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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진실·팩트에 대한 호소 보다 ‘어떻게 보일지’ 신경써야

[정용민의 CRISIS TALK] 기업의 이해관계자 관리를 위한 10대 원칙 (下)

'원점'은 이슈 발생 중심…기대와 관심의 빠른 정상화에 성패 달렸다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예상은 어렵다…남들보다 조금만 더 잘하자

  • 기사입력 2023.10.04 08:00
  • 최종수정 2023.10.04 08:55
  • 기자명 정용민

더피알=정용민 | 기업은 이슈 관리 시 이해관계자 각각의 기존 영향력을 넘어, 향후 어떤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 기업 앞에 나타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방지 또는 방어하기 위해 어떤 전략적 활동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먼저 읽을 기사 : 이해관계자를 '이해관계'로만 이해하면 안된다

다섯 번째, 영향력 큰 이해관계자 그룹은 언제든 개입할 명분을 찾는다

이해관계자 생태계에서 기업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는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에 개입하는 것이 기본이다.

예상 가능한 디폴트 그 자체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 투입되는 것과 같이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업 주변 이해관계자들도 이와 같이 기업의 이슈 상황에 개입하고자 하는 의지를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의지를 갖는 것과 그 의지를 행동으로 연결해 스스로 개입하는 것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

기업은 이슈 발생 시 이해관계자 관리 관점에서 영향력 큰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이슈에 개입하지 않도록 적절한 의지 관리를 위한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왜 이 이슈에 개입하지 않았느냐고 그들에게 물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답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영향력 큰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관심을 충족시켜 기본적인 개입 의지를 희석시킨다는 개념이다.

여섯 번째, 수많은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언제든 뭉치려 한다

이해관계자 그룹을 나눌 때 원점 이외의 이들은 ‘공감자들’로 분류한다. 이슈 발생의 중심에 있는 ‘원점’ 그룹과 분별되며, 그들은 기업과 원점 간 갈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원점 측에 좀 더 공감한다.

기업이 원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실패하면 ‘공감자들’은 신속하게 뭉쳐 영향력을 강화하는 특징이 있다. 이슈 관련 온라인 여론이 응집되어 행동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기업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공감자들에게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해 기업의 원점 관리 방식과 결과를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감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충족되면 이들은 점차 파편화되고, 뭉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반면 대부분의 실패 기업은 이 공감자들까지 자극해 이들이 무시무시한 영향력 그룹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일곱 번째, 원점에 대한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이 사업 주제와 연결된 부정 이슈를 경험하면 가장 먼저 따져 살펴야 하는 것이 바로 ‘원점’이다.

만약 해당 이슈로 인해 원점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피해를 원상복구해주는 방향이 기본이다.

원점이 아프다면 아픔을 치유해주어야 한다. 화가 난다면 화를 풀게 해주어야 한다.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를 해야 한다. 원점을 관리하지 못하면 그 어떤 이슈 관리나 이해관계자 관리도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일부 이슈에서는 원점의 존재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다.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고, 고통받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의 행동에 단순히 화를 내고 비판하고 실망했다는 이해관계자들이 전부인 경우다.

이런 경우 그들이 화 내고 비판하고 실망하게 된 구체적 원인이 바로 ‘원점’이 된다. 말 그대로 그들의 기대와 관심이 원점이 되는 것이다. 그 기대와 관심을 어떻게 정상화시키는지에 따라 해당 이슈 관리의 성패가 갈린다.

여덟 번째,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을 항상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해관계자 특성에 따라 이런 경우 이럴 것이라는 대략적 예상은 그나마 가능하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와 이해관계자 간 상호작용이 더해지고 곱해지면 기업 측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판도를 정확하게 예상해내기는 어렵다.

더구나 기업이 상황과 원점 관리 활동을 지속해나감에 따라 2차, 3차로 변화될 이해관계자 구도는 더욱더 복잡해진다.

수많은 실타래가 서로 얽혀 큼직하게 자라나고 있다면, 이를 신속하게 풀어내기 위해 굵은 실타래 부위를 잘라내 버려야 할 때가 있다. 물론 부담과 고통이 따르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즉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기 어려울수록 기업의 과감하고 단호한 문제해결 행동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게 된다. 대규모 배상 발표, 선제적 원상복구 발표, 단호한 사퇴 의지 천명 등이 그러한 행동이다.

아홉 번째, 이해관계자에게는 기업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이슈 발생 시 기업은 불만을 가진다.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를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은 그와 관련한 팩트를 잘 알지 못한 채 성급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이해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잘못된 여론과 싸우려니 힘들고 어렵다는 하소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관점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기업이 성공적인 이슈 관리와 이해관계자 관리를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 중 하나는, ‘해당 이슈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어떻게 보이는지’다. 누가 팩트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가 아니다. 어느 편이 이슈 관리 과정에서 승산이 높은지가 아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가는 아무 의미도 없다.

대신 이슈 관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보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이해관계자들이 보고 믿는 것이 진실이라 생각하자.

열 번째, 다른 회사보다 조금만 더 잘하자

친구들끼리 산행을 하다 곰을 만나는 광경을 떠올려보자. 화나서 달려오는 곰으로부터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빨리 뛰어 도망을 가야 할까? 유머집에 나오는 정답은 ‘함께 간 친구 한 명보다만 빨리 뛰면 된다’다.

기업의 이해관계자 관리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국내에서 최고로, 같은 업종에서 가장 우수하게 이해관계자 관리를 잘한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은 다른 경쟁 기업보다 한 발짝만 더 잘하려 노력하면 된다.

최근 유사 사례가 있었거나 다른 사례가 있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이 실수를 저질렀다면 우리는 그 실수만 저지르지 않으면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이 늦었다면 그들보다 조금만 더 빨리 대응하면 이해관계자들은 그 차이에 주목한다. 그들이 100보를 가서 이해관계자 관리를 해냈다면, 우리는 101보를 가서 이해관계자 관리를 끝내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쉬운 노력도 못 해서 계속 고생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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