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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상품화, 프로세스 이코노미

빅데이터로 보는 트렌드⑮
상품 기획·제작 과정을 콘텐츠로 제작
여러 산업군에서 브랜드 팬덤 만들기 시도

  • 기사입력 2023.09.14 08:00
  • 기자명 이주희

더피알=이주희 |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론칭만 했다 하면 기본 시청률을 보장하는 방송가의 필승 아이템이다. 특히 ‘흥의 민족’답게 노래 경연을 콘셉트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2009년 엠넷의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최근 큰 화제가 된 TV조선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까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수 비결은 데뷔할 출연진을 직접 선발할 수 있는 고관여적 특성도 있지만,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출연진의 서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의 서사로 많은 방송 분량을 이끌어낸 참가자일수록 데뷔 및 우승 확률이 높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연 시간만큼 출연진의 서사 구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에서도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최근 기업의 홍보 및 마케팅 전략도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주목하는 ‘과정의 상품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프로세스 이코노미’(Process Economy)는 일본의 IT 비평가 오바라 가즈히로의 저서에 등장한 표현으로, 상품의 결과와 함께 과정을 제공함으로써 더해지는 브랜딩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상품을 어떤 목적에서 기획했는지, 생산까지 어떠한 단계를 거쳤는지를 하나의 스토리로 제시함으로써 브랜드 충성도와 몰입도는 물론 신뢰도까지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랜딩이 곧 무기인 현 시대에 주목할 만한 방식이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상품의 생산 과정까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상품의 기획과 생산 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기업은 많다. 우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품의 품질 못지않게 효과적인 마케팅 방식이 중요하다.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녹여내다

시중 제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무리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도 적절한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이에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며 제품을 홍보하는 라이브 커머스와 웹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상품 광고를 전면에 내세운 애드버 콘텐츠(네고왕 등) 등 콘텐츠를 통해 제품 홍보를 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일반적인 판매 방식보다 소비자의 몰입도가 높으며, 광고임을 감안해도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거부감이 적다. 특히 비교적 많은 정보를 흡인력 있게 담아낼 수 있어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녹여내기에 적합하다.

방송가에서도 상품의 기획·제작 과정부터 실제 출시까지 일련의 과정을 콘텐츠화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KBS 간판 예능인 ‘편스토랑’은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이 출연해 주어진 테마의 음식을 고유의 레시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하나의 레시피가 선정되는데, 방송 다음 날 전국 편의점에 출시된다. 시청자가 레시피 탄생에 얽힌 서사에 몰입하고 결과물인 음식도 체험할 수 있기에 획기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평가받았다.

편스토랑에서 류수영이 만든 어향치킨은 밀키트로 제작돼 판매되고 있다.
편스토랑에서 류수영이 만든 어향치킨은 밀키트로 제작돼 판매되고 있다.

경험이 중요해지는 시대

제품 제작 과정을 콘텐츠로 공개하며 소비자를 관람객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제품의 생산 과정에 소비자가 한발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례도 있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운영 주체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품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에게 공개적으로 투자금을 얻는 방식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투자 없이는 상품 제작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을 얻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크라우드펀딩은 101인 기업, 청년 창업자 등 소자본 기업 사이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최근 들어 활용 사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이들 기업이 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대신 크라우드펀딩을 자금 마련처로 주목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대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는 2021년 4분기 기준 중개 거래 금액이 400억 원에서 2022년에는 650억 원으로 약 63%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브랜드 가치와 스토리 전달이 중시되면서 기업은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그중에서 고객의 체험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은 고객의 실제 경험에 기반하며,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기업이 의도한 바를 전달할 수 있어 여러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된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견고한 팬덤이 될 수도 있기에 더욱 중요성을 더해가는 마케팅 방식이다.

테스터 방식이 가장 활발한 산업

이처럼 경험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소비자의 체험과 이에 기반한 의견을 상품에 적극 반영하는 사례도 있다.

업계에서는 상품이 출시되기 전 일부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반응을 살펴보는 ‘테스터’ 제도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출시 전 테스터의 의견은 기업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먼저 제품을 체험하고 남기는 의견은 대중적인 공개 이후 받을 피드백의 축소판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개발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항을 더욱 넓은 시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테스터 방식은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테스터 방식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산업군은 게임 업계다. 게임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식 출시 전 유저 대상의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데, 이 기간의 적절한 활용이 게임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 4’다. 11년 만에 출시된 디아블로 시리즈의 신작 디아블로 4는 발표 초기에는 전작에 비해 개선되지 않은 그래픽과 시스템 등으로 크게 혹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두 차례 오픈 베타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비판받은 사항들을 대폭 개선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엔씨소프트에서 출시 예정인 ‘쓰론 앤 리버티’(TL)는 공개 전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테스트 기간에 혹평이 쏟아지면서 회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직 정식 출시 전이기에 테스트 기간에 받은 의견을 얼마나 적용할지에 따라 게임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판단된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브랜딩 마케팅으로

무수히 많은 상품과 브랜드가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브랜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 자체에 대한 정보만큼이나 상품을 둘러싼 브랜드의 철학과 제작 과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품의 기획 및 제작 과정을 브랜딩의 일부로 삼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마케팅 측면에서 고유한 브랜딩 방식을 고민하는 많은 기업의 선택 사항으로 더욱 널리 활용될 것이다.

과정도 상품이 되는 시대지만, 상품의 품질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브랜딩은 어디까지나 상품의 완성도가 보장될 때의 부가적인 요소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과정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과정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상품의 제작과 수정 과정 등을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공유하고 피드백을 얻는 과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즉 소비자를 과정에 적절하게 참여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비롯해 최근 주목받는 마케팅 방식의 공통점은 이제 소비자가 단순히 소비만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기업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자생적인 문화를 만들어 내고, 이를 기업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따라서 여러 경로를 통해 형성되는 소비자의 집단적 요구를 시의적절하게 받아들이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기억 속에 오랜 시간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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