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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홍보 내용의 백화점식 나열…“콘텐츠 양산 수준”

[공공PR 실태 진단 ①] RFP
과업범위·수행업무 지나치게 상세하게 적시
유튜브 중심 SNS도 통계적 성과 강조

  • 기사입력 2020.09.17 09:00
  • 최종수정 2020.10.20 15:58
  • 기자명 안해준 기자

국민 세금을 갖고 일하는 정부에게 공공PR은 국민과의 연결고리이다. 국민 생활에 필요한 정책을 알리고 설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공공PR은 업계에서조차 케케묵은 문제가 풀리지 않는 분야로 지목된다. 이에 <더피알>은 공공PR의 문제가 뭔지 다각도에서 면밀히 짚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공공PR의 출발점인 제안요청서(RFP)에 관한 이야기다. 

- 사업목적
- 과업범위와 업무내용
- 응모(참가)자격
- 평가방법 및 제출서류

[더피알=안해준 기자] 공공PR 제안요청서에 정책홍보 목표가 명확하지 못한 것과 달리, 과업 범위와 내용은 지나치게 상세하고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다익선을 요구하며 수행업무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놓는다. 그렇다 보니 주어진 일을 쳐내기 바빠서 정책홍보 소비자 입장에서 좀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생각하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는 ‘2020년도 SNS 채널 콘텐츠 제작 및 운영지원 사업’을 예로 보자. 해당 부처가 운영하는 채널 4개(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블로그)에 대한 콘텐츠를 정해진 수량과 형태에 맞게 지속적으로 생산하도록 명시해 놓았다. SNS 콘텐츠의 유통 확산은 물론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과 기획홍보 지원도 포함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0년도 SNS 채널 콘텐츠 제작 및 운영지원 사업’ 과업 내용 일부. 각 운영 채널에 대한 업무 지시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0년도 SNS 채널 콘텐츠 제작 및 운영지원 사업’ 과업 내용 일부. 각 운영 채널에 대한 업무 지시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국방부의 ‘2020년도 종합 홍보 용역’ 제안요청서를 보면, 종합 홍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발주처 관련 모든 채널과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 △국방 관련 이슈 수집 웹사이트 구축 및 운영 △온라인 방송 모니터링 및 이슈 관리 지원은 물론, △주요 계기시 홍보 영상 및 웹툰 제작 △주요 국방 정책 기획홍보 및 방송 홍보 기획 등이다. 과업 기간이 끝난 후엔 상황 변화에 따라 사후 서비스도 해야 한다. 개개 업무에 대한 성과나 채널 운영에 대한 보고도 수시로 이뤄지는 구조다.

이형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석으로는 정교하면서 독창적인 홍보 전략과 플랜을 제시하는 기업이 입찰 과정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공공 RFP를 보면 (고정 업무가 많아) 현실적으로 이를 제안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SNS 채널, 운영 자체가 목적?

몇 년 새 공공 부문에서도 SNS 채널 운영은 필수옵션이다. 입찰 정보가 모이는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홍보’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뉴미디어 홍보’, ‘SNS 채널 운영 및 홍보’와 관련된 사업이 다수 뜬다. 유튜브 채널 강화를 주문하며 통계적 성과를 강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무엇’(SNS)에 비해 ‘어떻게’와 ‘왜’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SNS 채널을 활용할 생각만 하지 정책홍보 타깃별 맞춤형 방안이나 메시지 전략 등에 대한 목적성은 미흡하다.

‘정부 및 공공기관 SNS 활용 평가를 위한 정량 및 정성 지표의 도출과 지표별 중요도 분석’(조창환 외, 2019) 연구에선 “페이스북, 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는 정부부처의 대국민 소통을 위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지만 “해당 채널에 대한 명확한 파악이나 국민 의견 수렴 등 달성하고자 하는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 없이 SNS를 운영하는 것은 그 효율성과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려면 기획과 제작에 상당한 시간과 공이 들어가지만, 투입자원 대비 유의미한 홍보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SNS 채널을 무조건 많이 운영해 성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방증이다.

공공홍보 용역 경험이 많은 업체 종사자 D씨는 “사업 목표에 따라 적절한 뉴미디어를 활용해야 하는데 유튜브부터 블로그까지 어지간한 건 다 해야 한다”며 “인풋 대비 아웃풋이 떨어진다. 업무가 많으니 효율을 따지기보다 콘텐츠를 양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SNS를 강화한다면서 한편에선 주요 일간지를 대상으로 기획기사를 싣는 정책홍보 ‘관행’도 여전하다. 농림부가 올해 4월부터 진행 중인 ‘쌀의 긍정 인식 확산을 위한 매체 홍보’ 사업을 보면, 기본적으로 블로그를 포함한 5개 채널을 운영해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주요 일간지와 전문지를 대상으로 한 기획기사와 보도자료 작성도 과업 내용에 포함돼 있다.

농림부의 '쌀의 긍정인식 확산을 위한 매체 홍보’ 사업 과업 내용 일부. 주요 일간지와 지역지 대상 기획기사를 요하고 있다.
농림부의 '쌀의 긍정인식 확산을 위한 매체 홍보’ 사업 과업 내용 일부. 주요 일간지와 지역지 대상 기획기사를 요하고 있다.

전통언론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디지털로 시선이 옮겨가면서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신문방송을 통한 노출효과는 여전히 공공 부문에서 인정받는 실적으로 꼽힌다.

한 에이전시 대표는 “매스미디어 기능을 하는 신문·방송사들이 사업팀을 꾸려 홍보용역에 뛰어드는 이유가 뭐겠느냐. 자체적으로 (기사게재) 소화가 가능하다는 엄청난 강점을 깔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한쪽에선 (언론이) 정부정책과 공공이슈를 비판하고, 다른 한쪽에선 비판의식 없는 기획기사가 실리는 기형적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사가 일감을 따내고 다시 홍보업체에 대행을 주는 대대행도 만연하다”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홍보를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한 예로 지난 6월 나라장터에 게시된 ‘혁신농업을 통한 농촌경제 활력 증진 비즈니스 교육 및 홍보(긴급공고)’는 공고기관과 수요기관이 모두 동아일보사다. 농업분야 인재 발굴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농·축산 가공식품 전문가 포럼 등의 업무를 맡길 업체를 찾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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