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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00년대! Z세대 “유선전화는 낭만이다”

[브리핑G] 추억·유대감 찾으며 도모하는 ‘유선전화 르네상스’

  • 기사입력 2024.02.23 08:00
  • 최종수정 2024.02.28 15:36
  • 기자명 박주범, 김경탁 기자
'2000년대 꼬맹이들이 좋아하는 소리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니콜 랜던의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 캡쳐 모음
'2000년대 꼬맹이들이 좋아하는 소리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니콜 랜던의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 캡쳐 모음

더피알=박주범 | 이제 사무실이나 가게가 아니면 찾아보기도 힘든 유선전화가 Z세대 일부 열혈팬들 사이에 향수와 진정한 유대감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Z세대 대부분은 유선전화가 없는 집에서 자랐지만 유선전화를 통해 2000년대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나머지 2000년대 초반 기술에 매료돼서 아이폰을 플립폰으로 바꾸고,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Z세대가 다음 타겟으로 유선전화를 정한 것 같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내용은 2월 15일자로 가디언 기사가 나온 후 수많은 유명·무명 언론매체들이 가디언을 인용하거나 베껴쓰는 식으로 재생산하고 있어서 외신에서 Z세대의 유선전화 사랑에 대한 담론이 계속 확산되는 중이다.

미국 국가보건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미국인 중에서 집에 유선전화를 두고 있는 비율은 27%(73%는 유선전화가 없다는 뜻)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63%를 기록했던 2010년을 기점으로 비율이 급격히 하락한 결과다.

최근 한 인터넷 오픈마켓 판매자가 CD플레이어의 상품명을 ‘아이돌 음반 재생기’라고 게시한 것을 캡쳐한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한때 필수품으로 인식되던 CD플레이어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사라지는 것처럼 유선전화도 쓸모를 다하고 사라지는 중이다.

아이돌 앨범 재생 외에는 기능성이 사라진 CD플레이어
아이돌 앨범 재생 외에는 기능성이 사라진 CD플레이어

틱톡에서는 자녀가 벽에 붙은 유선전화 수화기를 들고 어떻게 전화를 걸어야 할 지 몰라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부모가 촬영한 영상이 화제가 됐고, 거리 풍경의 일부였던 공중전화가 사라진지 오래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통신회사들은 유선전화 서비스 자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AT&T는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유선전화 완전 폐지를 제안하고, 캘리포니아주 공공 유틸리티 위원회에 서비스 중단 허가를 요청했다고 한다.

“유선전화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역사적 호기심일 뿐”이라는 AT&T의 평가가 맞을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꼬불꼬불 선으로 연결된 수화기를 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런 측면이 바로 일부 Z세대 고객이 아날로그 기술에 매료되는 이유이다.

유선전화를 처음 접한다는 Z세대 틱톡 영상들. 유선전화기를 안써보면 수화기가 올려져 있는 채로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유선전화를 처음 접한다는 Z세대 틱톡 영상들. 유선전화기를 안써보면 수화기가 올려져 있는 채로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사라진 실용성(쓸모) 만큼 미적 가치는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이 일부 Z세대들의 생각이다. 그들에게 보다 단순한 것의 매력과 디지털 이전 시대를 상기시키는 매개체가 됐다는 말이다.

특히 유선전화로는 친구와 몇 시간 동안 통화가 가능해 스마트폰으로 주고 받는 “wyd(what you doing?)” 같은 간단한 문자보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사무용복합기가 직관적이지 않고 사용법이 너무 복잡해서 직관적 UI에 길들여진 Z세대 직장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가디언 예전 보도
사무용 복합기 구조가 직관적이지 않고 사용법이 복잡해서 직관적 UI에 길들여진 Z세대 직장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가디언 예전 보도

24세 니콜 랜던(Nicole Randone)은 그녀가 세 살이던 2003년에 처음 판매된 올슨자매 브랜드의 보라색 유선전화를 사용해 침실에서 전화를 받는다.

랜던은 ‘2005년이 그리워’(@miss2005)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2000년대 초반 패션과 대중문화 회고를 주요 주제로 다루는 인플루언서로 2020년에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바 있다.

“어릴 적 기억중 하나는 부엌 벽에 설치되어 있었던 갈색 유선전화”라며, “항상 내 방에 갖게 될 날을 꿈꾸었다”고 말하는 랜던의 모든 스타일은 ‘2000년대 향수’라고 부르는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

랜던은 “유선전화를 사용하면 현실과 어린 시절의 환상 사이의 격차가 해소된다”며,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인 원트리 힐, 오씨(The OC), 길모어 걸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랜던은 “인플루언서인 직업상 늘 온라인에 접속해 있지만 잠시 연결을 끊고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좋고, 탈출구처럼 느껴진다.”

웨스트 할리우드에 거주하는 27세의 싱어송라이터 샘 캐스퍼(Sam Casper)에게는 핑크색 탁상용 유선 전화기가 있는데, 엄마의 남편의 할머니가 갖고 있던 것이라고 한다. 오래된 유물 같은 소개지만 엄마의 남편의 할머니가 이 전화기를 산 건 몇 년 전 어반 아웃피터에서였다고.

어반 아웃피터는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다국적 패스트패션 인터넷쇼핑몰 회사인데, 아이팟(iPod), 즉석카메라, CD플레이어, 필름 카메라, 증폭기 스피커, 재고TV, 턴테이블 등의 레트로 소품들을 트렌디·빈티지 등의 수식어를 붙여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런거 파는 곳이다.
이런거 파는 곳이다.

캐스퍼는 “정말 귀엽고 로맨틱해서 좋다”는 그 전화기로 다른 친구들과 통화하는데 그중에 일부는 유선 전화를 가진 친구도 있다고 한다. 유선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드라마 느낌이 들어서였다고.

“요즘은 다들 약속 직전에 문자로 취소하는데 정말 어이없다”고 말하는 캐스퍼는 유선전화 옆에 테이프를 사용하는 아날로그식 자동응답기를 두고 있고, 전화기 옆에 둔 유명 호텔 레스토랑 냅킨에 전화번호를 적을 정도로 컨셉(?)에 충실하다.

자신의 유선전화 번호는 일부 선택된 사람에게만 공개한다. 발신자 번호를 확인 못하니까 걸러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캐스퍼는 “새 친구를 만났는데 집으로 초대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이라면 유선전화 번호를 주는데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들뜨게 된다”며 “그냥 전화기 옆에 앉아서 수화기에 연결된 코드를 꼬면서 얘기하는 게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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