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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현장] 라네즈가 만든 삶 속 오아시스를 찾아서

탐방_라네즈 : 라이프 오아시스 2.0

  • 기사입력 2022.03.22 16:40
  • 기자명 정수환 기자
라이프 오아시스 전시회 입구. 사진: 정수환 기자

[더피알=정수환 기자] 기자 일을 시작한 이후 습관이 하나 생겼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단어긴 하나 그 정확한 의미를 알기 어려울 때, 무조건 사전을 찾아본다. ‘회복’이라는 단어 역시 그랬다. 막연히 몸을 쉬며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 그 의미가 아닐까 싶었는데, 명확한 뜻은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었다.

회복이란 단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2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회복’을 테마로 한 몰입형 인터랙티브 아트 전시회 ‘라이프 오아시스 2.0’을 진행하고, 이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전시는 새롭게 선보이는 올뉴 워터뱅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소진되는 삶이 너무나도 익숙해져 ‘원래’의 나는 어떤 존재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라네즈의 접근이 어떻게 다가올지, 정말 의미 그대로의 ‘회복’을 선사해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 대기 공간. 사진: 정수환 기자

체온을 재고, 방역을 위해 장갑 등을 착용하니 직원들이 한 가지 물건을 더 건넸다. ID 카드라고 한다. 이 카드가 있어야 전시를 원활히 감상할 수 있으며, ID 카드인 만큼 개인의 정보를 담아야 한다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음 행선지는 포토부스였다.

사진을 하나 찍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언제는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었나 싶어 수정하지는 않았다. 닉네임을 입력하라고 해서 분신과도 같은 ‘미어캣’을 적었다. 두 가지 개인 정보를 카드에 담은 뒤 입장 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된 대기 공간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제품의 컬러인 하늘색이 공간 전반에 담겨있었다. 파스텔톤의 색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안정되고 따스해지는 느낌이 든다. 특이했던 건 조형물마다 거울이 하나씩 놓여있다는 점이었다. 왜 거울이 있는지 그 당시에는 몰랐으나 전시를 다 보고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회복되기 전, 지금의 초췌한 나 자신을 한 번 확인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

구경을 마치고 본 전시에 돌입했다. 전시는 총 8개의 씬(Scene)로 구성돼 있었다. 첫 번째 씬은 ‘회복의 시작’. ID 카드를 태깅한 뒤 직진하니 ‘회복의 길로 인도하는 빛의 결정에 손을 올려보세요’라 적혀있는 전광판이 보였다. 손을 갖다 대니 빛이 점점 모이기 시작하더니 ‘팡!’하고 터지며 문이 열렸다.

구 모양에 손을 대면 에너지가 모인다. 사진: 정수환 기자

순간 아이언맨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며 다음 공간에 들어서니 스모그가 자욱한 푸른 빛이 맴돌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보던, 어떤 존재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갇혀있는 인공관이 생각났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정말 시작하는, 알에서 깨어나기 전의 새와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묘함을 실컷 느끼며 첫 번째 씬을 마무리했다.

마치 인공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사진: 정수환 기자

두 번째 씬은 ‘회복의 주체’라는 주제를 담고 있었다. “나를 찾아서 - 이제 나를 마주할 시간입니다. 익숙한 모습부터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까지 모든 모습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때 진정한 회복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회복의 주체인 자신에게 집중하고 다양한 감정을 들여다보세요. 내면 깊은 곳에 숨은 감정을 마주할 때 회복 에너지도 하나, 둘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조금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마주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떠올려 보니, 곧바로 가장 먼저 찍은 못생긴 사진이 생각났다. 설마 그 사진을 여기서 보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이 맞았다. 심지어 사진을 설레는, 행복한, 사랑스러운, 기쁜, 편안한, 놀라운, 호기심 많은 버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차마 사진을 공개할 수 없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온갖 끼를 부리고 있는 사진 속 외면하고 싶은 존재가 너무나도 보기 버거웠다. 기사를 위해 이 참사 현장을 어쩔 수 없이 카메라로 찍은 뒤 옆에 있던 직원분에게 사진을 내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파파라치에 찍힌 연예인들의 심정을 1%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래도 성찰이 가능하긴 했다. 저런 생기 넘치는 표정을 직접 본 게 얼마만 인지 싶었다. 어쩌면 저 사진들을 보기가 힘들었던 이유도 산송장 같고, 웃어도 뭔가 마음 편히 웃지 않는 생활이 익숙해져서일지도 모른다. 기억은 안 나지만 원래의 모습은 저렇게 끼를 부리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방을 나섰다.

‘회복의 큰 물결’이란 테마를 지닌 세 번째 공간에서 비로소 생각하고 있던 인터랙티브 아트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인터랙티브 아트로 유명한 팀랩의 전시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빼놓지 않고 갔었기에 많은 기대를 했다. 마련된 디지털 사이니지를 향해 몸을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였더니 큰 물결이 인다. 그리고 이내 다시 잠잠해진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사진: 정수환 기자 

반복되는 사이클을 보며 잠시 멍때리는 시간을 가졌다. 기복이 있는 편이라 평온한 삶을 꿈꿔왔는데, 일었다 가라앉는 물결을 보니 이 파동 또한 언젠가는 가라앉겠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동요 속에서 둘 곳 없었던 마음을 잠깐 물결에 놓았다. 팀랩의 전시만큼 엄청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장치였다.

여덟 개의 씬을 모두 소개하기엔 글이 지루해질 테니 이후의 단계부터는 조금 축약해서 설명하자면, 네 번째 씬에서는 3-4명의 사람이 모여 함께 게임을 진행한다. 흔들리는 땅 사이에서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씬에서는 4번째까지의 단계를 통해 회복된 나를 축하해주는 장이 마련된다.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가장 필요한 회복을 선택해주세요’라는 질문에 ‘휴식’을 눌렀더니, 이에 맞는 빛의 산란과 소리가 앞길을 밝혀준다. 꽃길은 아니지만 라네즈가 선사한 빛길을 당당히 걸어 나갔다. 이내 마주한 여섯 번째 씬에서는 회복 에너지 결정체가 빛의 퍼포먼스를 구사한다.

라네즈가 만든 빛길. 사진: 정수환 기자

사실 명확한 의미는 와닿지 않았지만, ‘나’를 위해 이런 단계들을 밟아나간다고 생각하니 정말 회복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느라 돌보지 못했던 ‘나’라는 사람을 돌보는 데 온전한 시간을 쏟은 게 얼마만 인가. 이미 인생에서 너무 많은 과정을 거쳐 원래대로 돌아가긴 어렵겠지만, 그렇다면 원래의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해주는 게 의미 있는 회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다음에 들어선 일곱 번째 씬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여기서는 라네즈와 아티스트 NOVO가 협업해 만든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라네즈가 소비자들에게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공모받고 이를 통해 NOVO 작가가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노보 작가는 “우리는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발견하는 어떤 것들을 통해 조금씩 삶을 회복해 나갑니다. 스스로를 꾸준히 들여다보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라며 작품의 취지를 밝혔다.

NOVO 아티스트의 작품. 사진: 정수환 기자

마침 작가가 현장에 와 본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청바지, 전화기, 크레파스, 골프, 신발, 고양이, 피자 등 작품 속 그려진 사물들은 모두 그에게 회복을 선사해주는 것이라고. 설명을 들으며 곧바로 대입해봤다. 음악, 잡지, 강아지, 책, 만화, 맛있는 음식, 가족 등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존재들이 떠올랐다. 회복을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 장으로 향했다.

이들이 전시를 마무리하는 방법은 ‘엔딩크레딧’이었다. ID 카드를 태깅하니 화면 속에서 스페셜 땡스(Special Thanks)라는 문구가 나타나며 해당 전시를 기획한 사람들의 이름이 주르륵 흘렀다. 한 작품에 투여된 노고를 기리기 위해 계속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예상치 못한 게 등장했다. ‘회복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빛나는 주인공 미어캣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였다. 마지막까지 위로와 응원을 받을 수 있게 해준 전시에 고마움을 느꼈다.

곳곳에 전시된 제품들. 사진: 정수환 기자

보통 이런 공간을 마주하면 정말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주지만, 제품, 그리고 브랜드와의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런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전시의 톤이 제품 패키지컬러인 하늘색으로 일관돼 있었고, 곳곳에 제품이 놓여있었다. 제품 모양을 본뜬 의자, 심지어 ID 카드도 제품의 모양이었다. 또 제품 자체가 ‘리페어’ 특성을 강조하기에 전시의 맥락과도 맞닿아있었다. 전시를 다 보고 나니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해 보였다.

아무쪼록 앞서 말했듯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진정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 원래의 내가 무엇인지 모를뿐더러, 원래의 내가 되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의 내가 느꼈던 감정을 일깨우고, 소중했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회복은 달성했다고 본다.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표정도 지어보고, 사소한 것에서 행복도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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