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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상가 이건희 “다리가 없더라도 건너가야 한다”

[K-기업가정신 포럼] 이병철·이건희 회장에게 오늘의 답을 묻다 (下)

“삼성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실패는 보약”이라던 기업가정신
“실패 교훈, 자산화해 그 가치를 미래 자산으로 만드는 지혜 발휘해야”

  • 기사입력 2023.10.06 08:00
  • 최종수정 2023.10.20 09:41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은 ‘오늘의 답’을 찾기 위해 허문명 동아일보 출판국 부국장의 9월 13일 강연과 그가 썼던 칼럼, 이건희 회장의 저서와 발언자료 등을 토대로 경제사상가 이건희 어록을 되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1993년의 이건희가 내다본 2023년의 대한민국에서 이어집니다. 

1980년 호암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1980년 호암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등에 진땀이 난다”

신경영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은 “1983년과 1993년을 한번 비교해보라”면서, 세계 일류기업의 기술력과 경영의 개념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등에 진땀이 바싹바싹 날 정도”라 말했다. 1997년에는 “과거 5000년의 변화보다 최근 100년의 변화가 더욱 무쌍했고 그 100년보다는 지금부터 5년, 10년 동안의 변화가 더욱 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도 잘못하면 망할 수 있다”는 말을 취임 이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 이에 대해 허문명 부회장은 “삼성의 역사는 끝없이 닥치는 위기에 대한 치열한 대응의 역사이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이 회장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 장수기업이 되는 조건으로 △차원 높은 위기의식 △변화에 대응하는 힘 △장기적·미래지향적 사업 경영을 꼽았고, 임직원들에게 “인재를 데려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반복해 말했다.

선친인 호암 이병철 창업주도 1980년 “기업은 사람”이라면서 일생을 통해서 약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시키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단순히 인재를 모으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치열한 위기 의식 속에서도 이건희 회장은 “도전과 실수는 재산과 강한 힘이 된다”며 평소 임직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을 저질러 보기를 적극 권장했다.

이유 있는 실패는 나무라지 않았다. 이유 있는 실패까지 나무라면 조직 내 창의성이 말살되고 복지부동의 자기보신주의만 남게 된다 생각했고, 작은 성공에 만족하는 평범한 사람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인물이 조직과 회사를 살찌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993년 포춘 인터뷰 사진
1993년 포춘 인터뷰 사진

1990년대 당시 세간에 ‘관리의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퍼져 있었고, “삼성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말도 있었지만, 이 회장은 “위험을 각오하고 선두에서 달려가야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다리가 없더라도 건너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동일한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그는 “작은 성공으로 자만심에 빠져 더 큰 실패를 가져오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며 “기업경영에서 작은 성공의 누적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실패는 그대로 방치해 두면 독약이 되지만 철저히 원인을 분석하고 교훈을 찾아내면 오히려 최고의 보약이 된다”며 실패를 교훈으로 삼고 자산화하여 실패의 가치를 미래의 자산으로 만들어가는 지혜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풀어야 할 숙제 ‘시대적 화두’

1993년 신경영 선언에서 시종일관 전해지는 이건희 회장의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그는 “회장이 되고 만 5년 몇 개월간 계속 ‘불량 안된다 불량 안된다. 모든 것을 양을 없애버리고 질을 향해라’ 그랬는데도 아직까지 양을, 양을, 양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6월 7일 시작된 강연이 9일째로 접어든 6월 15일이었다.

5~6년을 반복해서 말해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한 이건희 회장은 다시 한 달 뒤인 7월 13일 오사카에서는 “얼마든지 기다리겠다”며 변할 사람, 변하고 싶은 사람만, 바뀌고 싶은 만큼 자율적으로 변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는 단서를 달았다.

기술경쟁의 요체가 ‘끊임없는 첨단기술에의 도전’과 ‘남과 다른 차별성 확보’라고 생각한 이건희 회장은 ‘빨리’를 ‘먼저’로 전환해서 시간 경쟁력의 질적 차원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이 주장을 성과로 증명해냈다.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경청’이라는 유훈을 받은 이건희 회장은 평소 극단적으로 말이 없었던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1993년 신경영선언 당시에는 한 달 동안 하루에 몇 시간씩 이어서 엄청난 말들을 쏟아냈고 그 내용을 책자로 만들어 돌리고 사내방송도 했다.

1980년 정계최고 경영자 전지 세미나
1980년 정계최고 경영자 전지 세미나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부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한 사내교육 직접 강의는 홍보담당자 세미나였다. 대내외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삼성 전 계열사에 홍보실 또는 홍보팀(과)을 신설했고, 국내에서 최초로 사내방송에 모니터(동영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1983년부터는 홍보팀이 현장을 급습하는 ‘카메라 고발’ 같은 프로그램도 제작해 그룹 내부 채널로 방송했다.

‘삼성 디자인은 2류’라는 내용을 담은 후쿠다 보고서와 함께 1993년 신경영 선언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세탁기 조립 라인에서 납품된 뚜껑 여닫이 규격이 맞지 않자 이를 깎아서 조립하는 모습을 담은 VHS 테이프도 사내방송팀이 찍은 것이었다.

포럼에서 허문명 부국장은 자기가 모셨던 상사 이야기를 하면서 막 눈물 흘리는 사람들은 별로 만나본 적이 없었는데, 늙은 CEO들이 앉아서 이건희 회장을 떠올릴 때의 그 표정과 언어, 눈물을 보면서 감동을 받을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허 부국장은 지난해 한 칼럼에서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삼성의 DNA에 녹아 있는 강력한 오너십, 헌신적 팔로어십, 초스피드 경영, 절묘한 타이밍 경영, 불황을 버티는 힘이 발견된다”며 “이는 현재 닥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K-기업가정신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가 9월 13일 포럼 취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K-기업가정신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가 9월 13일 포럼 취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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