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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굶는 여자-집 없는 남자의 연애가 달짝지근해

[식칼의 PICK THE CULTURE]
사랑은 낙엽을 타고 : 삶이 고달파도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한다

대중문화가 “연애란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 생각하게 만든 측면
주인공 사회적 성장 안보여줘 사랑의 힘을 더 각별하게 느끼게 하는 영화

  • 기사입력 2024.01.19 13:56
  • 최종수정 2024.01.19 15:15
  • 기자명 성장한
사랑은 낙엽을 타고(Fallen Leaves)
사랑은 낙엽을 타고(Fallen Leaves, 2023) 

더피알=성장한 | 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에서 이제 저출산 문제는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삼포세대라는 말이 나온 지도 13년이 지났다. 실제로 연애율, 결혼율, 출산율은 사이 좋게 동반 하락 중이다.

나는 여기서 출산율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어른들보다는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청년들에게 더 공감하는 입장이다. 다만 내가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연애까지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는 대중문화의 책임도 일부 있지 않을까?

한국 드라마에는 주로 세 가지 타입의 커플이 등장한다.
첫째, 부자와 부자가 연애한다. 둘째, 부자가 서민을 간택하여 연애한다. 셋째, 드물게 서민과 서민이 연애하는 것도 존재하기는 한다. 다만 이 경우 드라마가 끝날 때쯤에는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여 서민이 아니게 된다.

그러니까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연애란 이미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사람들이 하는 것이거나, 곧 성공할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어떤가?

‘나는솔로’에 출연하는 사람들 중에는 성격이나 태도에 하자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잔뜩 등장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직업만은 번듯하다.

청년들이 꿈꾸는 직업이나 직장을 이미 가졌으면서 연애가 너무 어렵다고 징징댄다.

나는 SOLO에 출연하려면 반듯한 직업이 필요하다?
‘반듯한 직업이 있어도 연애는 어렵다’가 아니라 ‘연애를 시도하려면 최소한 반듯한 직업 정도는 갖고 말해라’는 메시지가 되어버리고 있다.

물론 드라마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각자의 제작 의도에 충실할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것들을 보며 연애를 지레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연애란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내가 만나 본 청년들 중에도 아직 취업을 못 해서, 아직 월급이 낮아서, 아직 빚이 있어서 연애를 미루겠다는 이들이 실제로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 사랑이 그런 것이던가.

배철수 선생은 사정상 연애할 수 없다는 청년들에게 본인의 탄생을 사례로 들곤 하신다. 선생 본인이 바로 6.25 전쟁 중에 잉태되셨다고.

6.25는 너무 옛날이라 와 닿지 않는다면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추천한다.

빈티지와 로맨스의 결합. 제7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수상작이자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 출품작이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원제 그대로 ‘폴른 리브스’(낙엽)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작품 내에서 시간적 배경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바로 2024년, 지금이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실제로도 멀고 정서적으로는 더 멀게 느껴지는 핀란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형편이 그런 거리감을 줄여 준다.

주인공들의 첫 번째 데이트는 커피 한 잔 하자는 남자의 제안에서 시작된다.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어요.” 이것이 여자의 거절 사유다. 남자가 사겠다고 말하자 여자는 OK한다. 돈이 없다면 식사도 못 했을 것이라 짐작한 남자가 여자에게 빵을 권한다. 여자는 순순히 빵을 집어 든다.

이 그림만 보면 남자의 형편이 더 좋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여자에겐 대모로부터 물려받은 집이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공사장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공사장에서 해고되자 머물 곳이 없어 노숙을 하기도 한다.

개 목줄은 빨랫줄로 대충....
개 목줄은 빨랫줄로 대충....

그러니까 이건 당장 돈이 없어 밥을 굶어야 하는 여자와 몸을 누일 곳이 없어 벤치에서 자는 남자의 이야기다.

물론 이들에겐 안정된 직장도 없다. 남자와 여자는 극 중에서 각각 두 번씩 해고된다. 새로 구하는 일자리는 이전보다 불안하거나 더 힘들다. 이들의 현실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사회적 성장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사랑의 힘이 각별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사랑을 해야 한다고.

사실은 진부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 말을 진심으로 믿어버리게 만든다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힘이 아닐까.

‘사랑은 낙엽을 타고’에 대해 영화평론가 듀나는 ‘사랑의 힘’이란 말을 냉소 없이 믿어버리게 만들만큼 뛰어난 로맨스 영화라고 평했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사랑의 힘’이란 말을 냉소 없이 믿어버리게 만들만큼 뛰어난 로맨스 영화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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