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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의 뷰스] 점 권하는 사회

MBTI와 사주와 본래의 나

  • 기사입력 2023.10.12 14:08
  • 최종수정 2023.10.12 14:10
  • 기자명 신아연
2022년 10월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22 송파 교육박람회'에서 청소년들이 행사 부스에서 제공하는 검사를 해보고 있다. 뉴시스.
2022년 10월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22 송파 교육박람회'에서 청소년들이 행사 부스에서 제공하는 검사를 해보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신아연 | 이른바 MZ세대가 열광하는 것 중에 성격유형분석인 MBTI가 있다고 들었다. MBTI를 모르면 서로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란다. 나아가 사주나 점을 보는 일에도 지갑을 자주 연단다. 아닌 게 아니라 대학가나 도심의 타로 점집 앞에 젊은 남녀들이 삼삼오오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상 점을 보는 데는 나이가 따로 없다. 전에는 부모가 자녀들 점을 대신 봐줬다면 지금은 본인들이 직접 보는 차이뿐. 다만 활기차고 재기발랄하여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도 남을 것 같은 젊은이들이 미래의 운명을 묻고 점치며 다닌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어떤 방향으로, 특정 모습으로 나의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하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말이다. 그럼에도 보는 순간의 재미도 있고 어느 정도 마음의 위무가 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만.

2023년 4월 13일 티빙(TVING)은 오리지널 관찰 실험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를 선보이며 '나'를 설명하기 더 적합한 도구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제공=티빙.
2023년 4월 13일 티빙(TVING)은 오리지널 관찰 실험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를 선보이며 '나'를 설명하기 더 적합한 도구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제공=티빙.

진정 알아야 할 것은 성격도, 운명도 아닌 ‘나 자신’이다. 그 나는 애벌레가 아닌 나비이며, 올챙이가 아닌 개구리이며,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닌 백조이며, 상처에서 치유된 온전한 나이다. 그 나를 찾는 일에 사주나 점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격유형 분석 또한 본래의 나를 가리고 있는 거둬내야 할 불순물이나 고착된 사고 및 왜곡된 행동 방식을 알아채기 위해 유용할 뿐, 성격이 곧 나 자신은 아니다. 점괘에 안주할 수 없는 것처럼 성격에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성격 그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직 본래의 나를 찾을 수 있을 때만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생각, 감정, 기분에 삶을 맡기고 생각, 감정, 기분에 반응하는 주체가 나인 줄 알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들은 바다 표면의 파도에 불과하다. 파도는 언제나 높낮이를 가지고 출렁이기 마련이다. 파도를 잠잠케 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생각, 감정, 기분은 본래의 내가 아니니까. 본래의 나는 요동하지 않는 깊은 바다와 같으니까.

사주를 보고 점을 칠 때 그 본래의 나를 찾고, 나를 알고자 하는 목적이었다면 완전히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본래의 나는 고정되거나 이미 정해져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본래 나의 본질은 생명력과 잠재력에 있으며, 생명력과 잠재력의 특질은 궁극적 성장을 향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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