루프

더피알=이선종 | 살 것도, 살 것의 종류도, 방식도 다양한 이 세상에서 쇼핑은 욕망을 극단까지 끌어내는 작업이다. 나 역시 매일같이 내 욕망을 확인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거창할 것 없는 ‘신발’이다. 신발을 산 날은 쇼핑했다는 포만감을 충분히 느끼고, 그 과정을 기억할 수 있지만, 신발을 사지 않은 날의 기억은 상대적으로 희미하다.

사회초년생일 무렵에는 기능적인 목적을 가진 신발(예를 들어 정장에 맞출 구두와 같은)을 획득하기 위해 쇼핑을 하곤 했다. 세월이 제법 지난 지금은 새로 산 옷에 맞춰 신발을 사는 날이 더 많아졌다. 발이 불편한 게 싫어 구두는 거의 사지 않으니 내가 사는 신발은 흰색과 검정색 단화나 운동화가 대부분이다.

한동안은 문제없이 이런 쇼핑이 이어졌지만 가족의 구성원이 늘어나고, 성장하며 문제 상황에 봉착했다. 신발장에 나의 신발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졌다. 쇼핑의 즐거움보다 보관의 스트레스가 늘고 있다.

고민 끝에 최근 내가 찾은 해답은 바로 ‘사고, 버리기’다. 하나의 신발을 사면, 하나의 신발을 버리는 것이다. 이런 루틴은 신발에서 옷으로도 확대됐다. 이제 내가 하나의 아이템을 쇼핑한다는 것은 동시에 하나의 아이템을 방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괜히 더하기와 빼기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우선 오늘 소개할 ‘문제의 주역’인 스타트업 ‘같다’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같다’를 창업한 고재성 대표는 IT 회사에서 신사업 분석 및 사업기획 업무를 맡던 중 대형폐기물을 어떻게 버리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폐기물 배출 방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지자체별로 프로세스가 다르고, 방법이 복잡해 불편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 대표는 대형폐기물을 버리는 과정에 IT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체화했다. 그리고 주민센터에서 스티커를 구매해서, 대형폐기물을 적재 장소에 내려놓고, 스티커를 붙이는 과정을 간편하게 바꿀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느끼는 결핍이 사라질 거라는 가설로 2018년 주식회사 ‘같다’를 창업했다.

그 후 모바일 터치 한 번으로 폐기물 처리 견적을 내고, 전문 폐기물 수거업체와 연결하는 대형폐기물 수거 플랫폼 ‘빼기’를 론칭했다.

2021년 5월 28일 행정안전부는 '대형폐기물 간편 배출 시스템' 전국 확대를 위한 서비스로 '빼기'를 지정했다.

문제는 영웅을 만든다

#1 빼기 기준의 악당을 찾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226개다. 2021년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사횟수는 평균 3.6회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 중 적어도 3~4가지의 대형폐기물 처리방식을 배워야 한다. 지자체마다 처리 과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빼기는 지자체에 따라 대형폐기물의 신고방식도, 비용도, 주기도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악당으로 설정했다. 빼기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신청 프로세스와 CS처리를 대행하여 불필요한 시간 절약, 반복적인 민원 감소를 효과적으로 달성해나갔다.

2020년 5월 의정부시, 성남시, 고양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서울, 경기를 비롯해 전국 71개 지자체(2023년 11월 기준)와 함께하고 있다. 사용자 수도 약 100만명에 육박한다.

#2 잘 버리는 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연결’

무언가 곰곰이 진심으로 바라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고 했던가? 대형폐기물 수거 과정에 깊이 들어가 보면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던 결핍들을 발견하게 된다. 물건을 버리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유로 혼자 버리기 버거운 물품이 있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의자나 주방 기기 정도는 혼자 옮길 수 있지만, 무릇 대형폐기물이라 하면 책장, 침대, 소파 등 성인 남성이라도 혼자 움직이기 힘든 물품이 포함되기 마련. 물건을 구매한 뒤 배송을 받으면서 버리는 과정이 자연스레 진행되기도 하지만 혼자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 결핍을 포착한 빼기는 검증된 빼기 파트너가 방문해 대신 버려주는 ‘내려드림’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빼기 앱을 통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입력하면 분해부터 이동, 배출까지 빼기 파트너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초기 서비스 론칭 시에는 전문업체를 통해 진행했지만, 지역 청년·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자체 내에서 ‘빼기 파트너’를 모집했다. 이후 일반인 참여까지 확대하여 전국의 ‘빼기 파트너’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안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안전한 배출을 위해 빼기 파트너 가입 시 3가지 신원검증(성범죄 조회, PASS, eKYC)을 받고 있다. 빼기 파트너 운영으로 사용자들은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대형폐기물을 버릴 수 있게 되었고, 빼기 파트너라는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그 외 빼기는 앱을 통해 올바른 분리배출 백과사전 ‘빼기 사전’과 돈이 되는 신개념 무료 나눔 ‘중고 물품 무료 줍줍’, 버리기 아까운 가전을 빼기 파트너에게 입찰 판매하는 ‘중고 판매’ 등 사람들이 더 잘 버리는 법을 전파하고 있다.

2021년 9월 6일 빼기는 성남시와 협업해 폐기물 업사이클링 & 사회공헌 사업 '다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 버리는 과정부터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대형폐기물 수거 과정은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배출 이후 지엽적인 처리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에 데이터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빼기 서비스를 이용할 때 앱에서 수거 신청 시 사진을 찍고, 제품의 바코드를 생성해서 대형폐기물 1차 코드를 만든다. 이후 코드를 통해 지자체별로 데이터가 수집된다. 그 때문에 정확한 배출 수와 품목, 처리에 드는 비용을 산출할 수 있고, 빼기와 함께 일하는 지자체들은 이 데이터를 통해 폐기물 관련 정책 수립 계획의 근거가 될 ‘탄소 배출 절감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소비가 시작되는 메이커 브랜드와 제품구매 시 기존 사용 제품을 버릴 수 있는 빼기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의 협약을 통해 소비와 방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듀오백과 의자 구입 시 기존 의자를 폐기할 수 있는 빼기 포인트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4 약속의 완성은 곧 브랜드 메시지가 된다

‘쓰레기 없는 세상을 위하여’는 빼기를 운영 중인 같다 고재성 대표가 회사를 설립할 때 만든 미션이다. 그 임무에 동의한 20여명은 오늘도 빼기 서비스를 통해 세상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단순히 폐기물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및 객체 인식 기술을 통해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추적하고, 판매할 수 있는 탄소거래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이렇게 '같다'는 개인이 실천하고 있는 작은 버림이 기후위기로 더욱 뜨거워지는 지구를 위한 또 다른 자원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술과 세상을 계속 연구해 나갈 것이다.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6회 폐기물, 자원순환산업전'(RETECH 2023)에서 빼기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버림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정체성

현대 사회에서의 소비는 개인의 정체성 그 자체를 나타낸다고도 한다. 이에 더해 버리는 것 또한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얻는다’와 ‘방출한다’를 필연적인 연결고리로 이어놓은 지금의 나와 같이 말이다.

그래서 같다는 버려지는 것과 버려지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같다와 같이 주목하지 않은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업들이 더 많아지기를, 더 많이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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