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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腕章)의 이미지

보이는 완장과 보이지 않는 완장
역사적 의미의 손흥민 '완장'

  • 기사입력 2022.12.13 11:27
  • 최종수정 2022.12.13 13:21
  • 기자명 안홍진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에 앞서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로부터 명예 캡틴 완장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로부터 명예 캡틴 완장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더피알타임스=안홍진

 시대변천에 따라 완장의 상징적 이미지도 진화해 왔다. 서민의 삶 속에서는 속담으로, 문학에서는 해학과 풍자를 통해 권위와 억압, 불공정의 상징(Symbol)으로 여겨졌다.  완장의 색상도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변화해 왔다. 일제강점기엔 농업청년보국대는 주황색 완장을 둘렀고, 2차대전 때 독일 장교가 두른 완장은 붉는 색 바탕에 검은색 철십자 디자인이 하얀 원 안에 들어 있었다. 최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시에는 축구 경기 때에 EPL 선수들은 검은색 완장을 착용하기도 했다. 

최근 네덜란드가 처음으로 착용한 데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네이션스 리그에서 잉글랜드, 웨일스, 독일, 프랑스 등 나라의 주장(캡틴)들이 착용하는 완장이 있다. 원래 인종,성별, 계급 등 차별 금지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주장완장은 ‘one love(하나의 사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숫자 1이 들어가는 하트 디자인이다. 그런데 동성애를 금지하는 카타르를 의식해서 이번 월드컵에선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참가 선수들에게 ‘무지개색’ 주장완장을 불허하기도 했다. 

완장이 주는 이미지는 존중, 영웅, 소통, 인품, 권위 등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네이버 사전에는 신분이나 지위 따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팔에 두르는 표장(標章)으로 되어 있고 영어로는 armband 이다. 선수 입장시, 맨 앞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나오며, 심판진과의 의사소통, 상대편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이 모든 경기장 안에서 완장을 찬 주장의 역할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을 윤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환영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는 포르투갈전 승리 때 착용한 노란색 주장 완장을 윤 대통령 왼팔에 직접 채워주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손흥민 선수가 주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어려운 경기를 잘 해낸 것처럼 저도 대통령으로서 국가가 어려운 일에 처할 때마다 책임감을 갖고 일을 잘하겠다"라며 "여러분이 보였던 투혼, 저도 보이겠다"고 화답했다. "여러분은 우리 국민에게는 이 월드컵 우승팀"이라며 "여러분의 젊음과 열정이 안팎으로 어려운 나라와 힘든 국민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주셨고, 여러분의 투혼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주셨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들에게는 크고 작은 완장이 주어 질 공정한 기회가 있다. 국회의장, 대법원장, 검찰총장, 공정위장, 국세청장, 대기업과 중소기업 오너, 대학총장 등도 보이지 않는 완장을 찬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아름답고 존경받는 완장을 찬 분도 많고 '비난받는' 완장을 찬 사람도 더러 있다. 진짜 내공이 있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완장보다는 덕과 인격으로 자신을 보이지 않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CEO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완장 즉 의무와 책임을 가진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비즈니스는 상생관계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완장을 찬 갑을관계가 작동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련 소속 어느 기업인이든 항상 협력사인 고객을 응시해야 하며 철저한 자기절제가 가능해야 권위적 완장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듯 완장이 주는 이미지는 뭐니뭐니해도 다수(多數)의 조직과 리더(Leader)를 연상시킨다. 권리와 의무 등도 완장 속에 내포되어 있다. 역사적인 국민적 추앙을 받는 리더들이면서 영웅과 성웅의 칭호가 뒤따르는 인물들의 팔에 두른 완장 속 리더쉽은 어떤가? 그것은 투혼, 열정, 판단력, 용기들로 이루어 진다. 원팀(One Team) 동료선수, 감독, 팬들의 신뢰감과 충성도를 보여주고 상징성이 있기에 사람들은 완장을 두른 주장이 누구인지 기억하게 된다. 선수이든 공무원이든 완장을 갖는 것은 현직 시절 즉 '운동장'에서 뿐이다. ‘리더의 임기’를 마치고 은퇴하게 되면 팔에 두르던 완장도 사라진다.

축구이든 야구이든 스포츠 경기에는 룰(Rule)이 있어서 경고(옐로카드)도 받고 퇴장도 당하지만 정치의 세계에는 그러한 원칙과 공정함이 없다. 오히려 반칙을 하고 거짓 발언을 서슴치 않는 완장을 두른 자기편 '주장선수'뿐 아니라 '특정선수'에게, 승리를 위해서면 팬덤들은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노동단체 간부들이  비노조원들에게 휘두르는 '불법적' 완장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시대의 새로운 완장은 "이제 우리의 과거 이미지도 바뀌어야 합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상징으로 거듭나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번에 손흥민 선수같은 특정 스포츠팀 주장이 현직 대통령께 채워 준 완장은 대한민국 과거사에 없었다. 특별하고 상징적인 브랜드(Brand) 이미지를 품은, 역사적인 완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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